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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와 김정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둘러 본 김정일과 오스트리아의 인연 

조선민주주의공화국(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12월17일 오전 현지 지도 방문 일정 도중 심장 쇼크로 사망했다고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이 19일 일제히 발표했다. 북한의 권력자 두 명이 사라진 순간이다.

아랍의 민주화혁명 이후 북한의 권력자에게 그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어쩌면 올 해는 장기 권력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는 의미있는 한 해인지도 모른다.

 

김정일 사망 이후, 오스트리아 시민인 발터씨는 “김의 사망 소식에 놀랍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모두 예측 불가능한 종말이어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본 기자는 오스트리아에 거주하고 있어 오스트리아와 북한, 그리고 김정일과는 어떤 관계였는지 궁금했다.

여러가지 자료를 찾으면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 기사화했다.

 

▶ 오스트리아 언론이 바라본 북한과 김정일

오스트리아 대중 신문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경향을 띠고 있다. 우익계 신문인 Die Presse, 중도우익인 Kurier, 대중지인 Krone, 그리고 중도좌익 Der Standard 등 4대 일간지가 유력지이다.

 

중도 우익지인 쿠리어 (Kurier)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일본의 소식을 비교적 자세하게 실었다. 일본은 “예기치 않은 갑작스런 김정일의 사망을 애도한다”고 도쿄의 정부 대변인인 오사무 후지무라의 말을 인용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한국의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가 없기를 희망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편 일본 총리 Yoshihiko는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 상황에 대비해 국가 전반에 걸쳐 국방 및 기타 정부 기관의 부서에 훈령을 전달했다“고 일본의 반응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인터넷 신문인 야후는 사망소식 이후 일제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을 실시간으로 기사화했다. 오스트리아 야후는 “최근 그는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국내 여행을 비교적 활발히 했다. 그러나 김은 담배와 코냑을 즐겨해서 당뇨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일 사망 소식 이전의 오스트리아 신문들은 대체로 북한에겐 부정적인 논평을 쏟아냈다. 대중지인 크로넨 자이퉁은 지난 2005년 한국을 “잿더미속에서 태어난 불사조”라고 평가한 반면에 "북한의 김정일이 국제적인 위험인물로 낙인찍힌 것은 한국의 미래에 있어 매우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북한을 한국 미래의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었다.

 

오래전 김정일 위원장의 망명설을 보도하기도 한 오스트리아 우익지인 DIE PRESSE의 논평도 이채로웠다. 1993년 DIE PRESSE紙는 북한이 현재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함으로써 북한 정권의 “최후의 보루”인 주체사상마저 붕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김정일의 도피 가능성도 제기한 적이 있다.

 

오스트리아는 대체적으로 북한과 연계한 한국의 기사에는 다소 인색한 편이었다. 대부분 핵문제 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여 자주 기사를 낸 적은 있지만 대개 국제면 하단의 소규모 기사 형태였다.

발행부수 제2위인 Kurier의 경우, 김정일의 생일을 맞아 북한 핵관련 분석특집을 2면 전체에 실고 내용은 김정일은 저의를 알 수 없는 독재자라는 것이며 북한의 군사력이 동북아서 화약고로 작용하고 있다는 식의 언론적인 시각을 보였다.

 

주요 일간지 중의 하나인 Der Standard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하고 역시 논평보다는 사실보도에 치중한 면이 많았다. 전체적인 논조는 북한을 스탈린주의 독재의 마지막 보루로 지칭하면서 개인숭배에 찌든 경제파탄 국가로 묘사하고 있었다.

 

▶ 납치와 망명

오스트리아가 영세 중립국인 탓에 북한은 비교적 다른 나라보다 활동이 활발했다. 그중 김정일의 후계자인 김정은은 이복형 정남에 대한 견제 의식이 상당해, 생모가 사망한 직후 후계자 입지가 우려되자 2004년 11월 노동당 작전부 공작원들을 동원해 오스트리아에서 암살을 준비하다가 오스트리아 정보기관에 의해 저지당한 적이 있었다.

 

또한 세간에 잘 알려진 최은희 신상옥 부부가 1986년 3월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탈출했던 것도 김정일과 오스트리아와의 인연이었다. 1978년 납치된지 8년5개월만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자유를 맛본 것에 반해 김정일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총애했던 두 부부를 놓친 것이다.

 

뿐만 아니라 1976년 김정일의 지시 이후 1982년까지 납치행위가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이 시기에 노르웨이에서 납북된 교사 고상문씨와 함께 오스트리아에서 납치된 당시 MIT 대학생 이채환씨 등은 아직도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망명지로도 유명한 오스트리아에 대한 오보 기록도 있었다.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지 1개월 정도 후인 1994년 8월 25일자(가판)에 《경향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 동생인 김평일 핀란드 대사가 오스트리아로 망명했다는 것을 일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오보였다. 오스트리아가 망명지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이미지로 인한 오보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김정일의 이복동생인 김평일(폴란드대사)의 친누나 김경진은 남편인 김광진오스트리아대사를 따라 현재 오스트리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선물과 뇌물

2010년 지난해 오스트리아 검찰 당국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주한 호화요트 2척의 거래를 불법으로 중개한 현지 사업가와 북한 국적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요미우리 신문 기사를 인용해 보도한 적이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는 사치품의 금수를 회원국에 요구하고 있어 두 사람은 안보리 제재에 따른 오스트리아의 외국무역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이 구입하려 한 요트 2척은 1,300만 유로(약 230억원)에 오스트리아 사업가가 이탈리아 조선사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 중개인이 중국을 경유해 요트를 북한으로 운반할 계획이었지만 이탈리아 당국에 의해 중간에 압수당했다. 현재 이들 용의자는 오스트리아 내에 있다고 신문은 밝힌 적이 있다. 이로 인해 그 사업가는 지난해 12월에 330만 유로 (원화 약50억원)의 벌금과 집행유예 9월형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 사업가는 최신형 메르세데츠 벤츠 S-클래스 8대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꼽히는 독일 슈타인웨이(Steinway)제 그랜드 피아노, 트럼펫과 드럼, 기타 항해장비 등을 북한에 넘겼다고 검찰은 말했다.

 

이 사업가는 20년간 김정일과 가까운 북한인 중개인과 거래하면서 각종 사치품들을 조달해 주고 대가를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요트 등의 사치품은 김정일이 생일 선물용으로 주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쿠리어는 보도했다.

오스트리아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에게 선물이 있었는가 하면 뇌물도 있었다.

파리주재 북한 총대표부 장승호 경제 참사관은 10년 이상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기 전에 오스트리아 주재 무역 대표부에서 10여년 근무를 하다 사업실적이 저조해 오스트리아 3년 근무 기간이 만료되자 미화 70만 달러를 김정일에게 상납해 연장, 근무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북한 예술, 오스트리아 빈을 수놓다.

북한 예술이 오스트리아 빈의 유명한 응용미술관(MAK)에서 지난 2010년 5월 19일부터

9월 5일까지 <김일성 주석께 드리는 꽃>이란 북한의 예술작품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서유럽문화의 중심지인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에서 고 김일성 주석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형상화한 초상화 같은 작품이 전시된 것에 대해 모두들 놀라운 사건이라고 여겼다.

 

이 전시회는 9월 5일까지 4개월 동안 계속되었으며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형상화한 작품을 필두로 선전 포스터, 평양의 주체사상탑 모형과 건축 도면, 사진 등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북한 유화, 수채화, 조선화 등 총 100여점이 전시되었다.

전시회 비용이 6백20만유로 즉, 100억원에 달하고 준비기간이 2006년부터 무려 4년간이나 된다는 사실 또한 놀라웠다.

이 전시는 MAK의 페터 뇌퍼 관장이 7년 전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4년 전부터 준비를 했으며 작품을 고르기 위해 두 차례나 북한을 방문했다고 알려졌다.

 

또 하나 놀랄만한 것은 전시회를 준비했던 첫 시기부터 전시회의 전시기간이 내내 북미대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었고 MAK가 전시회를 실질적으로 준비한 2006년은 북의 공개적인 1차 핵실험으로 북미간에 긴장과 대결국면이 최고조에 이르러있던 시점이었다. 또한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의 전시기간 또한 천안함 침몰 사건을 빌미로 미국의 대북대결행태가 최극단으로 치달아있던 기간이었던 것이다.

이는 극명한 반대와 찬성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전시회 큐레이터인 베티나 부세 씨는 "작품들이 명백히 이념과 관련돼 있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예술이라기보다 선전물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박을 했다. 부세 씨는 아울러 "우리는 사람들이 좀 더 열린 마음을 갖길 바란다"며 충고까지 잊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페터 뇌퍼 MAK 관장 역시도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면서 “예술은 정치 상황을 비롯한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통해 사람들은 다소 다른 견해나 새로운 견해를 가질 수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이해할 수도 있다”고 밝힌 뒤 “전시를 바라보는 관점에 정치적인 시선은 배제돼야 한다."며 반북적인 견해와 입장이 결코 예술적 관점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와 같은 견해에 따라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서유럽의 각국에서 모여드는 관람자들의 수가 날을 따라 늘어나 전람회 소개화첩이 동이 나기도 했다.

 

북한 예술에 대한 오스트리아 정부의 의지는 확고했다. 오스트리아 연방교육, 예술 및 문화상이 “조선전람회가 서유럽문화의 중심인 빈에서 진행되는 것은 조선을 소개하는 하나의 불씨로 되며 앞으로 친선관계발전의 추동력으로 된다”고 한 적이 있으며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는 세계의 진보적 인민들에게 동방에 우뚝 솟아 빛나는 주체조선의 참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나라들 간의 친선관계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고 총평을 한 적이 있었다.  오스트리아인의 예술에 대한 무편견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논평이었다.

 

▶다시 통일의 열망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이후 가장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우는 나라는 역시 분단의 당사자인 한국과 북한이다. 두 나라의 최고 화두는 통일이다. 통일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모두 의미있는 이유를 갖고 있다.

혹시나 같은 동포끼리 서로가 죽이고 죽여야 할 적군이란 대결 의식으로는 누구에게도 득이 될 리가 없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이후,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과연 북한과 한국을 서로의 동포이자 가족”이라고 생각하는지 반문해 봐야 할 것이다.

 

                                                                                                                                                                         오스트리아 유로저널 김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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