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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6 23:07

유로화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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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사라지나?
    그리스발 위기로 비관론 팽배...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

    그리스발 국가채무위기가 유럽연합(EU)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1999년 단일화폐 유로화 출범 후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던 유로가 크게 흔들리는 듯 한데 일부에서는 한 술 더 떠 유로화의 퇴장론까지 나오고 있다. 또 그리스 다음의 경제위기 진원지로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유로화가 붕괴될까? 유럽통합을 연구해온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통합역사는 ‘두 걸음 진전, 한걸음 후퇴’...긴 호흡에서 봐야
    일단 유럽통합에 반대하는 일부 영국언론들은 ‘봐라, 내가 전에 말해잖아’라는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즉 1999년 단일화폐 유로가 출범했을 때 자국 화폐를 버리고 유로를 채택한 유로존(eurozone) 11개국(당시 11개국, 이후 가입조건을 충족해 유로존 국가수가 현재 16개국에 이름)의 경제철학과 운영원칙이 너무나 달랐다. 그런데도 단일화폐를 채택한 것은 통일 후 강력해진 독일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강했다. 정치적 통합의 진전이 없이 출범한 유로화는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 이런 논리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위기로 잠재했던 문제가 곪아 터졌으며 유로화가 국제무대에서 사라지리라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2000년대 초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회 이사를 지낸 토마소 파도아-스키오파(Tommaso Padoa-Schioppa)는 최근 유로화라는 성채를 공격하고 있는 이런 유로화 반대 진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칼럼에서 지적하고 있다.
    반면에 그는 유로화 지지론자들의 입장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유로화 지지론자들은 정치통합없는 경제통합은 유럽이 발명해낸 멋진 작품으로 지속될 수 있다고 믿어왔다는 것이다. 유로화 회의론자들과 지지론자들의 공통점은 바로 국민국가가 아직도 주권을 마음대로 행사하고 있으며 국민국가의 틀 안에서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점이라고 그는 분석한다. 즉 유럽통합이라는 초국가적 통합 움직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유로화의 붕괴를 이야기하고 국민국가의 입장에서 유로화를 무조건 지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국민국가 우선의 이데올로기 등과 현재의 유로화가 투쟁하고 있다며 그는 유로화가 ‘역사의 편’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유로화가 위기를 극복하고 더디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

          1992년 영국 파운드화의 위기...영국은 유로화 노!
    1992년 9월16일 수요일, 영국 파운드화는 당시 유럽통화체제(European Monetary System: EMS)의 환율조정기구(Exchange Rate Mechanism: ERM)에서 탈퇴했다. 이른바 ‘검은 수요일’(Black Wednesday)이라고 불리는 날이다. EMS는 당시 유럽경제공동체(EEC) 회원국들의 경제력을 비중으로 각 국 화폐의 상대적 가치를 매긴 바스켓 통화였다. 일단 ERM에 가입하면 상하를 기준으로 플러스, 마이너스 2.25%까지만 참여 국가 화폐의 환율변동이 인정되었다. 즉 단일화폐로 가는 중간단계로서 정해진 범위안에서만 환율이 움직였다. 영국은 1979년 EMS에 가입했으나 ERM가입은 계속해서 미루었다. 그러다가 대처 총리 사퇴직전인 1990년 10월 당시 존 메이저 재무장관이 영국 파운드화의 ERM가입을 성사시켰다.
    문제는 독일 통일이후 구동독지역에서 일시적인 건설붐으로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가 인플레이션을 저지하기 위해 이자율을 올리자 극심한 불황에 처했던 영국의 영란은행(Bank of England)도 이자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 파운드화는 당시 ERM내 기축통화 역할을 했던 독일 마르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높은 가치로 ERM에 진입했고 고율의 이자율 등으로 환투기세력의 집중공격을 받아 결국 ERM에서 탈퇴했다.
    이런 치욕을 당한 영국은 유로화 가입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원래부터 국가주권을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통화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단일화페를 채택할 필요가 없다는 점, 최근의 경제위기가 영국의 유로화 채택 불필요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는 논리다.
    반면에 발트3국중 에스토니아가 유로화 채택 조건을 만족시켜 내년부터 17번째 유로존 국가가 될 예정이다. 이번 경제위기에서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단일화폐가 아니었더라면 더 큰 외부충격에 휘말릴수도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로화는 최소한 몇 년간 유로존의 경제상황에 따라 달러에 대해 가치가 변동이 심하겠지만 영국 일부 학자들의 주장처럼 퇴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번 위기를 기화로 더디지만 한 단계 더 경제통합이 진전될 수 있다. 유로를 채택한 회원국들의 예산규율을 강화하고 상호 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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