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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민주당(기민당)과 기독교사회당(기사당), 그리고 사회민주당(사민당)으로 이루어진 독일 대연립정부(Grand Coalition)가 조기 붕괴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이하에서는 대연정 성립과 갈등, 붕괴가능성 등을 진단해본다.

                 독일 정치에서 대연정은 예외
    독일 총선은 2005년 9월 중순에 있었다. 이 선거에서 당시 여당이던 사민당은 약 35%, 기민당은 약 36%의 득표율을 올렸다. 2개의 거대정당 가운데 어느 정당도 40% 득표를 넘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구성이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독일은 1개의 거대정당과 1개의 소수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예컨대 1998년 10월부터 2005년 9월 총선때까지 사민당과 녹색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이전에는 기민당/기사당, 그리고 자유민주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2005년 9월 선거는 거대정당과 2개의 소수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과반을 구성하고 정국을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쉽지 않았다. 사민당은 녹색당, 자유민주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자유민주당은 기본적으로 낮은 세율과 규제개혁 등을 요구하는 중도우파정당이다. 이런 정당의 강령이 사민당이나 녹색당과 부합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기민당도 녹색당이나 자유민주당과 연정 구성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평화주의자이자 친환경적인 녹색당의 강령이 보수적 성격의 기민당과 맞을리가 없었다.
    따라서 2달정도 표류되던 독일 정국은 결국 기민당/기사당, 사민당의 대연정으로 결론이 났다. 기민당이나 사민당의 양대 정당이 최선의 선택인 소수정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대연정은 어떻게 보면 독일정치뿐만 아니라 다른 민주정치에서도 예외라고 할 수 있다. 거대 정당이 거의 의석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의 견제를 별로 신경쓸 필요가 없다. 대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거대 정당들이 합의만 한다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독일 역사에서 1966~1969까지도 기민당/기사당, 사민당의 대연정이 활동했다. 당시 대연정 구성 배경도 2005년과 유사했다.
    독일 하원의원의 임기가 4년이기 때문에 2009년 9월에 총선이 있을 예정이다. 그러나 대연정에 참여한 기민당/기사당과 사민당이 정책에서 큰 의견차이를 보일 경우 연립정부가 붕괴되고 조기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대연정 지속이냐 혹은 붕괴냐가 결정될 수 있다. 기민당이나 사민당이 대연정 붕괴가 자당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연정이 붕괴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업수당 등 개혁정책전반에 대한 이견
    사민당은 지난달 27~28일 함부르크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서 사민당은 좌파성격이 짙은 성격의 개혁정책을 강조하는 강령을 채택했다.
   전당대회에서는 나이 많은 실업자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실업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통과됐다. 노동자 임금이 정점을 지나 떨어지기 시작하면 이전의 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실업 수당 및 연금을 계산해 노인들의 복지 혜택을 늘려준다는 것이 골자이다.
   노동조합은 이런 강령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러나 재계는 원래 정부가 추진중인 ‘어젠다 2010’에 대한 중대한 변화하며 반발하고 있다. 실업수당을 늘리면 정부와 재계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전통적으로 노동자,노동조합과 가깝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총리(기민당)의 전임자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때부터 실업수당 삭감 등을 골자로 하는 일련의 개혁정책을 실시해왔다.
    대연정에서도 이런 정책이 계속되자 사민당내 일부 좌파는 불만을 제기했다. 너무 보수적인 기민당/기사당에게 끌려다녀 당의 정체성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민당은 사민당의 이런 공세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민당의 강령채택을 ‘사회주의로의 복귀’라며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대연정 성립이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정책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논쟁을 봉합하고 어느정도 개혁정책을 실시해왔으나 이번 사민당의 강력채택은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연정의 조기 붕괴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또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대연정 붕괴와 조기총선을 선호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주간지 ‘빌트 암 존타크’가 여론조사 기관 엠니드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4%는 기민당과 사민당이 빈번하게 논쟁하기 보다 연정을 끝내야 한다고 응답했다. 39%만이 두 정당 간 불화에도 불구하고 다음 총선이 실시되는 2009년 9월까지 연정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대답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대연정의 붕괴와 조기총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말할 수 있다.
    기민당과 사민당이 총선에 유리하다고 믿을 경우 언제든지 대연정이 붕괴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이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확실한 정책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어 좋다고 볼 수 있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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