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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부 유럽의 유로가입 준비
--슬로베니아와 에스토니아 우등생, 헝가리 낙제

               ‘슬로베니아 우등생, 헝가리 낙제’
     2004년 5월1일 유럽연합 (EU)에 새로 가입한 중.동부 유럽 8개국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발트 3국-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과 키프로스, 몰타 등 10개 회원국의 단일화폐 가입 준비도를 보여주는 중간보고서가 지난 6일 발표되었다. 유럽중앙은행 (ECB)과 집행위원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는 10개 신규 회원국이 가입에 필요한 수렴조건가운데 어느 부분을 충족했고 어느 부분을 충족하지 못했는가를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신규회원국과 단일화폐 유로 채택
     우선 10개 회원국은 2002년 4월 유럽연합과 가입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에서 신규 회원국들은 기존 유럽통합이 이루어낸 것 – 즉 각 종 조약과 단일화폐, 공동외교안보정책과 사법 및 내무분야의 협력 – 모든 것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가입을 하려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 물론 분야별로 민감한 부분 – 예컨대 기존회원국의 입장에서 보면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 –은 일정기간 동안 적용이 유예된다. 또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 등 대다수의 신규회원국들이 가입조약을 국민투표에 회부해 통과시켰다. 따라서 10개 신규회원국은 의무적으로 단일화폐, 유로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유로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가입조건 (혹은 수렴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각 국이 독자적으로 행사하는 통화정책 – 통화량을 조절해 이자율을 조절하는 것 – 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 (ECB)으로 이전된다. 현재 유로존 (유로화를 채택한 12개 회원국)에만 이런 단일이자율이 적용된다. 만약에 한 나라의 인플레이션이 10%이고 다른 나라의 인플레이션 국가가 2%라면 단일 이자율 적용에 매우 부담이 된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나라는 물가인상이 높기 때문에 시중에 풀린 돈을 환수하기 위해 대개 중앙은행은 이자율을 인상한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낮으면 이자율 조정의 필요성이 적어진다.
     이를 감안해 유로를 채택하려면 회원국들은 이자율과 인플레이션율, 정부적자와 공공부채에서 수렴조건을 지켜야 유로가입을 허용받는다. 예컨대 인플레이션율은 최저 인플레이션 3개 국가 평균의 1.5%를 초과해서는 안된다. 또 정부적자는 국민총생산 (GDP)의 3%를 넘어서는 안된다.  
     이런 수렴조건을 모두 충족한 신규 회원국은 슬로베니아와 에스토니아뿐이다. 따라서 슬로베니아는 내년 1월1일부터 유로화를 채택하게 되고 유로존은 13개 회원국으로 늘어난다.
     반면에 헝가리의 경우 정부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10%를 넘고 있다. 정부재정적자를 몇 년에 걸쳐 과감하게 삭감하지 않으면 헝가리는 유로를 채택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필자가 이전에 기고했듯이 헝가리 총리가 유권자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이에 격노한 시민들은 지난 10월 전국에서 항위 시위를 벌였다. 헝가리 정부는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고 정부청사를 매각하는 등 정부적자를 줄이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신규회원국 가운데 체코와 키프로스, 폴란드는 인플레이션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또 수렴조건을 모두 충족한 에스토니아는 유로화 도입에 필요한 준비를 거치면 1~2년 이내에 가입이 확실시된다.
     폴란드는 아직도 골칫거리이다. 카진스키 형제가 대통령과 총리를 각각 맡고 있는데 국익에 손해가 된다면 엉뚱한 짓도 서슴지않고 행하고 있다. 예컨대 유로화 가입조건만 충족하면 유로화를 채택하면 된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2002년 가입조약에서 이를 수용했고 가입조약도 국민투표에서 통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진스키 대통령은 유로화 가입을 국민투표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분히 국내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유로화 가입여부를 국민투표에 회부할 필요성이 없는데 이를 제기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고 있다. 또 자칫 한 나라의 반유로화 정서가 다른 나라도 쉽게 옮겨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유로화와 아시아 지역의 통화협력
     지난 9월 연세대학교는 노벨상 수상자들을 초청해 노벨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199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의 로버트 먼델 교수가 참여해 아시아 지역에서의 통화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먼델 교수는 보통 ‘유로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1963년 단일화폐 채택에 필요한 최적통화지역 (Optimum Currency Area: OCA)이론을 발표해 단일화폐 채택의 필요성을 일찍이 주장했다. 먼델 교수는 노벨포럼에서 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이 아시아통화단위 (Asia Currency Unit: ACU)를 채택하는 등 실무적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중국의 위안화나 일본의 엔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것이 두 나라의 라이벌관계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며 미 달러화에 연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1997년 우리나라와 태국, 인도네시아를 휩쓴 통화위기이후 아시아 각국은 통화협력을 강화해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ACU도 채택하지 못했으며 유럽통합과정과 비교해보면 통화협력단계가 매우 초보적이다.
     일단 통화위기를 극복한 후 각 국들이 통화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덜 느끼고 있다. 또 통화협력을 강화한다고 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설정 등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아시아 지역의 통화협력은 당분간 매우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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