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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2 20:15

아세안 (ASEAN) 과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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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25-26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 Association of South East Asian Nations) 외무장관 회담이 개최되었다. 말레이시아가 의장국으로서 회담을 개최하고 이끌었다.
     이 회담에서 아세안 외무장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6자회담으로의 복귀를 촉구했다. 또 언론에 그다지 보도되지 않았지만 아세안 회원국간에 비자면제협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열린 아세안 외무장관 회담에서 회원국들은 2020년까지 자유무역지대 (FTA: Free Trade Agreement)를 결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회원국 국민들의 자유로운 왕래를 촉진하기 위해 비자면제 협정을 추진한다.
     아세안 외무장관 회담에 이어 아시안지역안보포럼 (ARF: ASEAN Regional Forum) 외무장관 회담이 열렸다. 이 포럼은 지난 1994년 출범했다. 아세안 회원국을 기반으로 점차 회원국을 확대해왔다. 현재 23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세안10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 ASEAN 대화상대국 10개국(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인도, EU의장국) + 기타 3개국(몽골, 파푸아뉴기니, 북한)으로 되어있다. 북한은 2000년 7월 방콕에서 열린 ARF 회담에서 23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유럽연합에서는 유럽이사회와 각료이사회의 순회의장국이 참가한다.  유럽연합 25개 회원국은 공동외교안보정책 (CFSP: Common Foreign and Security Policy)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외교와 국방분야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각료이사회 순회의장국이 유럽연합을 대표해 아세안지역포럼에 참여한다.
     이 포럼에서 북한은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6자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끝내 6자 회담에 불참했다. 비록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의 성명이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매우 심각한 이슈임을 알 수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은 다자간 외교안보협력 창구이다. 회원국끼리 만나 주로 안보문제를 논의한다. 신뢰구축, 재난구호, 군비축소 등이 주요의제이다. 이렇다할 뚜렷한 성과는 없으나 아직도 냉전의 잔재가 남아 있는 아시아에서 회원국끼리 만나 이야기를 하는 정기적인 채널이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특히 중국은 1990년대에 다자안보협력기구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미국이 이 기구를 통해 중국을 제어하려한다는 의구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 일본의 역사의식 부재, 일본의 아시아 지역에서의 패권확대를 경계하는 중국은 일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아시아 지역의 기구에 참가하기를 꺼려했다. 그러나 이런 외교정책의 기조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ARF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1990년대 말에 들어 중국의 부상과 함께 중국이 평화로운 부상을 강조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다자간 협력기구에 점차 참여하고 있다. 이런 점도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의 성과이다.
     위에서 예를 든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ARF의 설립. 운영은 유럽연합의 통합과정을 많이 참고로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도 두 기구와 관계를 맺으며 이 과정을 적극 지지했다. ARF에 유럽연합 순회의장국이 참가하고 있음을 이를 설명해주고 있다. 유럽에서 동남아시아까지는 수천마일 떨어져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몇몇 국가가 과거 영국이나 프랑스 등의 식민지였으나 2차대전 이후 이런 역사적 유대는 그리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국제무대에서 행동반경을 넓히려는데 있다. 아울러 주요 아세안이나 유럽연합 양자 모두 서로를 중요한 대화상대자로 인정하고 대화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 특히 아세안의 설립과 발전에 유럽연합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아세안은 지난 1967년 발족되었다. 창설 당시 회원국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5개국이다. 당시 동남아시아는 베트남 전쟁의 와중에 있었다. 이에따라 당시 회원국들은 주로 공동안보와 소련과 미국의 초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자주외교 노선을 걷기 위해 모임을 창설했다. 개별 국가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덩치를 키워 한 블록으로 한 목소리를 내면 국제무대에서 미약한 힘이나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1984년 브루나이가 가입했다. 베트남이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면서 1995년 7월 가입했다. 1997년 7월 라오스와 미얀마가 가입한 후 , 1999년 4월 캄보디아도 동참해 10개 회원국이 되었다.  
     80년 3월에는 당시 유럽공동체 (EC)와 경제협력협정을 체결했다. 두 지역기구간에 체결한 경제협력협정으로 의미를 갖는다. 이 협정은 정치와 경제, 무역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함을 목표로 했다. 이 협정의 틀안에서 각료회담이 열리고 소위원회별로 정기적인 모임을 갖게 되었다.
     유럽공동체는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시행중인 지역주의의 모델을 세계 각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 첫 대상지역의 하나가 아세안이 되었다. 아세안 지역에 일반특혜관세 (GSP: Generalised System of Preference)를 부여, 이 지역 회원국들이 유럽공동체 각 회원국에 수출하는 공산품 등에 저관세를 부과했다.
     2005년 아세안은 2020년까지 회원국간에 자유무역지대를 결성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회원국간의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유럽연합이 1960년대에 완성한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아세안은1980년부터 유럽공동체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통합과정을 배웠다. 그리고 이런 실험을 아시아에도 적용하고 있다. 당연히 유럽연합은 이 과정을 적극 지지해왔고 화답했다.
     2003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범유럽연합-아세안자유무역지대구상 (Trans-regional EU-ASEAN Trade Initiative)를 제안했다. 유럽연합이라는 한 지역블록과 아세안이라는 또 다른 지역블록간에 자유무역을 하자는 것이다. 이 제안은 아직 정식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과거 20년이 넘는 동안 아세안이 회원국간의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자유무역지대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대비해 유럽연합이 두 블록간의 자유교역을 제안한 것이다. 유럽연합의 입장에서 보면 아세안지역 회원국과의 교역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주요 시장을 선점하고 경제력을 기반으로 정치적 힘을 행사하려는 의도이다.
     아세안이 지역협력을 가속화할수록 유럽연합과의 접촉은 더 증가할 것이다.
앞으로 최소한 5-10년간의 중.장기적 안목에서 두 지역간의 관계를 차분하게 살펴보면 발전과정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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