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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EU의 주 48시간 근무 규정과 참호전 중

    영국정부가 유럽연합(EU)과 20년 넘게 사회정책(social policy)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 1980년대 말 마가렛 대처 정부에서 시작되었고 1997년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2007년 고든 브라운 총리에 이르기까지 집권 정당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영국은 유럽연합 차원의 사회정책을 저지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EP)가 영국이 시행하지 않고 있는 주당 평균 근로시간 48시간 이행을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를 각료이사회(EU 회원국 장관들의 모임으로 주요 입법기관)로 돌려보냈다. 각료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거부하지 않으면 의회와 각료이사회간의 긴 투쟁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이 법안의 통과여부는 불투명해진다.

      20년 넘게 계속되는 영국과 유럽과의 사회정책 투쟁
    1988년 당시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영국 총리는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다. 1979년과 1983, 1987년 내리 3번이나 총선에서 노동당을 물리쳐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영국 역사상 그리고 2차대전 이후 최초의 여성총리 대처로서는 최고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대처가 이처럼 3선이나 할 수 있었던 것은 1979년 취임이후 노동조합의 비대한 힘을 약화시키고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어느정도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처는 유럽공동체(당시는 유럽경제공동체이었음, EEC) 차원에서 추진되던 사회정책에 강력반대하였다. 당시 EEC는 각 종 비관세장벽을 제거해 1992년 12월31일까지 회원국간에 국경없는 단일시장을 이룩하는 ‘1992’ 계획 달성에 주력하고 있었다. 대처는 집권이후 이행해왔던 공기업 민명화와 시장위주의 경제개혁과 당시 EEC의 단일시장 형성 계획이 ‘코드’가 맞는다고 생각해 유럽공동체의 단일시장 완성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당시 EEC의 행정부 역할을 하던 자크 들로르 EEC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들은 단일시장 완성을 유럽통합을 진전시키는 수단으로 생각하였다. 따라서 이들은 단일시장 계획을 달성하면서 국경없는 시장이 형성될 경우 저임금과 규제가 없는 회원국으로 투자가 몰리고 이럴 경우 국내 노동계의 반발이 심각할 것과 함께 통합의 당연한 과정으로 유럽차원에서 제정하는 공동의 사회정책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즉 근로자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회원국간에 공평한 게임의 규칙을 확립하기 위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과 근로환경, 주당 평균시간을 공동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1988년 말 들로르 위원장은 독일과 프랑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공동체 차원의 사회헌장(Social Charter)를 유럽이사회(회원국 수반들의 모임)에 제시하였다. 당시 영국을 제외한 11개 회원국 수반들은 법적 구속력이 없던 이 헌장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했던 대처 총리는 이  헌장을 ‘사회헌장’이 아닌 ‘사회주의 헌장’(socialist charter)라고 부르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왜 브뤼셀의 초국가(superstate)가 영국 정부의 독자적인 사회정책에 감내 놔라 배 내놔라 하냐며 공개적인 투쟁을  선언하였다.

           존 메이저와 토니 블레어, 브라운 총리
    대처의 후임자로 1990년 12월 총리가 된 존 메이저도 당연히 EEC 차원에서의 사회정책을 거부하였다. 이 때문에 1993년 비준된 유럽연합조약(일명 마스트리히트조약)에서 영국은 사회정책과 경제통화동맹(Economic and Monetary Union:EMU)에서 탈퇴하였다. 즉 다른 회원국들은 사회정책과 EMU(단일화폐 도입)에 동의하였는데 영국은 두 분야에서 EU의 정책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를 인정받는 것이다.
    그러나 1997년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총리가 되면서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블레어는 대처와 메이저의 강변 일변도 유럽통합정책 때문에 영국이 유럽에서 소외되었다며 EU 차원의 일부 사회정책을 수용하였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 주당 48시간 근로시간 준수를 거부하였다. 근로자들이 3달 평균을 기준으로 주당 48시간 근무를 금지한 것이 이 규정이다. 근로자들이 제대로 휴식을 취해야 건강하고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영국정부는 유연성있는 노동시장을 강조하며 근로자들이 상황에 맞게 일을 더하고 덜하며 되지 이를 왜 EU차원에서 규제하냐며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특히 1930년대 대공황이후 최악의 경제침체에 직면한 현재 고용주나 근로자 모두 유연한 노동시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상황에 맞게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며 일할 수 있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회가 영국의 주당 48시간 유예를 거부하며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려고 시도하였다. 물론 각료이사회가 이를 만장일치로 거부하면 유럽의회가 다시 이를 시도할 털이고  이 과정에서 오랜 논란이 계속될 것이다.
    독일이나 프랑스는 EU 차원의 사회정책을 하나의 철학적인 문제이자 유럽통합에 당연히 필요한 중요 이슈로 본다. 반면에 영국은 이를 주로 경제적인 문제로 인식하며 거부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이러한 유사한 문제는 다시 거론되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EP가 영국에게 주당 48시간 근로시간 법안 이행을 촉구하는 지침을 통과시킨 사실을 보도하였다. 이 신문은 보도에서 EP가 있는 프랑스 국경도시 스트라스부르는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금 최악의 경기침체로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한 노동시장이 필요한데 EP가 이런 점도 전혀 모르고 영국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지침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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