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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7 09:46

IMF 총재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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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총재는 누가 될까?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된 유럽,  신흥국은 단일 후보 내지 못해 분열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연이다. 1997년 11월 말 우리는 IMF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을 애걸해야 했다. IMF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고이자, 긴축재정 정책을 요구했고 이 때문에 1998년 수많은 국내기업들이 도산했고 실업자들이 양산되었다. 한국에서는 당시 농담반 진담반으로 IMF의 약자가 나 해고되었어(I am fired)로 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 IMF가 다시 한번 국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력한 프랑스 대선 후보이자 이 기구 총재로 근무하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지난달 15일 미 뉴욕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후 총재직을 사임했다. 이 달 10일까지 총재가 되려는 사람은 후보로 나서야 하고 이달 말에 IMF가 이사회를 열어 총재를 임명할 예정이다. 현재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프랑스 재무장관이 선두를 달리고 있고, 신흥국에서는 멕시코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Agustin Carstens)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출사표를 던졌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지난 달 31일자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FT) 기고에서 이제까지 유럽의 IMF 총재직 독식을 비판하며 능력있는 개혁적인 인물이 IMF 총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달 말에 신임총재가 선출될 예정이어 누가 총재가 될지 확정적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단일 목소리를 내는 유럽, 신흥국 출신의 총재가 나와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상호견제 등으로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는 신흥국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라가르드 장관이 신임 총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타협: IMF 총재는 프랑스,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인

    1930년대의 대공황, 독일 나치즘의 폐해를 겪은 당시 자유세계는 2차 대전 이후의 전후 질서에 유엔(UN)과 브레튼우즈(Bretton Woods)기구를 만들어냈다. 대공황이 더 악화된 것은 미국과 영국 등 당시 주요 강대국들이 경쟁적인 보호무역적인 정책을 시행했고 이 틀에서 자국화폐도 경쟁적으로 인하했다. 따라서 무역자유화를 위해 '국제무역기구'(ITO), 국가들이 일시적으로 겪을 수 있는 국제수지 부족현상(외화부족, 혹은 적자)을 도와주기 위해 IMF를 설립했다. 또 개도국의 경제발전을 지원해주는 세계은행(World Bank, WB)도 설립되었다. ITO는 미국 의회의 반대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으로 대체되었고 1995년에야 세계무역기구(WTO)가 되었다. 브레튼우즈 기구(IMF와 WB) 총재의 경우 미국인이 세계은행을, 유럽인이 IMF 총재직을 맡는다는 미국와 유럽 간의 비공식적 합의가 있었다. 60년이 넘는 동안 이 규칙은 지켜져왔다. 중국이나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들은 이러한 밀실 담합을 비난해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11일부터 일박 이일 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IMF의 지분조정과 함께 총재 선임을 포함한 거버넌스 개혁도 일부 합의되었다. 경제력의 변화를 반영해 IMF 쿼터(납입 자본금으로 이 비중에 따라 투표권이 있음)의 6.02%를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전했고 유럽국가들이 차지하고 있는 이사직 두 자리를 신흥국에 넘겨주기로 했다. 또 총재 선임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국적이 아닌 능력에 바탕을 두기로 했다. 

 

   유럽 경제위기는 유럽인이 잘 해결할 수 있어, 개혁적인 전문인이 신임 총재가 돼야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실행이 되지 않는 한 구두선에 불과하다.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는 했지만 기회가 오자 IMF 회원국들은 기득권을 쉽사리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스트로스-칸이 총재직을 사임하자마자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영국의 데이비드 오스본 재무장관은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이 IMF 총재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들은 그가 재무장관으로서 경제위기 극복책을 입안하고 잘 시행하고 있다는 점, 또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그리스 등 유럽연합 단일통화 회원국 가운데 구제금융을 제공받은 나라들의 경제위기를 제대로 잘 관리하기 위해서 유럽인이 총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제프리 삭스 교수는 지금처럼 서둘러 총재를 임명하지 말고 무엇보다도 변화된 국제경제 환경에 맞춰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전문가가 총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종결되고 있고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화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상황을 잘 관리해 국제통화체제를 개혁하고 사전 위기 예방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IMF를 개혁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

    총재 후보로 나선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도 신흥국들이 경제위기에서 선진국보다 훨씬 더 빠르게 회복했고 경제운영의 다양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능력위주로 총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FT, 6월 1일자 칼럼).

    중국과 브라질, 인도 등 3개국 IMF 이사는 지난달 말 공동성명을 통해 유럽이 IMF 총재직을 독점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들 신흥국들은 비판 성명에는 의기가 투합했으나 누가 총재가 되어야 할지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인도 혹은 중국은 상대방 인물이 IMF 총재가 나서도 이를 지원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그런 징후는 없다.

    반면에 유럽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단일후보 라가르드는 브라질과 중국, 인도를 잇따라 방문해 IMF 운영에서 신흥국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겠다며 선거운동을 펼쳤다. 미국도 아직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일부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라가르드 장관을 총재로 지지하는 편이다. 

    이번 IMF 총재 선출과정을 지켜보면서 수사와 현실의 괴리, 그리도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우위를 떨치고 있는 유럽국가들(유럽연합 회원국)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안 병 억  Christine_lagarde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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