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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대학생이던 1980년대에 유행하던 유머가 있었다. 한강에 정치인, 수녀, 대학생이 익사할 처지인데 누구를 제일 먼저 구조할까? 답은 정치인이다. 너무 타락해 한강물이 더 오염이 되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말로만 국익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사리사욕이나 권력욕을 채우는 정치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에서도 이런 흔적을 채울 수 있다. ‘스테이츠먼’(statesman)과 폴리티션(politician). 둘 다 정치인이라고 번역되지만 뉘앙스를 따지면 뜻이 차이가 있다. 폴리티션은 부정적 의미의 정치인이다. 즉 당리당략에 능하고 인기영합적인 정책(포퓰리스트, populist)을 서슴지 않는 권력욕에 가득 찬 정치인을 의미한다. 반면에 스테이츠먼은 비전이 있고 공익을 위해 노력하는 긍정적 의미의 정치인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미국의 경제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가운데 3년연속 1위를 차지했다.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 경제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을 이끌고 있으며 2005년 11월 총리로 취임한 후 그런대로 잘 이끌어왔다. 이런 점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파워플한 여성으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이런 메르켈 총리가 스테이츠먼이냐 포퓰리스트냐하는 기로에 서있다.
    
         독일 경제 성장둔화..선거 1년 앞두고 포퓰리스트로 기울 우려 커져
    메르켈 취임이후 독일 경제는 잘 나갔다. 지난해까지 연평균 2.6%의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2000년대초 거의 성장제로에 있던 상황과 비교하면 아주 선전한 셈이다. 물론 메르켈이 잘해서 독일 경제가 아주 잘 나간 것만은 아니다. 경제는 사이클이기 때문에 불황이 지나면 호황이 오기 때문이다.
     특히 메르켈의 전임자인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oeder: 재임기간 1998~2005) 총리는 당안팎의 반발을 무릅쓰고 ‘어젠다(Agenda) 2010’이라는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확보하고 실업자 보험, 건강보험 개혁 등이 주요내용이다. 당내 반발과 국민의 반발이 심해 슈뢰더는 원래 임기가 1년정도 남았는데 2005년 9월 조기에 총선을 치렀고 결국 선거에서 져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사회민주당의 대연정(grand coalition)이 들어서게 되었다.
     역설적으로 슈뢰더의 개혁정책이 메르켈이 취임후 효력을 발휘해 경제가 괜찮아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벌써부터 대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정당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각 종 포퓰리스트적인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따라서 메르켈이 과연 선거에서 이기기위해 인기영합적인 공약을 쏟아내 경제성장을 더 둔화시킬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독교사회당 대규모 감세안 제출…재정적자 감축이 우선
     지난 3년간 경제가 그런대로 괜찮아 독일 정부의 재정적자는 대폭 줄어들었다. 이런 기세를 몰아 건강보험 개혁을 포함한 각종 복지정책 개혁을 추진중인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은 현재 근로자 총임금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축소하면 고용주의 경우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런 여력으로 추가 고용이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물론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건강보험 혜택은 그대로 있으면서 각 종 공제를 뺀 순수령액이 커진다는 이점이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연정에 참여중인 자매정당 기독교사회당이 앞으로 4년간 500억유로(우리돈으로 약 62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제안했다. 경제성장 둔화에 따라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제출한 것이다. 메르켈이 이끌고 있는 기민당과 바이에른 주의 터줏대감 기사당간에 벌써부터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연정파트너이지만 정반대입장의 사회민주당은 최저임금제의 전면 도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독일언론은 사민당이 쿠르트 벡(Kurt Beck) 총재 지휘체제에서 점점 더 좌편향정책으로 더 기울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같은 편이지만 자기색깔 내기에 열심인 기사당의 표심잡기, 다른 성향이지만 이상한 동거파트너였던 사민당의 본색 드러내기.
     메르켈이 이런 진퇴양난의 처지에서 과연 스테이츠먼의 기질을 발휘해 인기없지만 필요한 복지정책 개혁을 강행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내년 가을에 예정된 선거에서 이기기위해 포퓰리스트가 될 것인가? 선거가 다가올수록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백해질 것이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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