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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4 21:25

형편없는 유럽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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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 투자비중 미국보다 매우 낮아

      최근 유럽의 대학교육이 미국과 비교해 형편없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학교육 투자비중도 매우 낮고 상당수가 국립대학교이기 때문에 교수 봉급이 짜 우수인력을 유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매우 저조한 고등교육 투자…회원국별 차이도 커
브뤼셀에 있는 유명연구소인 브뤼겔(Bruegel)은 “더 놓은 야망: 유럽대학교 개혁 어젠더”(Higher Aspirations: An Agenda for Reforming European Universities)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국내총생산의 1.3%만을 고등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3.3%를 투자한다. EU보다 거의 3배에 육박하는 투자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대학생 1인에 대한 투자액도 유럽연합은 평균 8천7백유로(2007년 1월에 가입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제외), 미국은 무려 3만6천5백유로나 된다. 미국이 한 명의 대학생을 위해 EU보다 4배가 넘는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 30년간 유럽의 경제성장이 미국보다 낮았다”며 “바로 고등교육의 투자가 매우 저조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대학에서 교육받은 우수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경제발전, 국가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그러나 EU 회원국별 고등교육의 차이점이 매우 크며 국가별 대학교육의 품질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간과했다. 예컨대 회원국 가운데 북부유럽의 덴마크, 스웨덴은 GDP대비 고등교육 투자비도 높고 대학교육의 품질도 높다. 영국도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런던정경대학 등 저명한 대학교가 많아 EU 회원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러 온다. 반면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대학교는 정부의 지원이 매우 낮고 대학별 평균 학생수도 4만명 정도에 이르는 등 교육의 품질이 매우 낮다..
     보고서는 유럽의 대학교육을 개혁하기 위해 더 많은 돈과 자율성, 경쟁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우선 자금의 경우 정부의 지원, 기업의 지원, 혹은 양자의 적절한 결합이냐를 명시하지 않은 채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개인이나 기업 등 사적 부문의 기부를 더 많이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는 있다.
     그러나 투자만 많다고 대학교육 품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운영의 자율성이 더 보장돼야 받은 돈을 대학이 책임감을 갖고 투자해 교육의 품질을 제고할 수 있다. 현재처럼 정부의 개입과 참견이 많으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고 대학의 입장에서 제대로 투자할 수가 없다. 정부가교직원이 임금도 결정하고 대학교 예산까지도 참견하면 대학은 정책관련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
      마지막으로 회원국이나 유럽연합 차원에서 대학교에 재정지원을 제공할 경우 경쟁을 도입해 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냥 나눠먹기식으로 연구지원을 하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이 보고서를 분석하는 기사에서 이런 현상과 대안지적은 어제 오늘 제기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수시로 EU의 경제성장이 저조하거나 고등교육 강화가 거론될 때마다 나온 대안이다. 그러나 이런 대안제시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 이 신문의 주장.
     반면에 이 기사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럽의 ‘고전적’ 교육과 미국의 실용교육
     이 보고서에 대해 독일이나 프랑스 등 대륙쪽의 사람들은 못마땅하는 기색이다. 유럽의 교육은 아직도 품성개발과 교양 등을 강조하는 고전교육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점이 유럽문화의 우수성을 계속 지키며 전파할 수 있는 장점이라는 것. 반면에 미국교육은 너무 실용성을 강조해 천박한 문화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3개의 대안제시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한 시민은 대학의 자율성 부여가 연구활성화와 교육품질 개선에 기여하리라는 점을 인정했다. 반면에 사적부문의 기부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즉 갑부나 사기업의 기부를 늘리려면 이들에게 세제혜택을 줘야 하는데 이럴 경우 정부가 적극 나서야만 가능하다. 과연 발벗고 나설 정부가 얼마나 있을까?
     스웨덴의 한 시민은 스웨덴 교육이 미국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스톡홀름경제학교에서 석사를 딴 후 교환학생으로 미국의 코넬대학교에서 공부했다. 미국에서 A를 얻는 것은 모교보다 누워서 떡먹기였다는 것. 미국식 교육은 단편적인 지식을 하나씩 하나씩 나누어 주는 것과 비슷했다는 것이 이 시민의 주장.
     EU 27개 회원국가운데 최대의 경제대국 독일은 해마다 두되유출(brain drain)때문에 난리가 난다. 많은 우수인력이 미국이나 캐나다, 스위스 등으로 이민을 떠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나 연구인력에 대한 박봉 등이 원인이다.
     어쨌든 고등교육에 대한 관심이나 비판은 우리나라나 유럽이나 매우 비슷하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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