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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3 19:59

그리스 구제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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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되나?
  구제금융 제공도 애매모호...유로존 신뢰 상실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이사회(EU 27개 회원국 수반들의 모임)에서 회원국 수반들은 경제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논의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해 시장에 신뢰를 주기에는 부족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신용평가사들의 그리스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촉발된 그리스 경제위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사태의 진전과 현황, 미래를 전망해본다.

   헤르만 반 롬푸이 유럽이사회 상임의장의 첫 데뷔...그러나 구체적 성과는 부족
     유럽이사회 순회의장(rotating presidency)은 회원국들이 자국어 알파벳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6개월동안 수행해왔다. 그러나 이럴 경우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소국이 국제무대에서 유럽을 대표할 경우 제대로 알릴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발효된 리스본조약(개혁조약)은 이런 점을 보강하기 위해 임기 2년반의 유럽이사회 상임의장(일명 ‘유럽대통령’) 임명을 규정했다. 이에따라 벨기에 총리 출신 헤르만 반 롬푸이가 초대 상임의장에 임명되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에서 앞서 나가는 방안을 주로 논의하기 위해 특별 유럽이사회를 지난 11일 소집했다. 그러나 12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그리스 경제위기 때문에 원래 목표로 했던 경쟁력 강화방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그리스 구제방안이 집중 논의되었다.
     11일 폐막된 유럽이사회 성명서는 회원국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리스를 도와주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필요할 경우 유로존(단일화폐 유로화를 채택한 EU 회원국)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결연한 공조방안을 취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에 그쳤다. EU 27개 회원국 경제(국내총생산, GDP 기준)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어 최대의 경제대국인 독일, 그리고 독일과 함께 유럽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온 프랑스는 유럽이사회 전에 그리스 지원방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독일과 프랑스 금융기관들이 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많이 구입해 그리스 정부가 최악의 경우 도산할 경우 양 국 금융기관도 부실화되고 이는 두 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 유로존 회원국인 그리스의 경제적 어려움을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GDP 대비 정부 재정적자 규모가 매우 큰(그리스는 정부 적자 규모가 GDP 대비 123.3% 정도임) 이들 나라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그리스 정부는 이러한 애매모호한 지원 용의를 받는 대가로 재정적자 감축방안 등 많은 부문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감독을 받게 되어 국가주권인 재정정책도 상당부분 침해받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EU는 그리스를 돕겠다. 그러나 그리스가 무엇보다도 재정적자 감축계획을 이행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경제위기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재정적자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아무리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라도 무작정 퍼주기 식으로 그리스를 지원해 줄 수는 없다.
     특별 유럽이사회에서 첫 데뷔를 한 롬푸이 상임의장은 언론에 정상들의 합의사항을 설명해주었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시장의 반응도 미지근해 11일 미 달러화에 대한 유로의 약세도 계속됐다.

   유로존 더딘 의사결정...위기 대응책 부족
     유럽연합, 나아가 유로존의 그리스 경제위기 대응책은 매우 부족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그리스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으나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이나 집행위원회, 독일과 프랑스 등은 그리스 지원에 난색을 표시하며 적자 축소를 강권했을 뿐이다.
     물론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 회원국에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조약 규정 때문에 그리스를 도울 수 없다. ECB는 설립당시 독일의 중앙은행인 연방은행(분데스방크, Bundesbank)의 독립성 유지와 물가안정을 최고 정책목표로 삼는 점을 상당부분 수용했기 때문에 ECB로서는 그리스 구제방안을 제시할 수도 없다.
     반면에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통합에 리더십을 발휘해왔기 때문에 양국이 합의를 했다면 좀 더 신속하게 그리스 구제방안을 다른 회원국, EU 집행위원회 등과 협의해 제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양국 모두 경제위기에 따라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마당에 그리스에 구제금유을 제공하겠다는 명시적 지원을 약속할 수 없었다.
     50년이 넘는 통합과정을 걸어왔지만 EU는 아직도 연방국가가 아니다. 연방국가라면 어려움에 처한 지방자치단체(EU로 비유하자면 한 국가)에 대규모 재정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틀을 갖추지 못하고 독일과 프랑스의 리더십도 부족한 상황에서 EU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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