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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던 세계화 멈춰지나?
   선진국 중심 되돌리려는 움직임 vs. 역사에서 배워 그렇지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의 저명한 컬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Thomas Friedman)은 냉전이후의 세계를 세계화의 시대(age of globalization)라고 불렀다. 많은 학자들이 적합한 용어를 찾지 못해 그냥 냉전이후(post-cold war)의 시기라고 불렀는데 프리드먼은 세계화야말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특징짓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는 평평하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등의 책에서 세계화의 다양한 면을 소개하며 이 거대한 움직임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세계화는 ‘상호의존성의 증가’(increasing interdependence) 혹은 상품과 서비스, 자본과 사람들이 국경의 간섭을 별로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통과 통신의 급격한 발달로 경제분야에서 교역과 교류가 활발하게 전개되어 왔다. 경제분야에서는 국경이 그리 큰 장애가 아니고 자유화가 대세인데 반해 아직도 정치는 국민국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2008년 이후 '경기대침체'(The Great Recession)의 상황인 현재 세계화라는 이런 거대한 흐름이 되돌려질까?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FT)는 신묘년 첫 토론 주제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 토론에 참가한 5명의 석학 가운데 2명은 세계화의 움직임이 되돌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3명은 세계화는 일시적이나마 주춤하겠지만 그 도도한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의 주장을 한 번 살펴보자.

        “일부 선진국 이미 이민제한 등 반세계화 조치”
    FT의 외교분야 수석 칼럼니스트 기드온 라크만(Gideon Rachman)은 현재의 경기침체 때문에 세계화에 역행하는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주요국가들의 경제가 잘 되고 있을 때 세계화가 진전되었으나 현재는 주요 국가들의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반세계화가 진행중이라고 지적했다. 아직도 미국의 실업률은 거의 10%에 육박하고 있고 당분간 실업률 해소가 쉽지 않다. 유럽연합(EU)은 그리스와 아일랜드 등의 국가채무위기가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등으로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나 EU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잘해야 3% 남짓인데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은 연평균 8%가 넘는 경제성장을 기록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가시화하고 있다는 것. 대표적인 것이 영국과 네덜란드 등에서 이민제한 정책이 지지를 얻고 있다.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으로 구성된 영국 연립정부는 연간 수십만명의 이민자수를 수만명으로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네덜란드와 스웨덴에서는 반이민정책을 강령으로 내세운 정당들이 총선에서 선전했다. 중국과 미국 간에 벌어져온 통화전쟁도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화의 비판자로 유명한 미 컬럼비아대학교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교수도 반세계화 움직임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진국과 신흥 경제대국의 경제성장률 차이, 신흥국에 자금이 몰려들면서 신흥국들은 자본통제나 자본이득세 부과 등의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이런 정책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자본시장은 파편화되고 결국 세계화의 움직임이 꺾이게 된다는 것.    
    그러나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은 계속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논지를 편다. 피터 만델슨(Peter Mandelson, 고든 브라운 전 총리시절 기업부장관)은 2008년 후반기 미국발 경기침체가 대공황으로 비화되지 않은 것은 G20 국가들은 중심으로 한 정책공조의 결과였고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무역기구를 중심으로 무역자유화 움직임이 계속된다고 주장했다. 또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융통성없음(inflexibility), ‘담장에 둘러싸인 정원’(walled gardens) 등이 가장 큰 적이라며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의 확산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의 IT 기업 인포시스(Infosys)의 난단 닐레카니(Nandan Nilekani) 전 최고경영자는 인도와 중국의 중산층 증가, 가용 노동력의 증가로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기술 및 아이디어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어 세계화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신흥경제대국에서 급속한 중산층 증가는 소비시장확대를 의미하고 그만큼 선진국들의 이들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
    FT는 올 한해를 전망하는 특집에서 유럽의 국가채무위기와 이에따른 사회적 불안을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가채무위기로 유럽 각 국이 복지예산 등을 감축하면서 반이민정책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채무위기의 전개와 이런 움직임을 잘 살펴보면 세계화의 향방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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