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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녹색혁명을 미국의 녹색혁명이 지원한다?
   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주장

     지난달 12일 종료된 이란 대통령 선거이후 서방 주요 언론의 초미의 관심사는 이란의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이다.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대선에서 개혁파의 기수로 선전했으나 선거부정으로 선거에서 패배했다. 그의 지지자들은 대선 운동에서 녹색을 선택, 녹색스카프를 두르고 지지활동을 펼쳐왔다. 무사비 총리와 지지자들은 선거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거의 한달간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대학생들과 여성들이 앞장서 삼엄한 경비를 뚫고 줄기차게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란 정부가 언론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지만 ‘트위터’(twitter)라는 미니블로깅 사이트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녹색혁명은 진행중이다. 이란 당국이 민병대를 동원, 시위자들을 진압하면서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그래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일부 보수파들은 이 때다 싶어 미국이 이란의 개혁파를 적극 지지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그렇지 않아도 이란이 이번 시위를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력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데 ‘울고 싶은 사람 뺌 때려주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최근 칼럼에서 이란의 녹색혁명을 미국의 녹색혁명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의 논리를 분석하면서 비판한다.

         프리드먼은 처음에 광야에서 외치는 듯... 주장은 조금 실현중
     프리드먼은 지난해 9월 ‘뜨겁고 평평하고 그리고 붐비는’(hot, flat and crowded)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1월쯤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그는 이 책에서 지구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점점 뜨거워졌으며 세계화(globalization)로 각 국에서 중산층이 증가, 점점 더 소비를 많이 하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면서 지구를 더 뜨겁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드먼의 재주는 무엇보다도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능력이다.
     남미의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의 원시림,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등 세계 각 국을 발로 뛰며(globe-trotting)많은 일화를 섞어 복잡한 현상을 간단 명료하게 설명하는 능력이 참으로 뛰어나다. 하여튼 그는 이 책에서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이 기후변화 협약인 교토의정서를 휴지통에 던져 버리고 테러와의 전쟁에만 몰두, 리더십을 잃어버리고 규탄의 대상이 되었음을 신랄하게 비판해다. 그리고 ‘녹색미국’(green America), 녹색혁명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확립,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주장은 이제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어느 정도 실현되는 듯하다. 미국 하원은 지난달 말 근소한 차이로 기후변화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의 표결이 남아있어 단정하기 어렵지만 대통령이 앞장서서 이 법안을 통과시켰음은 전임자 부시 정부와 큰 차이다. 이 법안은 온실가스배출거래제(cap and trade), 자동차 연비의 향상 등 그동안 논의되어온 많은 사항을 담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상한선을 가지고 있어 초과 배출하려면 배출허용량보다 적게 배출하는 업체로부터 배출량을 구입해야 한다. 이런 시장은 이미 유럽연합차원에서는 런던에 2년전부터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다.

     석유정치(Petropolitics)의 제1법칙...원유가와 정치적 자유는 반비례
     프리드먼은 미국인의 석유중독증이 중동의 독재자들을 돕고 있다는 주장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고유가는 중동지역의 정치적 자유도와 반비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즉 유가가 지난해 상반기때처럼 120~140달러선을 오르락내리락 하거나,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오르면  중동 독재자들은 돈이 넘쳐 국민들에게 많은 보조금을 주고 매수한다. 따라서 국민들도 많은 경우 정권에 저항하려는 생각이 줄어든다. 반대로 유가가 내리면 산유국들은 재정이 좋지 않게 된다. 국민에게 주던 감세나 보조금도 줄어들 수 밖에 없고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되게 된다. 그는 원유가와 정치적 자유는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석유정치의 제1법칙으로 불렀다.
     따라서 미국이 이란의 녹색혁명을 지지하는 방법은 개입이 아니라 미국의 녹색혁명이라는 것. 즉 미국이 석유중독증을 점차 끊고 태양광이나 풍력, 조력 등을 활용하면 원유 수요가 줄어들어 유가가 하락한다. 이렇게 되면 산유국 독재자들은 점차 정권에 위협을 느끼게 된다는 것.
     필자는 지난 10월에 이 책을 읽었을 때 프리드먼의 주장은 논리정연하지만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을까하고 반문했다. 그런데 바로 버락 오바마라는 변화를 모토로 내세운 인물이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보통 ‘영웅이 시대를 만들고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을 한다. 영웅과 시대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영웅은 시대변화에 기여하고 영웅이 살고 있는 시대도 영웅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거나 그를 영웅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는 말이다. 오바마가 영웅이 될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지만 취임후 6달이 지난 지금, 그는 어쨌든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무리없이 수행하고 있다.
     실현 불가능한 듯 보였던 미국에서 녹색혁명의 신호를 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경제는 조금 나아지는 듯 하지만 아직도 경기침체가 바닥에 도달했는지는 불투명하다. 너무 낙관하거나 비관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도 무엇인가 희망을 싹을 보고 싶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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