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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과 경기부양책이 연관이 있을까?
      각 국이 경제대공황 II를 극복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지난 16일 789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켰고 국가 부도설이 나도는 헝가리 등도 경기를 되살리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개의 기사가 각 국의 경기침체 소식, 이에 대처하는 경기부양책을 다루고 있다. 이런 시급한 분위기속에서 경기부양책이 지속가능한 발전과 조화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지나친 이상론, 혹은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은행은 계속해서 금리인하에 열중하고 있고 재무부를 필두로 하는 정부는 적자재정을 감수하고서라도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돈주머니를 풀고 있다.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 무슨 녹색성장 이야기냐고?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일수록 녹색성장과 경기부양책이 상호 연관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앨 고어와 반기문 사무총장이 녹색성장 설파 나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재임시절(1993.1~2001.1)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Al Gore)는 아주 재수 없는 사람일까? 아니면 그렇지 않을까? 2000년 11월 당시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그는 조지 부시 당시 공화당 후보를 물리쳤음에도 결국 대선에서 졌다. 물론 공식집계에서 부시가 승리했지만 당시 판정은 미국 역사상 그런 사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부통령 재직시절에도 환경파괴를 경고하는 책을 출판하였고 이후 정치일선에서 후퇴한 후에도 환경의 전도사로서 지구촌을 누비며 활동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 국제문제 컬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지난해 9월 출간한 책 ‘뜨겁고 평평하고 그리고 붐비는’(Hot, Flat and Crowded)에서 앨 고어의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고어 정도의 명성과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대책을 촉구해 그래도 사람들이 좀 더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경기부양책과 녹색성장의 상호연관성을 강조하는 공동 기고문을 게재하였다. 두 사람의 핵심 주장은 간단하다. 많은 나라들이 경기부양책 실시에 여념이 없는데 이런 정책을 실시할 때 각 국이 좀 더 긴밀하게 협조해 녹색성장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저명인사의 주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경기침체는 위기이자 기회..녹색성장과 조화 이루어야
     두 저명인사는 각  국이 경기부양책에 전력투구 하고 있음을 전제하며 경기부양책과 함께 세계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녹색성장이 필요하다고 설파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전세계 경기침체는 전세계의 정책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각 국이 상호 정책조정을 강화해야 하고 이 와중에서 제대로만 실행이 된다면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34개 나라가 약 2조25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런 부양책은 공해산업인 사양산업에 주로 투입되기 보다 21세기 첨단산업에 투자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연간 약 3000억달러 정도의 화석연료(석유, 가스 등) 보조금을 철폐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6%정도 줄일 수 있다고 추정된다. 세계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지도부가 이런 점을 잘 알고 재생에너지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알고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이나 신흥국들도 녹색성장을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인식해 관련 정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선진국들은 후진국의 녹색성장 혹은 생산성 향상을 도울 수 있는 그러한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발 경제위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이전에도 후진국에서 식량폭동이 빈발했다. 폭동빈발로 아프리카 몇몇 나라의 정정은 더 불안정해졌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선진국들이 후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를 늘려야 한다는 것. 후진국 지원시에도 녹색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 예를 들면 토지를 친환경적으로 이용하고 수자원을 보호하고 가뭄에 견딜 수 있는 농산물을 재배하는 것에 신경을 쓰자는 것이다.
     올해 유엔 주도로 12월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포스트 교토’체제 회의가 열린다. 선진국에 대한 온실가스 의무감축량을 규정한 교토의정서가 2012년에 만료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책이 ‘포스트 교토’이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아마도 이 협약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도 온실가스 감축에 어느 정도 동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싱, 인도, 중국)국가들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임에도 미국의 불참을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에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일단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게 되면 이런 이유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반기문 사무총장과 앨 고어는 많은 정부가 시민들의 실직과 정정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녹색성장과 경기부양책을 조화시키는 것이 현명한 투자라고 각 국 위정자들에게 다시한번 각인시키고 있다. 미국의 ‘바이아메리카’ 조항이나 프랑스의 자국 자동차 업체 보조금 지급과 자국생산 강조 등 몇 개 나라에서 불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바람도 큰 걱정거리이다. 과연 반기문 사무총장과 앨 고어가 광야에서 외치는 사람으로 끝날지 아니면 적절한 시기에 문제를 제기해 이러한 정책이행에 도움을 준 사람으로 기억될지 한 번 주시해보자.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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