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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문제해결, 진실이외에는 해결책없어”
   무기력한 EU라는 비난과 자조속에 진실과 리더십필요

    1970년대는 흔히 유럽통합사에서 ‘유럽동맥경화증’(Eurosclerosis), 혹은 ‘유럽염세주의’(Europessimism)의 시대로 불린다.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경기침체로 유럽통합의 진전이 없었고 당시 유럽경제공동체(EEC: European Economic Community) 9개 회원국의 경제성장률도 미국 혹은 일본과 비교해 매우 저조했기 때문이었다.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에서 시작되어 1960년대까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유럽통합의 도도한 흐름이 큰 장애물에 걸려 어둠속을 헤맨다는 느낌이었다. 오죽했으면 ECSC를 사례연구로 유럽통합을 연구한 미국의 정치학자 어니스트 하스(Ernst Haas)가 자신의 통합이론(신기능주의)을 이제 더 이상 쓸모없다고 자아비판까지 했을까?
    그러나 이런 유럽동맥경화증은 1986~1987년에 극복의 전기를 마련했다. ‘1992’년까지 회원국 간 국경없는 시장 형성을 목표로 한 단일유럽의정서(SEA: Single European Act)가 서명되고 비준되어 각 회원국들이 단일시장 형성에 필요한 규제완화 등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갔다.
    그렇다면 현재 유럽연합(EU)을 휩쓸고 있는 그리스발 금융위기에 무기력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EU를 보면서 일부 유럽통합론자들은 아쉬움 혹은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 과연 EU는 이번 위기를 통합의 지렛대로 삼아 다시 전진할 수 있을까?
    
                       “진실과 리더십 필요”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최근 칼럼에서 EU가 진실의 냉혹함을 그대로 수용하고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2001년쯤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그리스 정부가 정부재정적자 통계를 조작한다는 감을 잡고 있었다. 2005년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European Central Bank)은 그리스 정부의 통계조작을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 독일과 프랑스도 정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어(안정성장조약위반) 집행위원회와 독일-프랑스 간에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던 와중이라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IHT 칼럼니스트의 주장은 당시 그리스의 재정적자를 제대로 드러내 경고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현재 규모로 그리스 국가채무위기가 악화되지는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진실과 함께 필요한 것이 필자가 보기에는 리더십이다. 즉 프랑스와 독일의 리더십과 집행위원장의 리더십이다.
    필자가 지난번 칼럼에서 썼듯이 독일과 프랑스는 양국의 냉철한 현실적 이익에서 과거 50여년간 유럽통합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독일은 그리스 국가채무위기에서 끝까지 국제통화기금(IMF)의 개입을 주장하고 최근 국채와 은행주식의 공매도(현금없이 외상으로 거래하는 것)를 금지하는 일방적 정책을 이행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더 이상 프랑스가 독일을 제어할 마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독일과 프랑스의 지도자들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고 유럽통합을 진전시킬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유럽연합은 외부에 리더십이 없는 지리멸멸한 모습으로 비춰질 것이다.
    아울러 집행위원회 위원장의 리더십이 불독의 리더십과 결합될 필요가 있다. 1985년부터 10년간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의 자크 들로르(Jacques Delors)가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유럽통합에 대한 비전을 지니고 있던 그는 당시 프랑스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헬무트 콜 독일(서독) 총리와 삼박자를 이루어 단일시장 완성과 단일화폐 도입이라는 방향으로 통합을 이끌어가는데 큰 역할을 수행했다.
    반면에 2004년 11월부터 집행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주제 마누엘 바로수 집행위원장의 리더십은 매우 미약하다. 경제위기 때 유럽차원의 대응책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고 사태를 이끌고 해결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태에 이끌려왔다. 물론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독불 등 주요 회원국이 앞다투어 자국 중심의 정책을 취하는데 이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지난 1999년 단일화폐 유로화가 출범한 후 거의 12년만에 EU는 최대의기에 직면해있다.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긴 호흡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기 때문이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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