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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필리핀 중부의 세부 (Cebu) 섬에서 제2회 동아시아정상회담 (EAS)이 열렸다. 아세안 (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이른바 ‘플러스 쓰리’), 아세안 대화상대국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모두 16개국 정상들이 회담에 참여했다.
     회담에서 정상들은 자유무역지대 (FTA) 추진과 북한 핵문제 대응책, 테러와 조류 인플루엔자 대책 등을 상호 관심사로 논의했다. 이 회담은 원래 구랍 중순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이 태풍과 테러를 이유로 정상회담을 1달정도 연기했다.
     동아시아정상회담은 2005년 12.12~1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최초 모임이 열렸다. 이 모임이 왜 필요하고 또 누가 회원국이 되고 이 회의가 무엇을 다룰 것인가에 대해서 회원국들의 입장차이가 매우 컸다. 아직까지도 이런 논란은 진행형이다. 따라서 이 모임을 생소하게 여기는 것도 당연하다. 이하에서는 EAS를 분석한다.

                    아세안과 중국, 일본
     우선 아세안은 1967년 창설되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5개국이 원가맹국이다. 당시 인도차이나 반도는 베트남과 라오스 등 공산화의 물결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회원국들은 안보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아세안을 출범시켰다. 이어 1980년대와 1990년대 베트남과 브루나이,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이 차례로 가입해 현재 10개국이 회원국이다. 아세안플러스쓰리 (Asean Plus Three: APT)는 1997년 12월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주요 3개국 정상을 초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어 1998년 1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아세안정상회담은 아세안플러스쓰리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즉 아세안정상회담이 종결된 직후 아세안 10개 회원국들과 중국, 일본, 한국 등 3개국의 정상들이 함께 만나 상호 관심사를 논의한다.
     아세안이 동북아 주요 3개국과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도 당시 아시아를 휩쓴 외환위기에 대한 공동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약진도 한 이유가 되었다. 지난 1990년대부터 중국이 연평균 거의 두 자리수에 육박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중국은 아세안의 주요 교역상대국이 되었다. 또 남지나해 등 중국과 인근 국가들과의 영토분쟁도 주요 이슈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아세안 국가들에게 경제적.정치적 이득이었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평화적 도약을 외교정책의 기조로 설정한 후 국제기구에 적극 참여했다. 또 아세안이라는 기구에 일본의 영향력이 비교적 적은 것도 중국이 APT에 적극 참여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일본은 아세안의 주요 교역상대국이지만 회원국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동북아통합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APT에 적극 관여했다.

            동아시아 정상회담: 중국견제의 정치경제학
     그러나 아세안플러스쓰리에서 중국의 주도적인 역할이 문제가 되었다. 일본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는 APT가 중국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에 불만을 갖고 회원국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주로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 그리고 서남아시아의 지역 대국 인도도 포함하자고 제안했다.
반면에 인도네시아와 외교적 주도권 경쟁을 벌여온 말레이시아는 이런 회원국 확대에 반대했다. 중국도 자신을 견제하려는 일본 주도의 회원국 확대제안에 반대했다. 특히 인도는 자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기구가 아시아 통합에서 주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결국 2005년 회원국 확대문제를 두고 많은 논란을 벌인 끝에 어정쩡한 타협을 이루었다. 호주와 뉴질랜드, 인도가 아세안의 대화상대국으로 동아시아정상회담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정상회담은 무엇을 하는 기구인가? 그냥 16개국의 회원국 수반들이 모여 상호관심사를 논의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끝나는가? 무엇을 위해 이런 논란을 거쳐 새로운 기구를 만들었는가?
아세안 회원국은 아세안이 동아시아 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일본, 한국과 아세안플러스쓰리 모임을 정례화했다. 아세안플러스쓰리에서 아세안은 하나의 블록으로서 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정상회담에서 아세안은 이 회담의 출범단계에서 보여주었듯이 분열하고 있다. 아세안은 하나의 블록이 아니라 개별 회원국의 입장으로서 EAS에 참가한다. 또 EAS의 역할확대에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EAS가 앞으로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분간 16개 회원국의 수반들이 모여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는 대화의 창구 정도로 기능할 것이다.
흔히 유럽통합과 아시아의 지역협력을 많이 비교한다. 유럽통합은 초기에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와 베네룩스 3개국 등 6개국이 모여 유럽경제공동체를 설립했다. 이들 6개 회원국들은 정치적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을 공유했다. 회원국들이 정치적 가치를 공유했고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를 공유했다.    
반면에 아세안 10개국의 경우 정치적 발전의 정도가 매우 상이하다. 미얀마는 군부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베트남도 사회주의 체제이다. 마찬가지로 경제력 격차도 크다. 아세안 회원국간의 다양성이 너무 커 통합의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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