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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나 돌, 쇠붙이 따위로 신의 형상을 만들거나 새긴 것을 우상이라 합니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받들어 모시는 신보다 더 우선...

by eknews15  /  on Mar 19, 2012 18:31

나무나 돌, 쇠붙이 따위로 신의 형상을 만들거나 새긴 것을 우상이라 합니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받들어 모시는 신보다 더 우선으로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실천적 삶에서의 우상입니다.

사람들이 신보다 더 앞세우는 것들이 삶에는 많습니다. 부모, 형제, 자매, 자식 등 혈연이나 친인척, 그리고 친척과 직장동료 등 지인(知人)을 우선시하고 겪은 사연이나 가지고 이루고자 하는 것(돈, 사랑, 명예 등)을 더 사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들은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일체를 오감으로 사진을 찍듯 찍어서 마음에 담습니다. 어린 시절 어떤 사연을 생각하면 그 사연과 관련이 있는 인연과 장소 그 때의 감정과 나의 모습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고향 시절도, 초·중·고·대 학창시절과 배우자를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직장을 다니며 있었던 사연·인연·장소까지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리고 지식과 정보, 희로애락의 감정과 내가 추구해온 부, 명예, 사랑, 희망, 미래까지 다 마음에 담겨있습니다. 태어나서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복사해서 마음에 담아왔고 현재도, 앞으로도 복사해서 마음에 담는 일을 계속할 겁니다. 이렇게 복사해서 마음에 담아놓은 것들의 집적(集積)이 ‘나’라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마음에 담아놓은 것들은 모두 실상을 복사해 놓은 허상입니다. ‘나’라는 존재 역시 허상입니다. 허상의 ‘나’에게는 ‘나’를 형성하고 있는 복사물(허상)이 소중합니다. 그러한 복사물(허상)이 허상인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러한 복사물이 ‘나’의 마음세계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 세계를 떠나서 존재할 수도 없고 ‘나’를 형성하고 있는 복사물이 시키는 대로 끌려다닙니다. 마음에 담아놓은 복사물은 조건이 되면 ‘나’를 끌고다닙니다. 이역만리 먼 곳에서 수십 년을 살았어도 고향소식 들으면 마음에 담아 놓은 고향시절의 사연, 인연과 고향의 모습이 떠올라서 아련한 향수에 젖어들기도 하고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났지만 마음에 담아놓은 사랑했던 이와 같이 들었던 음악을 들으면 그 때의 사연이 떠올라 가슴 저리며 잠을 못 이루기도 합니다. 자식이 사고를 당하면 온통 자식 걱정으로 가득차고 사업이 실패하면 사업걱정이 앞섭니다. 때로는 불확실한 장래가 걱정되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합니다. 나에게 쾌락을 주는 일이 있으면 그것에 빠져서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이와 같이 마음에 담아놓은 것들이 발동을 하면 내가 모시는 신은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결국 사람에게는 마음에 담아놓은 것이 받들어 모시는 신보다도 더 소중하고 신보다 우선합니다. 마음에 담아놓은 것을 신보다 우선시하니 사람이 그것이 신보다 높은 우상입니다.

내 마음에 신이 있을 때 신을 모실 수 있습니다. 또 내 마음에 신만 있어야 신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신 아닌 것이 마음에 있으면 사람은 수시로 신 아닌 것에 마음이 끌려갑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신이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신 아닌 것만 잔뜩 들어있어 신이 자리할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신 아닌 것에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신이 자리하려면 마음이 비워져서 ‘가난한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마음이 부유한 어른보다는 마음이 가난한 어린이와 같아져야 합니다. 세상의 근본을 가리고 있는 망념(妄念)의 마음이 다 닦여져서 망념이 소멸하여야 합니다. 단 한 개의 망념의 마음(복사물)도 남음이 없이(無餘) 다 비우고 망념의 존재마저 소멸(涅槃)되어야 합니다(無餘涅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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