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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부도는 시간문제라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채무조정이 불가피”

     1997년 11월말 당시 우리나라는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1950년 한국전쟁이후 최악의 위기라고 불린 이 금융위기를 겪고 난 사람들은 국가부도 직전이라는 위기가 개인에 미치는 영향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많은 건실한 중소기업들이 흑자도산했다. 평상시 같으면 괜찮은 중소기업들은 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연장받을 터인데 자금난에 몰린 은행들이 대출을 연장해주지 않고 상환을 요구한다. 한 중소기업이 도산하면 이곳과 거래하던 다른 중소기업들도 연달아 어려움에 처한다. 받아야할 돈이 있는데 도산하면 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실업자가 생겨났고 서울역 인근의 부랑인들도 늘어났다.  
     지난해 12월초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그리스 재정위기는 점점 더 악화되는 듯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언론들이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리스 재정위기를 중계방송하듯이 보도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단일화폐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연합(EU) 16개 회원국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를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약 450억유로 지원, 이 가운데 유로존이 약 300억유로 지원하고 IMF는 나머지 액수를 지원) 아직도 그리스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리스가 나라살림을 꾸려나가는 데 자금이 상당히 필요한데 현재의 긴축정책이나 임금삭감 계획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FT는 그리스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구제금융은 불가피한 도산을 늦출 뿐”
      볼프강 뮌차우(Wolfgang Muenchau)는 최근 FT 칼럼에서 그리스의 도산이 앞으로 1~2년안에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IMF와 유로존의 그리스 지원으로 그리스가 올해에는 파산하지 않겠지만 이는 도산의 시기만을 늦출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전문 칼럼니스트로 그리스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을 갖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려고 노력해왔다.
     우선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공공부문의 부채비율은 125%이다. 해마다 그리스는 500억유로(약 80조원 정도)의 자금을 조달해야 기존 빚을 연장하고 이자를 갚아나갈 수 있다. 앞으로 5년간 이렇게 해나가야 하는데 5년간 필요한 2천500억유로는 현재 그리스의 GDP 규모다.
     그런데 그리스는 과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할 수 있을까? 공무원들과 공공노조는 임금삭감에 반대해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복지삭감이 필요한데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뮌차우는 그리스는 결국 채무조정밖에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예단한다. 채무조정은 기업으로 치면 워크아웃이다. 채권자들이 채무자를 도산하도록 내버려두기보다는 부채를 탕감해주고 살리는 안이다. 그리스가 채무조정을 받으려면 그리스 국채를 매입한 유럽이나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단기부채를 중장기 부채로 바꿔주고 부채액도 일부 탕감해주는 등의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
     IMF와 유로존의 그리스 지원발표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에서 그리스 국채의 금리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만기 10년물 그리스 국채의 금리는 지난 22일 8.8%를 기록했다. 이는 한달전 7%선에서 폭등한 것이다. 반면에 10년물 독일 국채의 금리는 3%선이다. 즉 독일 국채 구매자들은 독일 정부가 파산할 것이라고 여기지 않으므로 3%의 이자율에도 독일 국채를 구입한다. 그러나 그리스는 8.8%의 이자를 주어야 투자자들이 국채를 산다. 그만큼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이 독일과 비교해 매우 낮다는 의미이다.  

                 EU차원의 대책 강화, 산 넘고 산넘어
     이런 가운데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 올리 렌(Oli Rehn) 통화문제 담당 집행위원(Monetary Affairs Commissioner)은 그리스와 같은 유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3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첫째, 재정규율(fiscal discipline) 강화이다. 유로존 국가들의 정부 재정적자가 GDP의 3%를 초과하면 해당 국가는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03년 독일과 프랑스는 이런 조항을 위반했지만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 이런 조항을 무시했다. 렌 위원은 상습 위반국가에 대해 보다 효과적인 대책을 이행하자고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각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자국 의회에 예산안을 내기 전에 다른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안도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회원국들이 수용할지 의문이다.
     둘째, 유럽불균형(European imbalances) 해소책으로 독일같은 경상수지 흑자국은 내수를 진작하고 그리스나 스페인 같은 적자국은 더 저축을  하라는 권고이다. 독일은 이런 제안을 일축해왔다.
     셋째, 항구적인 위기해결 메커니즘 구축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주장한 것처럼 구제금융을 받는 회원국들은 유로존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없고 낙후된 지역을 도와주는 결속기금도 받지 못하게 하는 그런 규정을 확립한다. 이럴 경우 회원국들이 최후의 정책선택이 아닌 한 이런 지원을 받지 않으려 재정적자를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제안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정으로 만들어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스 재정위기를 두고 많은 제안이 나오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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