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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꽤 많이 흘러 인구도 늘어났지만 ‘해발기 나라’의 다섯 마을의 땅은 아직 넓고 먹거리도 여전히 넘쳤슴니다. 풍요로움 속...

by 유로저널  /  on Nov 13, 2006 16:48
세월이 꽤 많이 흘러 인구도 늘어났지만 ‘해발기 나라’의 다섯 마을의 땅은 아직 넓고 먹거리도 여전히 넘쳤슴니다. 풍요로움 속에서 선조들이 살던 모습대로 여전히 일년에 한 번씩 ‘해바로 마을’에 모여 해님을 경배하고 잔치를 벌였슴니다. 놀이를 하면서 해님의 축복받은 한 자손임을 확인도 하고 서로 형제로서 우애를 다지기도 하였슴니다. 때로는 다섯 마을 사람들이 서로 자기 마을을 자랑하기도 하였슴니다. ‘해오름 마을’ 사람이 말하였슴니다. 해님은 공평무사(公平無私)하시어 어느 마을 어느 누구에게나 똑같이 밝은 빛과 따뜻한 기운을 주지만 ‘해오름 마을’이 언제나 제일 먼저 해님을 맞이한다고 자랑하였슴니다. 이에 질세라 다른 네 마을에서도 자기 마을을 자랑하였슴니다. ‘해내림 마을’ 사람은 온종일 밝은 빛과 비추고 따뜻한 기운을 고루 내리 주시다가 해님이 쉬시도록 작별인사를 드리는 ‘해내림 마을’을 자랑하였슴니다. 이어서 ‘해오름 바른 마을’과 ‘해내림 바른 마을’ 사람은 한낮의 뜨거움이 없이 언제나 지내기에 쾌적하게 빛과 열을 받는 자기네 마을을 자랑하였슴니다. 마지막으로 ‘해바로 마을’ 사람이 자기네 마을에서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지도 않고 해님을 다른 마을보다 바르게 볼 수 있다고 자랑하였슴니다. 이렇게 서로 자기 마을을 자랑하곤 하였지만 모두가 해님의 한 자손으로서 해님을 다 같이 모시는 축복받은 ‘우리’임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맺음하였슴니다. 다시 긴 세월이 흘렀슴니다.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생활도 복잡해졌슴니다. 많지는 않지만 굶주리는 사람도 생겼슴니다. 좀도둑도 나타나고 심심찮게 다툼도 일어났슴니다. 온갖 것이 풍족하여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산다는 것도 먼 옛날의 일이 되었슴니다. 가진 사람은 더 가지려 하고 더 가지기 위해 남의 것을 빼앗거나 훔치기도 하고 남을 짓밟기도 하였슴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생활이 복잡해지고 먹고 사는 일이 힘들고 바빠짐에 따라 매년 열리던 감사의 축제도 한 해 걸러서 열기로 하다가 다시 3년에 한 번으로, 5년에 한 번으로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다섯 마을이 모여서 하는 행사는 없어지고 다섯 마을이 제각각 마을 행사로 치르기로 하였슴니다. 그 대신에 각 마을의 대표단이 일년에 한 번씩 ‘해바로 마을’에 모여 해님에게 감사를 드리기로 하였는데 이것마저도 점점 형식화되어 예전과 같은 일체감은 퇴색되고 해님에게 감사드리는 모임이라기 보다는 마을간의 이해(利害) 대립이나 다툼을 조정하는 모임으로 변질되었슴니다. 다섯 마을 사람들이 다같이 모이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마을 사람들 사이에 마음의 벽이 생기기 시작하고 서로 왕래가 줄면서 사는 모습과 의식도 달라졌슴니다. 마을 간에 다툼도 잦아졌슴니다. 인구가 늘고 생활이 복잡해지면서 물의 사용량이 늘어나자 이웃 마을끼리 공유하고 있는 강을 두고도 서로 물을 많이 쓰겠다고 다투었슴니다. 인구가 늘어나 경작지가 줄어 들자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마을을 구분짓던 산의 어디를 경계로 할 지를 두고 서로 자기네 마을에 유리하게 하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슴니다. 다섯 마을 공동의 축제가 없어진 후로는 단절과 대립이 깊어만 갔고 사소한 일로도 오해와 다툼이 생기고 때로는 서로 원수지는 일도 있었슴니다. 이러한 일들이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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