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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미와 바라미의 어머니는 행여나 가지미와 바라미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그러면 그렇지, 역시 아비 없는 자식이라 별수없구먼’...

by 유로저널  /  on Dec 04, 2009 22:05
가지미와 바라미의 어머니는 행여나 가지미와 바라미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그러면 그렇지, 역시 아비 없는 자식이라 별수없구먼’ 하는 말을 듣지 않도록 아이들을 반듯하게 길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주눅들지 않도록 자랑스런 아버지의 상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지만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가지미와 바라미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가지미와 바라미는 어머니가 이야기 해 준 잘 생기고 건장하고 힘이 장사이며 이웃을 위해 헌신적인 아버지를 그리면서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버지가 반드시 돌아와서 그 동안 겪은 아버지 없는 설움을 다 씻어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올 때를 대비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동네 같은 또래 어느 누구와 비교하더라도 뒤질 것이 없는 당당한 아들 딸이 되어 아버지를 맞이하고자 온 힘을 다하여 살았습니다.

어느 날 한 시도 잊지 못했던 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가지미와 바라미는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가지미와 바라미 앞에 나타난 아버지는 어머니에게서 들은 아버지하고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가지미와 바라미가 마음에 담아놓은 아버지는 잘 생기고 건장하며 힘이 장사인 사람인데 눈 앞에 나타난 사람은 꾀죄죄하고 초라하며 허리가 구부정한 힘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나타난 아버지는 가지미와 바라미의 마음에는 새겨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도 몇 번 부랑자를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러하리라고 단정하였습니다. 그 전에 겪은 경험으로 선입견을 가지게 되어 ‘이 집의 주인’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혹 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여지가 없었습니다. 가지미와 바라미가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한 것은 어머니로부터 받은 잘못된 정보를 굳게 믿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고 또 과거의 경험이 지혜로운 마음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 주었다면 가지미와 바라미가 아버지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요? 다소 낫기는 하겠지만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 하면 같은 사물이라도 사람마다 제 각각인 마음으로 다 다르게 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아버지에 대해 정확하게 이야기 해 준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머니가 본 아버지일 뿐입니다. 아이들은 그들이 기대하는 아버지의 상이 있어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가 기대하는 아버지로 각색하여 듣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기대하는 아버지의 상이 없고 과거의 경험이나 선입견에 매여있지 않다면 어떨까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노인이 ‘내가 이 집의 주인’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는 ‘혹시’ 하는 마음으로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노인이 아버지임이 밝혀졌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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