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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에서 2번째로 강력한 단일화폐 유로화를 경제성장에 이용하지 않으려고 유로화 채택에 찬성 투표를 던진 것은 아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현 프랑스 대통령, 지난 3월13일 에어버스 노동조합앞에서의 연설)


“유럽중앙은행(ECB)을 제어할 수 있거나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지난 5~6일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담에서 EU를 대표해 독일의 재무장관 페어 슈타인브뤽)

     지난달 16일 프랑스 대통령에 취임한 니콜라 사르코지의 유로화 공격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글 첫머리에서 인용한 것은 사르코지가 대통령 후보였을 때 에어버스 노동조합앞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독일 등 주변국들은 사르코지의 반 유로화 연설을 우려에 가득찬 눈으로 주목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당시 대선에서 이기기위해 사르코지가 이런 반유로화 수사를 채택했다고  여기기도 했으나 일부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이런 수사가 변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사르코지는 유로화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성장에도 주목해야”
     사르코지가 유로화, 나아가 유로화를 채택한 13개 회원국의 단일 이자율을 결정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을 집중 공격하는 것은 다분히 국내정치적인 목적이 있다. 10일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총재로 지원 유세에 참여하면서 경제성장을 우선 기치로 내걸고 있다. 이러기 위해서는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화의 가치가 문제이다. 또 이런 상황에서 6일 기준금리를 4%로 0.25% 올린 ECB의 조치도 같은 맥락에서 공격하고 있다. 금리가 올라가고 유럽경제가 호조를 보이니까 많은 외국자본들이 유럽에 몰려들고 있다.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강세, 그리고 이자율 인상, 외자의 유입 등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문제가 되고 있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의 경우 수출을 주로 한다. 그런데 미 달러에 대해 유로화 가치가 10센트만 올라가도 미국의 경쟁업체 보잉의 입장에서 보면 에어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얻게 된다.
     따라서 사르코지는 유럽중앙은행이 독립적이라고 정치인들이 무관심해서는 안되며 직업창출에도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독일 등 많은 다른 EU 회원국들이 사르코지의 반 유로화 정책을 비판하며 유럽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로화에 대한 프랑스의 모순된 태도
     현재 ECB는 유럽연합조약(일명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라 엄격한 독립성을 보장받았다. 이 조약에 따르면 EU 회원국내 어느 누구도, 또 EU의 어느 기구도(집행위원회, 각료이사회, 유럽의회) ECB에 무엇을 하라고 지시할 수 없다. 대신 ECB총재는 유럽의회나 각료이사회의 질문에 답하고 특히 유럽의회에 나가 정책을 설명한다.
     ECB의 이런 독립성은 독일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Bundesbank)의 모델을 그대로 채택했다. 단일화폐 유로화는 당시 유럽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수행했던 독일의 마르크화를 포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독일은 마르크화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ECB의 독립성을 원했다. 또 독립성과 함께 유럽중앙은행도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물가안정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
     ECB가 이런 목표를 주로 수행하다 보니 유로화 가치는 계속해서 인상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프랑스정부나 독일 정부, EU의 다른 회원국 정부도 ECB에 이자를 올리지 말라거나 등의 지시를 내릴 수 없다.
     유럽연합조약을 채택할 때 모든 회원국들이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이 조약 채택이후에도 프랑스 정부는 계속해서 ECB의 독립성이 자신의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경제정책에  반대된다며 성장중시도 ECB 목표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7년 5월 총선에 이겨 총리에 취임한 리오넬 조스팽(사회당)도 이를 주장했다. 또 사르코지의 전임자 자크 시라크도 수시로 ECB를 공격했다.
     프랑스 정치인들의 ECB 공격은 그러나 매우 모순된 점이 있다.
프랑스는 독일의 마르크화가 행사하는 유럽경제내 패권에 반대해 유럽중앙은행과 단일화폐 창설을 가장 강력하게 밀어부쳤다. 그리고 단일화폐 도입의 조건으로 ECB의 독립성을 수용했다.
     그런데 실업률도 높고 수출도 안된다며 엄연히 조약채택으로 약속한 ECB의 독립성을 집중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정치인들의 우선 목표는 재집권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이해 이들은 희생양을 만들어 집중 공격한다. 니콜라 사르코지에게는 유로화, 그리고 ECB가 희생양이 되었다.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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