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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투옹빈허 씨는 어제 비서실장에게 지시한 일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전화해서 확인해 봅니다. 어제 사무실에...
by eknews15 / on Apr 14, 2013 19:00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투옹빈허 씨는 어제 비서실장에게 지시한 일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전화해서 확인해 봅니다. 어제 사무실에서 비서실장을 불러 지시할 때의 상황을 고스란히 떠올리면서 비서실장과 통화를 합니다. 그 때 투옹 회장은 책상에 앉아서 서류를 뒤적이면서 말을 하고 비서실장은 다소곳이 서서 한마디도 빼지 않고 수첩에 받아 적습니다. 비서실장의 충성스런 모습을 보고 투옹 회장은 속으로 흡족한 미소를 짓습니다. 지금 전화를 하는 동안에 어저께 있었던 일이 이처럼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가정부가 차려내 온 아침을 아내와 함께 먹으면서 TV 뉴스를 봅니다. 잘 아는 회사에서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는 순간 불현듯 2년 전에 노조의 파업으로 곤욕을 치렀던 일이 생각납니다. 노조원들은 1층 로비에 모여서 ‘결사투쟁’이라고 적힌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북과 꽹과리를 치면서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부르기도 합니다. 사방에 노조의 구호가 쓰인 깃발들이 펄럭이고 분위기가 살벌합니다. 회사의 협상 팀이 엘리베이트 안쪽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빌딩정면에는 경찰이 대기하고 앰뷸런스도 와있습니다. 비서실장이 회장실을 드나들며 수시로 상황보고를 합니다. 지금 TV뉴스를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2년 전 겪은 일들이 3D 영화를 보듯이 세세하게 떠오릅니다. 오전 열 시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개최하는 ‘베트남 경제의 현황과 전망’에 관한 세미나에 패널 토의자로 참석하였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한 경제이론과 사업을 하면서 체득한 경제 현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강연과 유명 경제학자의 저서를 통해 습득한 경제 지식을 망라하여 준비한 자료를 되풀이 읽어서 외우다시피 하였습니다. 패널토의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발표하였고 세미나참석자는 물론 언론들도 호의적이었습니다. 세미나 자료 준비와 패널토의 참석으로 매우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회장 전용 사우나에서 사우나를 하고 귀가하였습니다. 아내는 그동안 여러 번 겪은 일이어서 남편이 피곤할 때면 했던 일들을 되살리며 남편이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 있도록 거실의 조명과 커튼을 아늑한 분위기가 되도록 하나하나 세세하게 조정하고 남편이 즐겨듣는 음악을 은은하게 틀고 피로회복에 좋은 허브차를 손수 차려냈습니다. 조명을 조절할 때에도 커튼을 칠 때에도, 음악을 틀 때에도, 차를 준비할 때에도, 입을 드레스를 고를 때에도 지난번에 준비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 때 일들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그 때의 분위기와 느낌까지∙∙∙. 남편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내에게 그날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들이 눈으로 본 이미지는 물론 노조의 구호 소리, 북 소리 등 귀로 들은 소리, 농성장에서 맡았던 노조원들의 땀 냄새, 패널 토의할 때 특별히 나온 중국차의 향기와 맛, 딱딱한 의자의 촉감, 농성장과 패널토의 장의 분위기(느낌), 서로 주고받은 말까지 고스란히 떠올랐고 장면장면 속에 나도 있었습니다. 투옹 씨는 고성능 사진기(몸의 오감)로 사진 찍어 마음에 담아놓은 사진 속에 있었고 사진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하고 삽니다. 사진은 실상을 찍은 허상입니다. 허상은 생명이 없습니다. 아무리 정교하고 실감나는 사진이라도 사진은 실상이 아닌 허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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