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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1 15:23
하반기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 프랑스 제대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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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중심가에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가 있다. 현재 벨라몽(Berlaymont)이라는 건물에 입주해 있다. 길건너 맞은편에 회원국 장관들의 모임이자 주요 입법기구인 각료이사회 건물도 있다. 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EP) 건물도 있어 EU의 수도가 브뤼셀임을 실감케 한다. 그런데 최근 브뤼셀에는 불안한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유럽이사회(회원국 수반들의 모임)와 각료이사회 순회의장국을 맡는 프랑스가 과연 제대로 막중한 책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논란의 핵심에는 지난해 5월 엘리제궁에 입성한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가 있다. 예측불가능한 선동주의자 사르코지? 지난해 5월 대통령에 취임한 사르코지는 언론의 뉴스메이커로 활약했다. 비대한 공공부문의 개혁과 과감한 규제완화, 공무원 연금의 개혁 등 선진제국이 직면한 여러가지 문제점을 과감하게 개혁하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 또 엘리제궁에 있으면서 이혼하고 모델이자 가수와 결혼하는 등 사생활 면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야심차게 제시한 개혁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해졌다. 또 지나친 사생활 노출 등 여러가지 문제점으로 그는 지난달 9일과 16일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현재 야당인 사회당이 수도 파리와 리용 등 주요도시 시장자리를 차지했다. 그의 정책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라 프랑스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프랑스 지방선거는 관심을 모았다. 그의 개혁정책에 대해 일부는 처음부터 회의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다분히 인기영합적인 성격의 그가 과연 개혁정책을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까하는 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그는 국내정치적으로도 좀 더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찬가지로 7월부터 6개월간 EU 순회의장국 의장자리를 맡으면서 EU를 인기만회용으로 이용하고 자의적으로 활동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 막중한 순회의장국 자리..프랑스의 행보는? 27개 회원국들이 6개월마다 돌아가면서 유럽이사회와 각료이사회의 순회의장국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대외적으로 유럽연합을 대표하고 유럽이사회와 각료이사회를 진행하며 주요 의제를 상정하고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순회의장국이 하는 일이다. 문제는 각 국이 추진하는 정책이나 스타일이 달라 짧은 6개월이지만 이 기간동안 회원국간의 갈등이나 충돌이 대외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EU회원국들이 프랑스의 하반기 순회의장국 취임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일부 회원국의 이런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음이 최근 사르코지의 행보에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부터 지중해연합(Mediterranean Union: MU)을 결성하자고 다른 회원국에 제안했다. 대부분 다른 회원국의 반응은 웬 뜬금없는 MU냐는 것이었다. EU는 바로 이웃인 지중해 연안에서 밀려오는 불법 이민을 차단하고자 이들 국가에게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불법이민 차단에 노력하고 있다. 또 90년대 중반부터 정례적으로 대화를 가져왔다. 이런 상황인데 갑자기 프랑스가 지중해연합을 결성하자고 나왔으니 다른 회원국들이 의아해 하는 것도 당연하다. 우선 MU가 무엇인가가 명확하지도 않았고 또 누가 돈을 지불할 것인가도 불명확했다. 특히 EU예산의 물주인 독일은 매우 불쾌해했다. 제대로 사전상의도 없이 사르코지가 이를 밀어부쳤기 때문이다. 또 중동부유럽 국가들이 EU회원국이 된 후 이들 국가들에 대한 독일의 영향력이 강화되자 프랑스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지중해 연합이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중동부 유럽은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독일 기업들이 이 곳의 최대 투자자들이다. 체코나 헝가리 등을 방문하면 독일 기업들의 로고나 제품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어쨌든 지난달 13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이사회에서 MU는 회원국간에 애매모호하게 합의가 됐다. 누가 돈을 부담할지 MU가 무슨 일을 할지도 그리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프랑스는 자국을 EU의 지도자라로 여기며 보통 베네룩스 3국 같은 소국들은 무시해왔다. 대개 독일과 긴밀한 협조아래 혹은 경우에 따라서는 독일도 무시하면서 자의적으로 EU를 꾸려나가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2003년 미국과 영국 주도의 이라크침공 때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반미선봉에 섰다. 이런 와중에 중동부유럽국가들이 친미선언을 하자 당시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중동부 유럽이 ‘입닥칠 기회를 잃었다’고 직설적으로 공격해 이들 국가의 반발을 자아냈다. 사르코지가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후 국내 개혁작업이 지지부진할수록 EU에서 돌출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EU 회원국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도 이런 복잡한 사정때문이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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