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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가 지난 1일부터 6개월간 유럽연합(EU)의 순회의장직을 맡았다. EU 27개 회원국 수반들의 모임인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와 장관들의 모임인 각료이사회(Council of European Union: The Council)를 주재하며 대외적으로 EU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첫날부터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곳 저곳에서 난타를 당하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달 12일 아일랜드 국민이 국민투표에서 개혁조약(일명 리스본조약)을 거부해 별로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 순회의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는데 초반부터 영 말이 아니다.  

         폴란드의 딴지걸기..체코도 동참
     폴란드의 카진스키 대통령은 개혁조약의 서명을 거부했다. 폴란드 의회는 지난 3월 개혁조약을 통과시켰고 폴란드 헌법절차에 따르면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대통령이 서명해야 비준절차가 완료된다. 그러나 카진스키 대통령은 아일랜드 국민이 거부한 이 조약이 이미 끝장났다며 서명을 거부했다. 즉 27개 회원국 에서 비준이 완료되어야 이 조약이 발효되는데 아일랜드가 거부했고 다시 국민투표에 회부될 가능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도 서명을 거부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달 19~20일 열린 유럽이사회의 선언에 배치되는 행동이다. 당시 27개 회원국 수반들은 아일랜드의 리스본조약 거부를 논의한 후 일단 10월에 다시 만나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은 다른 회원국들은 비준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그런데도 카진스키 대통령은 딴지를 걸며 비준을 거부했다. 물론 개혁조약의 발효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유럽이사회 선언도 무시하는 일방적인 행동이다. 폴란드뿐만 아니라 체코정부도 더 이상의 비준추진이 무의미하다고 발언하며 폴란드와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다.
     이처럼 2004년 5월 EU에 가입한 중동부 유럽 국가들이 ‘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골칫거리이다. 어쨌든 10월 유럽이사회까지 아일랜드의 국민투표 거부를 유럽차원에서 제대로 관리하면서 묘안을 짜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다른 회원국들이 최소한 개혁조약을 비판하진 않는 것이 순회의장에게는 유리하다. 그러나 폴란드나 체코는 거리낌없이 행동하고 있다.

           만델슨 통상담당 집행위원 사르코지 맹공
     설상가상으로 피터 만델슨(Peter Mandelson)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통상담당 집행위원도 사르코지 대통령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달 19일 열린 유럽이사회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아일랜드 국민이 개혁조약을 거부한 것은 주제 마누엘 바로수 집행위원회위원장때문이 아니라고 말했다. 구태여 들자면 피터 만델슨 통상담당 집행위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만델슨 위원이 도하개발어젠더(DDA)에서 농업보조금 등을 대폭 삭감하는 안을 제시했는데 EU의 지원을 많이 받아온 아일랜드 농민들이 이를 싫어해 리스본조약을 거부했다는 설명이다.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EU차원의 농민지원책인 공동농업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 CAP)의 큰 수혜자인 프랑스가 농민 보조금 삭감을 달가워하지 않음을 이렇게 대외적으로 표명했다. 당시 만델슨 위원은 크게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1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즉 27개 회원국들이 합의한 협상지침을 주어 자신은 EU대표로 대외협상을 수행해왔는데 마치 자신이 독단적으로 행동한 듯이 근거없는 비판을 했다는 것이다. 사르코지의 이런 발언 때문에 국제협상에서 자신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이 만델슨의 주장이다. 집행위원회는 회원국을 대신해 대외통상협상을 수행하고 통상협정을 체결한다. 물론 회원국들은 논의를 통해 합의한 협상지침을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에게 준다. 그렇기 때문에 통상담당 집행위원에게 농산물보조금 삭감 협상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다.
         프랑스다운 유럽의 독자적인 방위력 강화
     이런 와중에 사르코지대통령은 프랑스가 내년에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에 복귀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밖에 있으면 불신을 초래하기 때문에 나토에 복귀해야 유럽연합 차원의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1966년 나토로부터 탈퇴했다. 당시 프랑스 5공화국의 샤를 드골대통령은 나토로부터 탈퇴했고 파리에 있던 나토 사령부는 브뤼셀로 이주하게 되었다. 물론 이후 프랑스는 나토본부에 대사와 군장성을 파견해왔으나 나토의 정책결정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입장이었다. 일단 나토에 복귀해 프랑스의 발언을 강화하고 이를 발판으로 유럽연합의 방위력도 증강할 수 있다는 것.
    프랑스는 유럽연합의 방위력 증강의 하나로 회원국들이 각자 사용하고 있는 군수송기를 공동사용하고 나토이외의 EU차원의 독자적인 군사작전계획과 운영센터 설치를 제안했다. 프랑스의 이런 계획에 영국은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 그리고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나토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의 계획대로 EU가 독자적인 군사작전 계획과 운영을 담당하게 되면 나토의 역할이 약화될 우려가 높다. 미국도 프랑스의 이런 제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래저래 사르코지는 초반부터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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