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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수 마시고 이 쑤신다’는 말이 있다. 끼니를 때우지 못해 냉수로 허기를 달랜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서 궁색한 티를 숨기려고 ...
by 유로저널 / on Jan 09, 2007 17:42
‘냉수 마시고 이 쑤신다’는 말이 있다. 끼니를 때우지 못해 냉수로 허기를 달랜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서 궁색한 티를 숨기려고 마치 쇠고기라도 먹은 양 이쑤시개로 치아(齒牙) 사이에 끼인 쇠고기 빼내는 시늉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상을 살면서 척하고 사는 일이 많다. 부자인 줄 알면 누가 도와달라고 할까 두려워 부자가 아닌 척하고 가난한 줄 알면 사람들이 무시하고 업신여길까 두려워 재산이 있는 척한다. 무식이 탄로날까 두려워서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고 귀찮은 일을 맡지 않으려고 그 일에 관한 정보와 지식에 정통하면서도 잘 모르는 척한다. 남한테 지기 싫어서 별로 재능이 없으면서도 재능이 있는 척하고 남다른 재능이 있으면서도 나서는 것이 싫어서 그것을 숨기기도 한다. 화가 잔뜩 나면서도 체면이 손상될까 두려워 화를 꾹 눌러 참고 화나지 않은 척한다. 직장 상사를 싫어하면서도 인사상(人事上)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좋아하는 척한다. 직장에서 윗사람이 하는 농담이 우습지도 않은 데도 잘 보이려고 박장대소(拍掌大笑)한다.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남이 보지 않는 데서 죽어라 일을 하고 남이 보는 곳에서는 여유 있는 척한다. 정장(丁匠)차림이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데도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는다. 경박스럽다는 말 듣지 않으려고 기뻐도 기쁜 티 내지 않고 슬퍼도 슬픈 내색을 하지 않는다. 돈을 받고 잘못을 눈감아주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데도 허가를 해 주고 돈을 받거나 접대를 받고도 청렴한 척한다. 일시적인 어려움을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하고도 시침을 뗀다. 남의 동정을 받으려고 어려운 처지도 아닌데 죽는 소리를 하고 없다고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고 있는 척 허세 부린다. 별것도 아닌 일을 하면서 대단한 일이나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확인할 수 없는 조상이 대단한 것처럼 부풀려 이야기 한다. 이웃에 대해 평소 흉을 보고 속으로 달가워하지도 않으면서 겉으로는 친밀한 척한다. 몸이 약한 줄 알면 불이익을 받을까 보아 건강한 척하고 힘이 센 척한다. 상대방한테 부끄러운 일을 하고도 안 그런 척하고 선물을 주면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위장(僞裝)한다. 없는 곳에서 온갖 험담을 늘어놓다가도 그 사람이 나타나면 안 그런 척한다. 한평생은 말할 나위도 없고 단 하루 동안에도 수많은 척을 하고 살고 있다. 겉 마음 속 마음이 다르다. 이기려고 척하고 지기 싫어서 척한다. 이익 보려 척하고 손해보지 않으려고 척한다. 체면 지키려 척하고 예의 차리려 척한다. 거짓 감추려고 척하고 잘남 드러내려고 척한다. 인정받으려고 척하고 관심 끌려고 척한다. 잘못 드러날까 두려워 척하고 책임 피하려고 척한다. 얻어 가지려고 척하고 가진 것 지키고 더 불리려고 척한다. 한번 차지한 지위 놓치지 않으려고 척하고 더 높아지고 싶어 척한다. 남이 볼까 두려워 척하고 남에게 보이려고 척한다. 강한 자 앞에서 고개 숙이고 약한 자 앞에서 도도하다. 속마음 드러내지 않으려고 척한다. 있는 대로 가진 대로 살지 않고 척하고 도 척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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