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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이라크 신드롬, 다시 리비아?
美, 전쟁 지지도 급속 하락에  실익도 별로 없어...리바아에 개입 극도로 꺼려

튀니지아, 이집트...
아랍세계에서 거세게 불던 민주화의 봄(재스민 혁명). 이웃 리비아에서도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이런 봄바람이 거의 꺼져가는 듯 하다. 안타깝게도 카다피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반카다피 세력이 하루가 다르게 근거지를 잃고 있다. 카다피가 반군을 진압하고 나면 엄청난 피바람이 불 것은 분명하다. 국제사회는 어쩌면 이번 사태에서 미국에 은근히 기대했다. 수사상 지지에서 벗어나 최소한 재빨리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해 카다피 군을 압박했더라면 반카다피군이 처한 매우 어려운 상황은 조금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지 못했다. 리비아의 민주화가 미국에게 그렇게 중요한 국익이 아니라고 여겼다. 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수렁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는 미국에게 또 하나의 무력개입은 쉽지 않았다. 17일(현지시각) 유엔안보리가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위반시 무력공격을 감행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강력한 무력이 뒷받침되는 않는 한 이런 결의안은 그다지 효과가 높지 않다.
그렇다면 베트남 신드롬과 이라크 신드롬이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나?

베트남 신드롬(증후군)
“베트남이라는 망령이 이제 영원히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에 묻혔습니다. 오늘은 미국에 자랑스러운 날입니다. 이제 베트남 증후군을 영원히 추방했습니다.” 1991년 2월 28일, 당시 조지 부시(George Bush) 미국 대통령은 쿠웨이트를 점령하고 있던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을 쫓아내고 대국민 연설을 했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은 물론 이집트 등 아랍국가들도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합류했다. 또 당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유엔결의에 입각해 이루어졌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던진 핵심 메시지는 베트남 신드롬을 영원히 추방했다는 점.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강대국이 베트남이라는 소국과의 전쟁에서 졌다. 미국인은 자존심에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충격에 빠졌다. 베트남이라는 참패를 겪은 미 지도부는 이 때부터 군사개입에 항상 철수전략(exit strategy)을 포함시켰다. 언제 개입한 곳에서 빠져나오는 가는 국내정치나 국제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2001년 9월의 아프가니스탄 개입, 2003년의 이라크 개입은 아직도 철수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다시 아프간, 이라크 수렁에 빠져버렸다. 2008년 1월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두 전쟁터에서의 철군을 공약에 포함했다. 그러나 아프간과 이라크가 최소한 치안을 책임지고 정책을 집행할 정도는 되어야 오바마 대통령은 자국군을 이곳에서 철군할 수 있다. 여건이 확립되지 않았는데 조기 철군하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래저래 쉽지가 않다.

베트남 2만명...이라크 1천500명
오하이오주립대학교의 존 뮐러(John Mueller) 교수는 <전쟁, 대통령 그리고 여론: 걸프전쟁에서의 정책과 여론>이라는 책에서 전쟁 지지도와 외교정책을 비교했다.
1991년의 1차 걸프전쟁, 2003년의 이라크 개입(2차 걸프전쟁) 그리고 베트남 전쟁 시기의 여론 추이를 분석했다. 공통점은 전쟁 초기에는 과반수가 전쟁을 지지했는데 사상자가 늘어날수록 지지도는 하락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1968년 미국은 ‘테트 대공세’(Tet offensive, 1968년 1월 31일 베트남 구정부터 베트공이 미군과 월맹군을 집중공격함)로 고전했다. 이 공세로 당시 2만명 정도의 미군이 사망했다. 이 후 많은 미국인들은 베트남 전쟁을 잘못된 외교정책이라고 여겼다. 반면에 이라크 전쟁은 2년이 지난 2005년 사망자가 1천500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베트남 당시 2만 명이 넘어 전쟁이 정책상의 잘못이라고 여긴 사람들 비율과 비슷했다.
이라크 전쟁의 심각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항목이다. 이라크 전쟁을 겪으면서 미국은 점점 더 일방주의적 군사개입에 회의적이 되었다. 물론 자국에 직접적인 실익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리비아와 이라크신드롬’(Libya and the Iraq Syndrome)이라는 기사에서 이런 상황을 분석하며 미국의 리비아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왼발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시멘트 통에, 오른손은 이라크라는 시멘트 통에 빠져 매달려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손이나 한 발을 빼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설령 한발이나 한손을 빼도 뒤뚱거리게 된다. 왼발과 오른손을 한꺼번에 빼내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다 최악의 경기불황까지 겹쳤다. 이래저래 미국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있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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