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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의 국경마을에 한 노인이 말을 기르고 있었는데 기르던 애마(愛馬)가 오랑캐 땅으로 도망갔다. 동네 사람들이 노인을 위...

by 유로저널  /  on May 26, 2009 23:18
옛날 중국의 국경마을에 한 노인이 말을 기르고 있었는데 기르던 애마(愛馬)가 오랑캐 땅으로 도망갔다. 동네 사람들이 노인을 위로하러 갔더니 노인은 “지금의 화(禍)가 내일의 복(福)이 될 수도 있는데 지금의 슬픔이 어찌 곧 기쁨이라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고 말하였다. 얼마 후에 달아났던 말이 훌륭한 준마(駿馬) 한 필을 데리고 왔다. 사람들이 와서 축하의 인사를 하자 노인은 “오늘의 복이 내일의 화가 될 수도 있는데 지금의 기쁨이 어찌 곧 슬픔이라 말할 수 있지 않겠나” 고 하였다. 다시 얼마 후 노인의 외아들이 준마를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사람들은 다시 찾아와 노인을 위로하니 노인은 태연히 “지금의 화가 내일의 복이 될 수도 있는데 지금의 슬픔이 어찌 곧 기쁨이라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라고 하였다. 얼마 후 전쟁이 일어나서 마을 젊은이들이 모두 전쟁터에 징발되어 나가서 열 명 중 아홉 명이 전사하였으나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온전치 못하여 징발을 면하여 목숨을 보전하였다. 삶을 달관(達觀)한 어느 노인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실은 회남자(淮南子)의 인간훈(人間訓)은 이렇게 적고 있다. “오늘의 복이 내일의 화가 될 수도 있는데 지금의 기쁨이 어찌 곧 슬픔이라 말할 수 있지 않으리오”

우주에는 만상이 존재하고 또 우주에서 여러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모두 순리(順理=하늘 뜻)대로이다. 이렇게 저렇게 사람이 사는 삶도 만상과 다름없이 하늘 뜻대로이지만 사람은 욕심을 가지고 제 뜻으로 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되는 것도 저렇게 되는 것도 하늘 뜻은 그냥이지만 사람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어 그냥인 그것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사람은 가지고 이루는 것도 제 뜻으로 하려 하고 또 가지게 되고 이루어진 것을 제 희로애락으로 본다. 바라는 대로 되고 저한테 맞으면 희(喜)하고 바라는 대로 되지 않고 맞지 않으면 비(悲)한다. 그러니 사람이 제 뜻으로 하겠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그만큼 하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냥인 것을 일희일비하는 것도 하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다.

일체가 하늘 뜻으로 된다는 것을 제대로 안다면 삶의 굴곡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은 순리로 되고 있고 또 순리를 거스르는 일이 벌어지면 순리를 회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삶의 굴곡도 하늘 뜻이 흐르고 회복되는(바로 잡히는) 과정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것을 모르고 삶의 굴곡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다. 삶의 굴곡을 이해득실(利害得失)에 따라 자기중심적인 마음을 가지고 자기 나름으로 바라보고 자기 나름으로 판단하여 이러니저러니 하고 있다. 세상을 보는 것도 자기중심적으로 본다. 기분 좋은 날 비가 오면 하늘이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하고 마음이 슬플 때는 하늘도 내 마음을 알아 눈물 흘린다 한다. 마음이 즐거울 때는 새 소리를 듣고 ‘새가 노래한다’고 하지만 마음이 울적할 때는 ‘새가 슬피 운다고 한다. 왕방연은 단종을 유배지에 두고 오는 길에 강가에 이르러 ‘저 물도 내 안 가타야 우러 밤길 예놋다’ 하고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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