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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knews15 / on Apr 14, 2013 19:03
모처럼 3일간의 연휴를 맞아 투옹 씨는 그 동안 사업에 바빠서 가족들과 함께 오붓하게 지낼 시간도 제대로 없었습니다. 연휴의 첫째 날은 미국에 유학 가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연구소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는 초등학교 동창이 온다고 하여 그 친구와 하루를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아침을 일찍 먹고 공항에 마중을 나갔습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공항 출구를 빠져나오는 친구를 보고 달려갔습니다. 친구도 투옹 씨를 바로 알아보고 짐수레를 밀며 뛰다시피 다가와서는 두 사람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아이처럼 껴안습니다. 대학 졸업 후 23년만의 해후입니다. 호텔에 가서 짐을 풀고 투옹 씨의 집으로 갑니다.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가 아침을 차리고 다과도 내어왔습니다. 투옹 씨와 친구는 고향 코흘리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초등학교 개구쟁이 이야기, 중고대학 학창시절 이야기 ∙∙∙ 등 끝이 없습니다. 투옹 씨가 운을 떼면 친구가 그 때 이야기를 하고 친구가 운을 떼면 투옹 씨가 이야기를 하고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같은 고향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서로 삶을 공유하는 기간이었습니다. 투옹 씨가 고향 이야기를 할 때면 투옹 씨는 고향 마을의 산과 냇물, 동네, 있었던 일과 동네 사람들을 떠올리며 말하고 투옹 씨의 말을 듣는 친구는 자기가 마음에 담아놓은 사진을 떠올리며 듣습니다. 또 친구가 초등학교 시절을 이야기할 때면 친구는 자기 마음에 담아놓은 사진을 떠올리며 이야기하고 투옹씨는 자기 마음에 담아놓은 초등학교 건물, 운동장, 교실, 있었던 사연과 관련된 장소와 인연(선생님, 친구)의 사진을 떠올리며 듣습니다. 친구가 유학을 떠나기까지의 삶에서 겪었던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사연이 영화의 장면처럼 떠오릅니다. 그러한 영화 속 사연마다 그 시절의 어린 나도 영화 속에 있습니다. 그 영화 속에서 즐거움도 슬픔도 행복도 괴로움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결국 서로 말을 하면서, 또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 마음에 담아놓은 사진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친구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 술집에서 송별식 하던 일과 다음날 공항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이별을 아쉬워했던 일을 생각하면 그 때의 장면과 함께 눈시울 붉어지던 감정도 되살아납니다. 유학생활하며 고생했던 이야기,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번듯한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게 된 일, 아내를 만나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어 살아온 이야기 - 친구는 사연마다 사연이 있었던 장소, 일어난 일, 상대방과 자기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하고 투옹 씨는 삶에서 자기가 겪었던 일을 토대로 상상의 그림(사진)을 그리며 듣습니다. 결국 친구는 사진 찍어 마음속에 담아놓은 것을 떠올리며 이야기하고 투옹 씨는 상상의 사진을 만들어서 마음에 담아둡니다. 이어서 투옹 씨가 친구가 떠난 후 회사에 다니다 독립하여 사업을 벌여 고전하다가 성공한 이야기를 하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 남매를 낳아 기른 이야기를 합니다.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하고도 못다한 이야기가 있어 저녁을 먹고도 위스키 잔을 기울이며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친구를 호텔에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자리에 누워서 오늘 지낸 일을 생각해 봅니다. 하루 종일 이야기한 지난 삶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리고 아침에 공항에서 친구를 영접하여 집에 와서 같이 지내다 호텔에 데려다 준 일까지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투옹 씨는 지난 삶의 사진 속에 있었고 오늘 하루도 사진 속에 있었고 지금도 사진 속에 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늘 사진 속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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