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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기후변화 선도역할 제대로 할까?
   코펜하겐에서 삐그덕 거림

     7일부터 12일간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UN 기후변화 당사자회의(COP: Conference of the Parties)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일부 국내언론은 ‘Hopenhagen'이라는 말도 만들어 냈다. 희망(hope)과 코펜하겐(copenhagen)을 결합해 코펜하겐의 합의가 인류에게 희망을 가져다 준다는 의미이다. 이번 회의는 2012년 종결되는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의 후속합의를 맺으려 하는데 여러 가지가 맞물려 있어 쉽지 않다. 특히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갈등이 많이 노출되면서 삐거덕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 관련 선도역할을 해왔다고 자임하는 유럽연합(EU)에서도 이번 회의에서 입장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환경보호정책을 오래전부터  실시해왔고 국민의식이 발달된 서유럽 국가와 경제발전에 치중하는 중동부 유럽 간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두고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또 EU가 야심차게 제시한 ‘20-20-20’ 계획도 막상 현실에 직면해서는 이행이 쉽지 않다.

                    20-20-20 세부 실천방안에 이견
     지난해 12월 EU 27개국 정상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이사회(회원국 수반들의 모임)를 갖고 기후변화 정책인 20-20-20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과 비교해 2020년까지 20%로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20% 제고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높인다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엔진연구에 많은 돈을 투자해 동일한 기름 1리터에 현재 10km를 간다면 이를 몇 km 더 가게 만들어야 한다. 또 독일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편인데 폴란드는 석탄발전이 많아 재생에너지 비율이 낮다. 이처럼 다양한 회원국들의 상황을 반영해 야심찬 20-20-20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 실천은 쉽지 않다.
     현재 올 후반기 EU 각료이사회 순회의장국인 스웨덴 환경부 장관이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에서 EU 27개국을 대표하기도 하지만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각 회원국도 기후변화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또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 기후변화 담당 집행위원도 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환경정책의 경우 회원국과 EU기구가 권한을 나누어 행사하고 있어 이처럼 회원국과 EU 기구의 이중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이 회의에 참석한 폴란드 유럽담당 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생산에서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경제가 발전중이기 때문에 20-20-20 계획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중동부 유럽국가도 폴란드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입장이다. 20-20-20 계획이라는 대외적으로 큰 선전효과가 있는 야심찬 계획에는 합의했지만 27개 회원국별로 구체적으로 어느 산업부분에서 어느 정도 감축할 것인가를 확정하는 일은 아직도 요원하다. 각 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후진국 기후변화 대처 지원도 애매모호  
     코펜하겐 회의에서 선진국들은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개도국 등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시하고 합의해야 하지만 이번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하나는 선진국들이 개도국과 후진국의 기후변화 대처를 돕기위한 재정지원액수이다.
     토드  스턴 미 기후변화회의 대표는 개도국들이 주장하는 미국의 기후변화 부채 논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즉 개도국들은 그동안 미국이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개도국에 부채를 지고 있다며 그들에게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려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책을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요구를 미국이 거부한 것이다. 반면에 EU는 개도국 지원비용이 일년에 1천억~1천5백억유로 정도 될 것이라며 이 가운데 일정 부분을 분담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인 액수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이 역시 수사와 현실 간의 괴리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개도국 지원에는 동의하겠지만 구체적으로 각 국이 얼마나 분담할지는 꺼리고 있다.
     우리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야심차게 실천하며 지난달 17일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소대비(business as usual: BAU) 3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평소대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배출할 경우의 예상량을 말한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언론은 우리의 이런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리가 개도국으로 분류되어 있어 감축의무가 없지만 자발적인 감축량을 제시했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 모범을 보였다는 것이다. 긍정적 보도 만큼 앞으로 실천이 중요하다. EU도 202-20-20 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얼마나 잘 실천할 수 있을까 지켜보자.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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