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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1 13:57
헤지펀드와 국영펀드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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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독일 전자업체 지멘스의 최고 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페터 뢰셔(49)는 24일 자회사인 VDO를 114억유로에 독일업체 콘티넨달AG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얼핏 보아 별로 뉴스거리가 될 것 같지 않다. 흔히 볼 수 있는 기업의 매각이다. 그러나 이는 최근 유럽 각 국에 불고 있는 헤지펀드, 국영펀드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사건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영국은행의 존 그리브 부총재도 막강한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는 중국의 국영투자회사(국영펀드)가 외국에서 전략산업을 사들이는 것에 대해 공동대응을 촉구했다. 지멘스와 헤지펀드 지멘스의 자회사 VDO 인수자로 나선 또 하나의 경쟁자는 미국의 자동차 부품공급업체 TRW였다. 그리고 TRW의 대주주는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다. TRW는 인수가격도 콘티넨탈보다 높은 120억유로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돈만 생각한다면 지멘스는 미국의 TRW에 자회사를 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독일의 정치권이나 지멘스 노조에서 사모펀드 매각에 대해 강경한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블랙스톤은 지난달말 뉴욕증시에 4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의 기업공개(IPO)를 단행했다. 돈 있는 소수의 거부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몇 년후 매각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이 헤지펀드의 재테크 수법이다. 즉 ‘먹고튀는 자본’(먹튀자본)이다. 2003년 당시 사민당의 프란츠 뮌터페링 의원(현재 노동부장관)은 사모펀드나 헤지펀드를 ‘메뚜기떼’로 비유했다. 농부들이 힘들여 지은 농사를 날아와서 뜯어먹고 날라가 버리는. 이런 펀드에 대한 적대감을 여실없이 드러낸 표현이다. 따라서 노조에서는 헤지펀드의 매수이후 전개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두려워했다. 또 노조와 가까운 대연정의 사회민주당도 사모펀드의 지멘스 자회사 인수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음을 알려줬다. 결국 뢰셔 CEO가 이런 사정을 감안해 인수금액에서 6억유로가 부족하지만 노조의 반발과 정치권의 반대를 감안해 현명한 선택을 내렸다. 민간기업의 의사결정도 이런데 만약에 사모펀드가 항구나 철도 등의 전략산업을 매입한다면 어떨까? “유럽차원의 공동대응을”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조3000만달러가 넘는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1200조, 약 5년 정도의 예산과 맞먹는 액수이다. 연간 2500억달러가 넘는 무역수지, 넘치는 외국인 투자 등으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그칠 줄 모르고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외환보유고를 적절하게 투자하면 더 큰 이윤을 올릴 수 있다. 중국정부는 외환보유고 가운데 약 2000억달러를 따로 떼내 국영투자공사를 설립중이다. 중국이 블랙스톤의 IPO에 30억달러를 투자한 것도 엄청난 투자수익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연합도 넘치는 오일머니로 운영금액이 수천억달러가 넘는 국영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국영투자회사 테마섹도 마찬가지이다. 경제논리만을 따지면 이런 국영펀드들이 많은 돈을 주고 쌍방의 조건이 적합하다면 어느 나라 어떤 기업도 인수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하게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은 지난해 두바이 국영펀드가 자국내 항구운영업체 인수를 불허했다. 항구운영이 전략산업이라는 이유에서 였다. 유럽에서도 이와 비슷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최근 국영펀드들이 전략산업 인수하는 것에 대해 유럽차원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발언직후 영국은행의 존 그리브 부총재도 같은 맥락의 발언을 했다. 국영펀드들이 중요 산업을 인수할 경우 정치적 긴장이나 사회적 불안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또 국영펀드는 유럽인의 시각에서 보면 국가가 직간접으로 기업운영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여길 수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두거나 기업이 구조조정을 겪을 때 이런 목소리는 더 거세질 수 있다. 어쨌든 중국의 국영펀드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유럽에 그 힘을 행사하려 할 때 유럽차원의 공동대응 요구는 더 높아질 것이다.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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