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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국 ‘녹색성장’ 경쟁 치열
영국은 보조금 적어 미국에 기업투자 빼앗겨

이명박 정부가 지난 8월15일 녹색성장을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발표하였다. 현재 전체 에너지 생산의 2.1%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점차 늘려 이 분야의 선도국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은 이미 이 분야에서 선도국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녹색성장을 표방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오바마 당선자는 조지 부시 공화당 정부가 휴지통에 버린 교토의정서(기후변화협약)를 비준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서 규정한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공약하였다. 이처럼 각 국이 녹색성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영국 정부를 당혹케 하는 일이 일어났다. 영국 석유화학업체 BP가 재생에너지 국내투자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영국의 보잘 것 없는 보조금
     지난 6일 BP는 켄트인근 그레인 섬(Isle of Grain)에 계획했던 대규모 풍력발전단지(wind farm) 건설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따르면 BP는 영국대신 미국에 풍력발전단지를 지을 방침이다. 미국 정부는 일년에 약 150억달러의 보조금을 신재생에너지 투자업체에 나누어주고 있다. 따라서 영국의 미비한 보조금보다 미국에 투자하면 훨씬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미국내 시장규모도 매우 크기 때문에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선호하고 있다.
    스웨덴 에너지 업체 Vattenfall이 지난 10일 영국정부의 구겨진 체면을 살려주었다. 이 업체는 BP가 투자를 철회한 바로 그 곳에 Scottish Power와 7억8000만파운드의 돈을 투자해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영국이 이처럼 풍력발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온실가스의 대폭적인 감축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영국정부는 1990년과 비교해 2050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80%포인트 줄이기로 약속했다. 또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15%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충당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친환경적인 산업이자 신규고용창출이 가능한 성장산업으로 보고 있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1970년대와 1980년대 영국 북해의 정유산업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한 산업으로 규정하였다. 1970년대 북해에서 유전이 발견되면서 정유산업 등 관련 산업이 매우 발달하였다.
     그러나 BP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적은 보조금 액수와 각 지방정부의 신속하지 못한 사업계획 승인이 그동안 투자의향을 보였던 몇몇 외국업체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영국은 섬나라이고 바람이 많기 때문에 유럽연합(EU) 27개국 가운데 풍력발전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파도가 높아 조력발전 입지도 괜찮은 편이다. 마찬가지로 시장을 중시하는 경제철학으로 이 분야의 진입장벽 규제가 거의 없는 점도 영국 신재생에너지분야의 이점이다.
     영국은 섬나라이고 바람이 많기 때문에 유럽연합(EU) 27개국 가운데 풍력발전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파도가 높아 조력발전 입지도 괜찮은 편이다. 마찬가지로 시장을 중시하는 경제철학으로 이 분야의 진입장벽 규제가 거의 없는 점도 영국 신재생에너지분야의 이점이다.  
        
           미국이 녹색성장의 선도국이 될 수 있을까?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미국 뉴욕타임스 국제문제 컬럼니스트인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베스트셀러를 써서 세계화의 해설자로 유명해졌다. 그는 지난 9월 ‘뜨겁고 평평하고 그리고 붐비는’(Hot, Flat, and Crowded)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지구온난화(뜨겁고), 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중산층 확산(평평하고), 인구급증(붐비는)이라는 세가지 흐름이 상호작용함을 설명하며 미국이 녹색성장의 선도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프리드먼은 2001년 911 테러이후 미국이 국토보안부를 설치하고 외국인 출입국시 검색강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전개하는 등 병영국가(코드레드, Code Red)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세계 각 지에서 ‘희망의 등대’가 아닌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지도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잃어버리고 있는 지도력(패권)을 회복하기 위해 미국 사회를 녹색성장(녹색혁명)인 ‘코드그린’(Code Green)으로 전면 개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박애주의적 관점이 아닌 패권측면에서 녹색성장을 주창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모델을 채택해 다른 나라들이 이 모델을 수용했듯이 미국이 녹색성장의 선도국이 되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처 협약인 교토의정서는 현재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인도도 비준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서명은 했지만 부시 행정부가 비준을 거부하였고 중국이나 인도는 서명조차 거부했다. 따라서 교토의정서 같은 국제협약을 비서명국에 대해 서명을 강요하기도 어렵고 설령 중국이나 인도가 이러한 조약을 비준해도 준수여부를 감독하거나 준수여부를 강제할 마땅한 기구가 없다. 프리드먼은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미국이 녹색성장의 선도국이 되면 각 국이 미국 모델을 따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를 답습했듯이. 즉 미국이 녹색성장의 선도국이 되면 교토의정서 50개 비준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제기한다.
     그의 주장은 때마침 민주당의 버럭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내세운 녹색성장과 비슷하다. 과연 오바마 당선자가 내년 1월 미국의 44대 대통령에 취임하면 미국이 녹색성장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우리나라와 유럽연합, 그리고 미국정부의 정책을 지켜보면서 이 문제를 주시해보자.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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