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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아시아 정책
중국이 아시아 휘젓고 다니는데 뭐하냐는 목소리 높아
첫 아시아 순방 결과 주목해야

    이광요 싱가포르 전 총리가 최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의 아시아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아시아에서 중국 해군의 무력증강에 대한 우려를 제기,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이런 문제를 꺼내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미국의 아시아정책이 아직까지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리더십이 없다며 강력 비판했다. 이광요 전 총리는 “미국이 태평양에서 기반을 유지하지 않으면 세계 지도자가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사석에서 그는 좀 더 직설적으로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이 마음대로 활보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FT가 보도했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관여에다 또 무엇이 있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유럽과 아시아 사람들의 열광이 점차 식어가고 있다. 물론 오바마가 국내 경제위기 극복, 건강보험 개혁,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 산적한 문제에 치여 제대로 다른 분야에 관심을 둘만할 여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처럼 아시아 지역에서 세력균형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나라는 미국이 국내문제에 너무 신경을 써서 이 지역에서 중국에게 밀리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13일 일본,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이어 중국을 방문하고 18일부터 이틀간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그의 방문을 앞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유수의 신문들은 오바마의 아시아 정책이 무엇이고 무슨 의제가 있는지를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대개 비판적인 논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이코노미스트가 14일자에 게재한 내용을 분석해보자.

            아세안과 첫 정상회담, 그러나 일본 무시
    이코노미스트는 우선 오바마 띄우기부터 글을 시작했으나 전체적으로는 그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7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우호 및 협력조약을 체결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14일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오바마 정부는 이전 정부의 미얀마 고립정책을 번복해 미얀마 군부와도 접촉했다. 또 한국, 일본과 긴밀한 협의후에 대북 특사도 보낸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하는데 힘을 쏟았다. 즉 중국 없이는 글로벌 경제위기부터 기후변화, 핵확산방지 등 거의 모든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인식에서 이런 정책을 취했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이 많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G20을 적극 지지하는 오바마의 정책은 경제적·정치적 측면에서 세계의 무게중심이 G20으로 이동했음을 인정한 것이라 평가했다.
    반면에 일본의 신정부를 무시한 것을 강력 비판했다. 미국은 체코와 폴란드에 배치하기로 한 미사일방어체제(MD)를 취소했다. 각 국이 상황에 따라 협정을 개정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2007년 4월 서명한 한-미 FTA도 미국은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의 주일 미군기지 이전 재협상 요구를 거만하게 공격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취임 직후 전임자가 합의한 오키나와 내 미군 공군기지 이전이라는 인기없는 계획의 재검토를 공약했다. 오바마 정부는 취임 초기인 일본 정부에 인내심을 보여줄 수 있었을 터인데 미국은 처음부터 기지이전 문제에 대해 대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전계획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건방지게 말했다. 좋든 싫든 일본은 전후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 안보동맹의 초석이었다. 그런 동맹을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뿐만 아니라 FT도 지난 10일 사설에서 미국의 일본 신정부 무시를 비판하기도 했다.

                           무역 리더십 주문
    유수 언론들은 오바마에게 하나같이 무역 리더십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무역과 관련, 미국이 아세안과 FTA 협상을 공약하면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무역 리더십의 신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중국과 전략적 관계도 좋지만 중국을 견제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대중국 포용(engagement)정책과 함께 견제(balancing) 정책도 실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래저래 오바마에게 거는 기대는 많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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