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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한한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은 창조주의 뜻 아닌 뜻으로 그냥 나와서 그냥 있고 그냥 가는데 사람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수많...

by 유로저널  /  on Dec 28, 2007 01:09
이 무한한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은 창조주의 뜻 아닌 뜻으로 그냥 나와서 그냥 있고 그냥 가는데 사람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수많은 별도 그냥 있고 숲 속에 벌레도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토끼도 노루도 늑대도 모두 그냥 삽니다. 하늘을 나는 새도 넓은 바다에 사는 소라도 꽁치도 상어도 고래도 모두 그냥 삽니다.

태양 둘레를 세 번째 자리에서 수십억 년을 돌고 있는 지구도 그냥 돌고 있습니다. 지겨워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돌고 있을 것인지 아닌지 생각이 없습니다. 두 번째 자리에 있는 금성을 부러워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돌고 있습니다. 우주에 있는 모든 천체가 그러합니다. 숲 속에 사는 토끼가 ‘나는 왜 늑대처럼 강하지 못할까’ 하고 신세를 한탄하지도, 부러워하지도 않습니다. 사자는 배고프면 노루를 잡아먹지만 배가 차면 맛있는 먹이가 옆에 있어도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먹이가 크면 먹을 만큼 먹고 남깁니다. 그것을 하이에나가 와서 뜯어먹고 독수리가 날아와 쪼아먹습니다. 모두 욕심부리지 않고 그냥 삽니다. 먹거리가 모자라는 건기(乾期)를 대비하여 우기(雨期)에 넘쳐나는 먹거리를 재어놓지도 않습니다. 우기에는 배불리 먹고 건기에는 주린 배로 삽니다. 완전한 조화 속에서 그냥 삽니다.

사람은 그냥 살지를 못합니다. 그냥 내리는 비를 보고 내가 슬프면 슬프다 하고 하늘은 그냥 맑은데 내 기쁜 일을 하늘이 축하해 준다 합니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가지려 하고 이것을 가지고 나면 저것이 또 가지고 싶고, 다 가져서 만족하다가도 더 가진 사람 보면 부러워합니다.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 재어놓고 살면서도 기회만 있으면 긁어 모웁니다.

사람이 그냥 살지를 못하는 것은 처음부터 그러하였습니다. 인간이 나타나기 전에 창조되어 그냥 있는 세상을 오감(五感)으로 겪어서 인지(認知)하는 순간 그것을 마음에 담아놓았습니다. 사진을 찍어 필름에 담듯이 보고(눈) 듣고(귀) 냄새 맡고(코) 맛보고(혀) 느낀 것(온 몸의 피부)을 모두 마음에 담아놓았습니다. 태어나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온 세상과 살아온 삶을 그대로 담아서 자기만의 마음세계를 지어놓고 있습니다. 이 마음세계는 원래 ‘있는 진짜 세상’을 자기 식으로(자기의 꼴 대로) 찍어 담은 ‘가짜인 없는 세상’입니다. 가짜인 마음세계 속에서 행복하다 불행하다, 슬프다 기쁘다, 옳다 그르다, 잘났다 못났다, 잘 산다 못산다 하고 있습니다. 욕심부리고 싸우고 시비분별하고 자책하며 살고 있습니다.

원래 있는 세상은 완전한 세상인데 사람은 이것을 마음에 찍어 담는 순간 찍어 담은 세상을 보고 살고 있습니다. 찍어 담은 가짜인 허(虛)의 세상에서 허(虛)의 존재로 살고 있습니다. 허상인 마음세계와 나를 다 없애면 원래 있는 진짜 세상만 남아 진짜 세상에 거듭나 그냥 삽니다. 새해에는 모두가 허상을 다 없애고 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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