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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9 10:32
EU 기업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하자
조회 수 1492 추천 수 2 댓글 0
독일에 본적을 둔 한 기업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유럽연합 (EU) 회원국가운데 다른 나라로 회사를 옮긴다고 가정해보자. 언듯 보기에 매우 간단한 문제일 것 같다. EU가 상품과 서비스, 노동과 자본,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보장해주는 단일시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우선 독일내 회사를 청산해야 한다. 청산을 하려면 많은 돈을 주고 변호사를 고용하고 시간도 최소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걸리기 일쑤이다. 물론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영국 등 기업규제가 비교적 적은 다른 회원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기업이 빠져나간 회원국에서는 하향평준화 혹은 사회적 덤핑을 운운하며 불평한다. 기업이 다른 회원국으로 이전함으로써 실업자가 발생하고 사회적 불안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업규제가 적은 다른 회원국들은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다른 회원국들도 규제완화를 단행해 기업하기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라고 충고한다. 최근 EU에서 이런 논란에 불을 당기는 움직임이 있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기업들의 역내 이동을 자유화하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다른 회원국으로 이전해 회사를 운영하고자 할 때 청산절차를 단순화해주는 것이다. 찰리 맥크리비 EU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내년초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유럽연합 재계는 환영하고 있다. 규제경쟁을 통해 기업하기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면 직업도 창출되고 경제성장도 급증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번거로운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유럽회사로 전환해 EU 각 국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유럽최대의 보험업체 알리안츠는 ‘범유럽회사’ (Societas Europae, SE)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다국적 기업 가운데 최초로 독일국적을 버리고 유럽이라는 큰 틀을 선택, 관심을 모았다. ‘범유럽회사’는 유럽연합 (EU) 회원국에 소재한 기업이 국적을 버리고, 즉 해당국의 관계법을 따르지 않고 유럽연합 회원국이 합의한 모든 기업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회사법을 따르는 방식이다. EU회원국의 회사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국경없는 단일시장이라도 다른 나라에서 영업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국적을 버리고 ‘범유럽회사’로 전환이 가능하다. 알리안츠가 다국적기업 가운데 최초로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여러가지로 분석이 가능하다. 크게 보면 독일의 까다로운 근로자 보호규정과 세제 등 여러가지 규제에서 벗어나는데 주목적이 있다. 2천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독일 기업은 경영감독위원회에 동수의 근로자 대표를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영감독위원회는 이사회를 감독하며 기업의 주요 활동을 감독한다. 근로자대표가 고용주 대표와 같은 수로 경영감독위원회 임원으로 참여, 기업의 운영을 함께 논의해왔다 (공동결정). 또 단위사업장에서는 근로자평의회 (Works Council)가 있어 근로자의 고충을 반영해왔다. 독일식 사회적시장경제 (social market economy) 대표적 특징이다. 노사상생의 관계를 정립하는데 큰 기여를 했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특히 지난해까지 독일경제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구조개선 등에 장애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범유럽회사’가 되면 단위사업장에서 근로자평의회가 필요없다. 또 독일이 아닌, 회사가 단위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각 국의 근로자대표가 경영감독위원회에 참여한다. 따라서 이사회 임원인 근로자대표가 공유하는 기업문화가 다르고 여러가지 상이한 입장이 나타날 것이다. 고용주 입장에서 보면 근로자들을 적당히 분리지배할 수 있다. 알리안츠가 이탈리아 2위의 보험업체 RAS의 잔여지분 인수를 제의하면서 ‘범유럽회사’로 전환을 발표한 점은 이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전환을 하면 세금을 물지 않고 다른 나라로 본사를 이전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까다로운 규제를 벗어날 수 있고 또 법인세가 가장 낮은 곳으로 얼마든지 이전이 가능하다. 물론 알리안츠의 미하엘 디크만 회장은 일간지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유때문에 ‘범유럽회사’로 전환한다는 점을 부인했다. 디크만 회장은 기업본사를 독일 뮌헨에 계속 둘 것이며 근로자평의회와 동수의 근로자 대표가 경영감독위원회에 계속 참여한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기업은 언제든지 경제여견과 상황에 따라 법인세가 낮고 규제가 적은 곳으로 이전이 가능하다. 중소기업의 경우 ‘범유럽회사’로 전환하기 보다 법인세가 낮고 규제가 적은 영국에서 기업을 설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영국에서는 300유로 (한화 38만원) 정도의 설립비용과 1파운드 (2천원 정도)의 초기 자본만 있으면 유한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설립비용이 최소 1천유로, 초기 자본은 2만5천유로이다. 이 때문에 약 2만개 정도의 독일기업이 영국에서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상법을 개정해 기업에게 더 많은 규제를 가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기업활동과 관련해 규제가 없을 수는 없다. 문제는 무슨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한가에 대해 재계와 정부가 상당한 시각차가 있다는 점이다. 전경련도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할 때 기업활동측면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가 국가경제 전체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정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완화를 외쳐왔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규제완화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EU는 올 해 과거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다. 기업이동이 좀 더 자유롭게 되어 유럽경제가 활력을 찾기를 기대해본다.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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