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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잔뜩 낀 창의 안쪽 세상에 사는 사람은 바깥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형체도 색깔도 흐릿하게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다. ...

by 유로저널  /  on Feb 25, 2011 21:30
때가 잔뜩 낀 창의 안쪽 세상에 사는 사람은 바깥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형체도 색깔도 흐릿하게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다. 원래 바깥 세상이 그런 줄 알고 있다. 바깥 세상을 알게 된 사람이 바깥 세상 이야기를 해 주어도 알아듣지 못하고 말도 되지 않는 이상한 소리하지 말라고 하고 별 미친 사람 다 보겠네 한다. 바깥 세상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유리창에 때가 끼어 그러하니 때를 닦아보라고 일러주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말을 듣기는 하지만 닦아야 할 때의 정체를 잘 모르고 또 때를 닦는 방법을 몰라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보지만 때를 닦지 못한다. 분명히 때가 낀 것은 알겠는데 제대로 닦지를 못하니 무조건 그 사람의 말을 암송한다. 어느 때인가 바깥 세상에 사는 사람이 나타나서 닦아야 할 때가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닦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도 지금까지 암송한 것에 매여서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또 알아듣지를 못한다. 바깥 세상에서 온 사람이 가르쳐 준 대로 유리창의 때를 닦아내면 바깥 세상이 그냥 드러나는 것을.

창의 안쪽 세상에 사는 사람은 흐릿하게 보이는 바깥 세상을 끊임없이 연구하여 바깥 세상에 관한 알음알이(지식과 정보)를 축적한다. 창 안 세상에서는 아무리 바깥 세상을 연구하여도 바깥 세상의 참모습을 알 수 없는데도 창 안 세상에 사는 사람은 바깥 세상을 제대로 알고 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창 안 세상에서는 이러한 알음알이를 많이 가진 사람 – 많이 아는 사람 - 이 대접받고 출세도 하고 부귀영화를 누린다. 그러한 알음알이를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 많이 알면 알수록 그 알음알이가 바깥 세상의 참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아무도 올라가 보지 못한 높은 산이 있는데 그 산 꼭대기는 근심 걱정 고통이 없고 병도 없는 낙원이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많은 사람들은 세상 삶에 매여서 산에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산 언저리에서 분주히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일부 선지자들이 산 꼭대기에 오르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아무도 꼭대기에는 오르지 못하고 자기가 올라가본 길을 올라가 본만큼 사람들에게 알려 준다. 그리고 자기가 가본 길이 산꼭대기에 갈 수 있는 바른 길이라고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자기가 올라간 방식을 가르친다. 사람들은 자기 취향에 맞는 선지자들을 따르면서 자기가 따르는 길은 다른 선지자의 길과는 다르며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때에 산꼭대기 낙원에 사는 사람이 내려와 사람들을 이끌고 산꼭대기 낙원까지 안내하였다. 사람들이 산꼭대기 낙원에 이르러 내려다 보니 선지자들이 제시한 길이 모두 산꼭대기 낙원으로 향하고 있음을 안다. 선지자들이 출발점은 다르지만 지향점이 같은 길을 제시해 주었는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만 보고 서로 길이 다르다고 하면서 자기 길만 옳고 다른 길은 다 틀렸다고 하고 다른 길로 가면 죽는다고 하면서 파를 만들고 갈라져서 서로 헐뜯고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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