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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해외 투자 쉽지않네

중국은 값싼 상품으로 세계를 점령하고 있는 ‘세계의 공장’이다. 중국은 또 세계 5대 자본 수출국의 하나로 아프리카 등 후진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에도 거액을 투자해 왔다. 그런데 중국의 해외 투자가 곳곳에서 잡음을 내고 있다.

물거품된 바르샤바-베를린 고속도로 공사

중국 건설업체는 지난해 6월 폴란드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철수했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와 독일의 베를린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일부 구간인 49km를 건설하는 공사에 중국해외공정(COVEC)등 3개 국영기업이 폴란드 한 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약을 따냈다. 이 구간 공사는 2009년 9월부터 공사가 시작되었으나 2년도 되지 않아 중국이 계약을 파기했다.

중국 국영기업들이 별다른 준비 없이 턱없이 낮은 가격에 공사를 수주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중국 세 개 업체는 이 공사를 유럽 시장 점령의 첫 걸음으로 여겨 당시 적정가격이라 알려진 액수의 절반에 불과한 1억 7천만 유로(약 2520억 여원)에 수주했다. 그러나 공사를 시작한 후 여기저기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공사 현장 지질도 측정하지 않고 공사를 시작했으나 구간 일부에 암석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 공기가 늘어나고 비용도 증가했다. 현장에서 고용한 폴란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도 중국 건설업체들은 주말에도 고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폴란드 근로자들의 임금도 체불되었다. 할 수없이 중국 현지에서 600명의 근로자를 데려와 공사를 강했했지만 중국 업체는 거액의 벌금을 납부해야 했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인데 비회원국 업체의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사전 허가가 필요하고 여러 가지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데 중국 기업은 이를 전혀 몰랐다. 이래저래 건설 비용이 급증하자 중국 컨소시엄은 폴란드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다시 계산해본 총 공사비용은 수주액의 4배 정도인 6억 200만 유로 정도. 결국 중국 컨소시엄은 공사 취소에 따른 벌금이 3억 유로로 총 공사비보다 훨씬 적다고 판단해 공사를 취소했다.

원래 이 고속도로는 올 해 6월 완공될 예정이었다. 6월 8일 바르샤바에서 개막되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 많은 축구팬들이 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려 했다. 그러나 공사 취소로 이런 바람은 물거품이 되었다. 자국의 건설 기술을 유럽에 자랑하고자 이 공사를 맡은 중국은 거액을 날렸다. 그리고 폴란드 내에서 중국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되었다. 폴란드 언론은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자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나 임금 체불 등을 거론하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쏟아 냈다.

중국은 졸부?

유럽외교협회(ECFR)는 최근 중국의 해외 투자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중국에서조차 서투른 해외 투자에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2001년 10차 5개년 계획에서 기업들의 해외투자 장려 정책을 발표했다. 2009년까지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남태평양에 이르기까지 백 80여 개 국가에 1만 3천개 기업을 설립했다. 이 기간 중국의 해외 투자액은 무려 2조 5천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중국 기업이 시도한 인수합병의 75%가 실패로 끝났다. 일부는 대상 기업이 중국의 인수합병을 거부한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중국의 잘못이 컸다.

위의 예처럼 중국의 해외투자는 졸부의 행동과 비슷한 면이 있다. 갑자기 큰 돈을 손에 움켜 쥐었으나 이 돈을 잘 쓰지 못해 쓰고도 욕을 먹는 셈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도 이와 유사하다. 주로 지하자원이 풍부한 수단이나 나이지리아 등에 거액을 투자하거나 지원해주고 있어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아 왔다. 중국이 아시아의 지역 강국, 나아가 부상하는 강대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이해 당사자가 되려면 기존 규칙을 준수해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국제사회의 기존 규범을 벗어난 것으로 이해된다.

한중 FTA 협상이 조만간 시작될 듯 하다.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교류도 더 활기를 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과 국내 기업 인수 합병도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중국기업의 쌍용차 인수와 철수에서 보듯이 기술 유출과 ‘먹튀’ 자본 논란이 있었다. 중국 업체는 지난 2004년 쌍용차를 인수했으나 2008년 경제위기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근로자들이 해고되었다.

중국의 우리나라 투자를 일부러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투자의 성격과 내용 등을 면밀히 보고 판단하면서 정책적 대응 등을 마련해야 한다.


안병억

케임브리지대학교 유럽통합전공 박사과정

유로저널 칼럼리스트(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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