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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EP)는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들이 직선하는 유럽의회 의원(Members of European Parliament: MEP)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785명이 넘는 MEP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EU 시민들의 민의를 반영한다고 한다. 지난 13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열었다.
유럽의회의 사무실은 브뤼셀과 프랑스 국경도시 스트라스부르, 룩셈부르크에 의회 사무국과 의사당 등이 분산돼 소재하고 있다. 각 회원국들이 EP 기구를 유치해 고용창출 등에 보탬이 되고자 EP 기구의 분산 유치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EP는 언론과 시민들의 따가운 논총을 받곤 했다. 호화로운 빌딩, 별로 일도 하지 않는 다는 비판과 함께 의원들의 후한 보수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의회의원들이 비서들의 수당지급에 많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비리를 폭로한 장본인은 현재 유럽의회 녹색당 의원인 네덜란드의 폴 밴 뷰이테넨(Paul van Buitenen)이다. 그는 1999년 당시 집행위원회에 근무할 때 자크 산테르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집행위원이 정실인사를 자행했음을 폭로해 EU역사상 최초로 집행위원 전원의 일괄 사임을 초래한 사람이다. EU의 부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런 의혹을 폭로했기에 사실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령회사 통해 비서 수당 빼돌리기
     우선 뷰이테넨 의원은 2004~2006년 지급이 이루어진 167개 건을 조사했다. 대부분의 유럽의회의원들은 비서들에게 수당을 지급할 때 행정적인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비서들을 파견한 회사들에게 수당을 지급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당을 지급받은 회사가 유령회사이거나 이상한 경우가 많았다. 한 회사는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다른 회사는 목재회사였다. 어떤 경우는 의원이 비서를 거느리고 있지 않았지만 회사에게 수당명목으로 돈이 지급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3건의 경우 의원들이 자신들의 계좌로 비서 수당을 이체했다. 또 돈을 지급받은 회사들이 유령회사인 경우가 많았다. 3년간 이루어진 일부 지급건을 조사했으니 이런 공금횡령이 빙산의 일각임을 짐작할 수 있다.
     167개 건을 종합할 경우 약 1억3500만유로 정도로 집계됐는데 이는 MEP 1명에 월 1만5500유로(우리돈으로 약 2200만원)를 이상하게 쓴 셈이다. EU시민들이 지급하는 혈세를 MEP들이 자기 돈이 아니라고 ‘눈 먼 돈’ 비슷하게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진실은 밝혀질까? (환골탈태, 입법기관으로서 한계)
     뷰이테넨 의원이 이런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정작 유럽의회내 감사실 등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제보자인 뷰이테넨 의원이 징계를 당할 처지에 있다. EP 규정에 따르면 내부 보고서를 허가를 받지 않고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의회내 감사실에 관련 리포트 공개를 수차례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제재받을 것을 감안하고 이번에 보고서를 공개했다. 1999년 집행위 일괄사태를 몰고 온 것처럼 이번에도 내부제보자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이번에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감사실에 의원들의 비서수당 지급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문제점을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감사실은 자체보고서에서 이런 수당 지급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다른 경우에도 비슷한 부정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감사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뷰이테넨 의원의 주장이다.

              환골탈퇴해야 할 유럽의회
     유럽통합사에서 유럽의회는 1970년대말까지 춥고 배고픈 기구였다. 1979년 직선으로 바뀌기 전에는 각 회원국들이 임의로 선출한 대표 – 주로 회원국의 국회의원 등 –를 보내 자문기구 역할을 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통합이 진전되고 1979년 직선제로 유럽의회 의원을 뽑으면서 상황이 변했다. 유럽의회는 자신들이 시민들의 민의를 반영한다며 적극적인 권한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에 따라 회원국 장관들의 모임인 각료이사회가 거의 일방적으로 결정하던 입법과정에 의회가 관여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회원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외교와 국방 등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 유럽의회는 각료이사회의 법안을 거부할 수 있다.
     문제는 아무리 권한을 확대해도 시민들이 과연 유럽의회가 자신들의 권익을 대변한다고 피부로 느끼는 가 하는 점이다. 유럽의회 선거는 대개 유럽문제가 아닌 자국의 문제로 선거전을 치른다. 또 유럽의회 선거 대부분이 자국 정부의 중간평가 비슷한 성격을 지녀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비리 스캔달은 EU 시민들의 유럽의회에 대한 무관심과 비판을 더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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