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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프리카에 있는 모잠비크. 이 나라는 일인당 국민소득이 750달러 (우리 돈으로 약 69만원) 정도로 아프리카에서도 최빈국중의 하나이다. 2004년도 연간 정부예산은 13억달러 정도, 우리 돈으로 약 1조2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올 해 우리정부 예산이 240조원 정도니까 아주 조그만 정부 예산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나라에 1억8000만달러를 투자한다는 외국기업이 있었다. 정부예산의 10%가 넘는 거금을 투자한다고 나선 기업은 이웃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본부를 둔 사탕수수 제조업체 ‘통갓-후렛 그룹’이다.
     월스트리트저널 (WSJ)의 보도에 따르면 이 업체는 2년간 1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8600헥타르의 밭에 사탕수수를 더 심고 현대식 기술을 도입하며 8800명의 노동자들을 추가로 고용한다고 밝혔다. 이런 사탕수수밭 투자는 인근의 잠비아에서도 발표되었다.
     먼 나라의 일로 들리지만 아프리카 빈국의 사탕수수밭 투자는 유럽연합이 실행중인 공동농업정책 (CAP)의 변화 때문이다. 또 장기적으로 유럽의 소비자들도 값싸고도 품질좋은 설탕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런지 이를 분석해보자

                  EU 농산물 가격 너무 비싸
     우선 EU의 공동농업정책은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지난 1월1일 불가리아와 루마니아가 추가로 EU에 가입함) 농민들에게 모두 동일한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준다. 이를 위해 농민들이 생산하는 포도주나 올리브, 치즈, 우유 등 각 종 농산물을 일정 가격으로 보장해준다 (지지가격). 또 농민들이 외국으로 농산물을 수출할 때 수출가격이 국내 가격보다 낮으면 수출보조금을 지불한다.
     1963년 공동농업정책이 처음으로 시행될 당시 유럽공동체 회원국들은 2차대전 이전의 배고픈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식량 생산이 저하되고 특히 경제 불황 때 농민들이 극우파 등의 선전에 쉽게 넘어간 아픈 역사적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이를 막고 안정적인 식량생산과 농민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기 위해 공동체 차원에서 안정된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주자는 것이 공동농업정책의 취지였다.
     문제는 이 정책이 너무나 성공해서 엄청난 잉여 농산물이 쌓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극소수의 예를 제외하고 EU의 농산물 가격은 국제 농산물 가격보다 평균 2~3배 비쌌다. 해마다 봄이 되면 각 회원국 농업장관들이 브뤼셀에 모여 그 해 각 농산물 지지가격을 결정한다. 그 동안 지지가격 인상률이 많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높다. 유럽연합 예산의 45%정도를 전체 인구의 5%정도에 불과한 농민지원에 사용하며 농부들에게 높은 가격을 보전해주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판정과 농업보조금 감축, 아프리카 사탕수수밭
      이런 과도한 농민지원에 대해 농산물수출국, 특히 아프리카의 최빈국들이 불만을 갖는 것도 당연했다. 호주나 브라질, 인도 등 신흥 경제국들은 세계무역기구 (WTO) 협상에서 블록을 형성해 EU의 과도한 농민보조금 삭감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2005년 세계무역기구는 EU가 농민들에게 너무 과도한 사탕수수 보조금을 주고 있다며 이를 삭감하라고 판시했다. 과도한 사탕수수 보조금이 공정한 국제사탕수수 무역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미국도 연간 약 10억달러의 사탕수수 보조금을 지불하고 있지만 사탕수수 수출량이 미비하기 때문에 WTO에 제소되지 않았다.
     현재 사탕수수 생산업자를 보면 브라질이 연간 2800만10t, 유럽연합이 2100만70t, 인도가 1500만20t, 중국이 980만t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최대 소비국은 인도 (2010만t), 유럽연합 (1680만t), 중국 (1180만t), 브라질 (1100만t) 정도이다.
     비단 사탕수수 보조금뿐만 아니라 우유와 치즈, 포도주 등 유럽연합의 과도한 농민보조금은 도하개발어젠더 (Doha Development Agenda: DDA) 타결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 DDA 협상이 결렬 됐을 때 미국과 유럽연합은 서로 상대방에 결렬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유럽연합은 농산물 보조금 삭감범위를 대폭 상향 조정했는 데도 미국이 자국 농산물 보조금에 대해 유연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유럽연합은 공정무역을 확립하기 위해 또 예산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농산물 보조금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 2009년도 사탕수수의 1톤당 보장가격은 335유로로 책정됐다. 이는 올해 494유로와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한 가격이다.
     보통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 자선방법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EU는 세계 최대의 개발원조제공국이라는 명예에도 불구하고 보호무역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공동농업정책 때문에 자주 비판을 받아왔다. 어쨌든 EU의 농업보조금이 많이 삭감돼 아프리카 빈국들이 농산물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공정한 무역질서 수립에 도움이 된다.
     아울러 빈국의 농민들도 이런 무역의 증진으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유럽의 소비자들도 농산물 가격이 인하되고 값싸고도 품질좋은 농산물이 수입되어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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