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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국제무대에서 한 목소리 낼 수 있을까?
내년도 이탈리아와 영국이 각각 G8, G20 의장국 맡아
경제문제에 한 목소리 낼 경우 지도력 행사 가능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선진국 및 신흥경제국 G20의 경제정상회담이 열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방선진 8개국(G8)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신흥 경제국 정상들이 참가해 세계적인 경기침체 대응책을 논의하였다. 비록 구체적인 뚜렷한 결과는 없었지만 수반들은 경기침체시기에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인정하였고 국제공조를 다짐하였다. G20은 원래 1999년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모임이 시초였다. G20이 세계경제 생산량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공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이탈리아는 2009년도 G8 의장국이며 영국은 G20 의장국이다. 과연 두 나라가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제대로 업무를 해 낼 수 있을까?

                     G8 확대와 G20
   우선 서방선진8개국 의장을 맡는 이탈리아는 경기침체에 대한 공동대응이 급선무이다. 선진국이 앞장서 경기부양책을 내놓아 디플레이션의 확산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대국을 회원으로 받아들일까 하는 문제이다.
    중국 지도부에게 경제성장은 부족한 정통성을 만회하는 필수적인 정책도구이다. 따라서 중국은 이달 초 수백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앞서 발표하였다. 이러한 중국이 일단 서방선진국 모임의 일원이 되면 여러가지 정책제약을 겪게 된다. G8이 비록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진국의 모임이지만 일단 합의를 하면 회원국들이 여러가지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가 이러한 제약을 감수하고서라도 G8이라는 클럽에 가입하려고 할까? 인도도 비슷한 입장이다.
    중국 지도부가 일단 서방선진국 모임에 가입한다고 결정하면 회원이 될 수 있는 확률은 높아졌다. 일방주의를 내세웠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퇴임하고 민주당의 버럭 오바마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오바마 자신도 미국의 국익을 우선하겠지만 중국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중국에 대한 견제와 포용에서 포용쪽에 더 무게를 둘 가능성이 많다.
    이럴 경우 G8 회원국인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는 딜레마에 빠진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다자주의를 적극 지지해왔던 이들이지만 G8 확대에 따라 유럽의 과다대표성(over-representation)이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자주의와 유럽 각 국의 국익 충돌
     G8 모임에는 위에서 열거한 유럽의 4개국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참가한다.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15개 나라가 단일화폐 유로를 채택하였다. 따라서 15개 유로존(유로를 도입한 회원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ECB가 G8이나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모임에 참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ECB의 참가와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의 참가는 중복성이 문제이다. 영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국은 유로를 채택하였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보면 유로존에 속하는 3개 나라는 G8은 재정정책 등 종합적인 경제정책을 논의하기 때문에 계속 참여해도 그리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IMF나 세계은행은 주로 통화문제를 다룬다. 그런데 유로존을 대표하는 ECB도 이런 모임에 참여하고 유럽 각 국도 참여한다. 비유럽 회원국이 보면 유럽이 너무 많이 참여하고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것이 당연하다.
    G20 의장국을 맡게되는 영국도 고민에 빠질 것이다. G8 의장국인 이탈리아와 긴밀하게 협조해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좀 더 완화해야 한다. 두 의장국이 분업을 통해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공통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금융위기에서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그는 부실에 처한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과감한 국유화를 실행하였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브라운의 조치를 지지하였고 유럽 각국도 비슷한 정책을 실시하였고 이러한 조치를 싫어했던 미국도 결국 금융기관 국유화 정책을 실시할 수 밖에 없었다.
    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이 경제문제에서 한 목소리를 낼 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각 국이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포기하고 대표 한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할 수 있을까? 표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정치지도자들은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인물인 것처럼 보여지기를 원한다. 겉으로는 다자주의를 지지해왔지만 각 국의 속내가 다른 유럽 정치지도자들이 과연 내년도 국제 경제 무대에서 좀 더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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