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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취해서(2) 간밤에 꾼 꿈은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였습니다. 더구나 세 식구가 같은 꿈을 꾸다니! 간밤의 일을 생각...

by eknews  /  on Apr 24, 2011 21:19
꿈에 취해서(2)

 

 간밤에 꾼 꿈은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였습니다. 더구나 세 식구가 같은 꿈을 꾸다니! 간밤의 일을 생각하면 신기하기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하루 종일 들뜬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허둥대며 대충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세 식구가 둘러 앉았습니다.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서 서로 눈만 멀뚱멀뚱 쳐다봅니다. 은연 중에 세 사람 모두 지난 밤과 같은 꿈을 꾸고 싶어합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어느 새 세 사람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사업파트너와 사업 협의차 프랑스로 가는 길에 가족과 함께 가기로 하였습니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해외나들이여서 일정을 넉넉하게 잡았습니다. 베르사이유 궁전과 루부르 박물관도 보고 세느 강에서 바또무슈도 타고 몽마르뜨르에서 파리를 그린 그림도 몇 점 샀습니다. 그리고 에르메스에서 스카프를 사고 셀린느 가방도 샀습니다. 사업 협의를 마치고 나서 스페인에 들러 알함브라 궁전에도 가고 투우장에도 갔습니다. 그리고 스위스에서 융파라우와 몽블랑을 거쳐 이태리 로마에서 귀국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이제 배고라 씨네 가족은 매일 밤 꿈꾸는 일이 중요한 일과가 되었습니다. 다음날도, 다음날도 바라는 대로 단꿈을 꾸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꿈의 내용도 점입가경(漸入佳境)입니다. 어떤 날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방마다 진귀한 보석이 널려있는 집에서 살기도 했습니다. 세상의 왕과 왕비, 그리고 왕자가 되어 만백성의 존경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밥벌이하는 일마저도 귀찮아 하고 밥을 굶더라도 꿈을 꾸고 싶어했습니다. 이렇게 꿈에 취해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꿈꾸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하루 내내 달콤한 꿈 속에서 지낸 적도 있습니다. 먹는 일도 귀찮아졌습니다. 밤낮으로 꿈 속에서 비몽사몽 헤매었습니다. 그지없이 행복하였습니다. 배고픔도 목마름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밤낮 꿈 속에서 지냅니다. 몇 날 며칠이고 계속 꿈만 꾸었습니다.  몸이 점점 쇠약해 졌지만 꿈에 취해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한 달여가 지난 어느 날 이웃집에서 이상히 생각하고 문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세 사람이 잠을 자듯이 평온한 얼굴로 숨져 있었습니다. 배고라 씨네 가족은 없는 꿈 속에서 행복하게 지내다가 꿈 속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사람이 사는 것은 꿈과 같습니다. 사람은 세상과 삶을 사진 찍듯 찍어 담아놓은 마음세계에서 삽니다. 마음세계는 없는 것입니다. 꿈을 꾸는 동안은 실제로 여겨지지만 꿈을 깨고 나면 꿈을 꾸기는 했지만 꿈 속의 일들은 없다는 것을 압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을 다 닦아서 마음세계를 벗어나 보면 마음세계는 없는 것임을 압니다. 마음세계에서 울고 웃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행복하고 불행하고 기쁘고 즐겁고 . 살아온 삶 일체는 꿈 속의 사연처럼 없는 것임을 압니다. 마음을 닦아보면 그렇게 되어서 깨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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