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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소국 증후군’이 문제야!
너도 나도 긴축재정 서둘러 발표--경제성장 하락 불가피, 큰 틀과 상호조정 없어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4천만명이 조금 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억명이 넘는 국민이 이슬람을 믿고 있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이다. 지하자원도 풍부한데다 90년대말 수하르토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로 이행하면서 여러 가지 개혁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세계 주요 경제국(G20)의 회원이면서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의 수차례 테러행위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는 지난 1월 4박5일간 연구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업무에 종사중인 정부관계자들을 면담하면서 ‘대국 증후군’(big-country syndrome)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4천달러 정도(구매력 평가기준, CIA World Factbook), 반면에 우리나라는 2만8천달러에 이른다. 1인당 국민총생산이 우리의 1/7에 불과하지만 자국이 나라가 크고 발전가능성도 커 우리보다 못하지 않다는 그런 사고방식이다. 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보다 자국이 더 잘났다고 생각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저명한 경제 칼럼니스트 볼프강 뮌차우(Wolfgang Muenchau)는 최근 칼럼에서 유럽연합(EU)의 긴축재정 프로그램이 소국증후군을 그대로 드러난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국증후군이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가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고 편협한 사고방식에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중심으로 소국증후군은분석한다.

           앞다투어 긴축재정 도입---경제성장 하락 불가피
    국제통화기금(IMF)과 단일화폐 유로존으로부터 3년간 1천100억유로라는 거금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그리스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공공부채 삭감, 공직자 임금 삭감, 연금 수령액 인하와 정년 연장 등을 발표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다른 남유럽국가(PIGS: Portugal, Ireland, Greece, Spain)도 마찬가지로 긴축재정을 도입했다. 최근 총선이 있었던 네덜란드에서도 자유보수당인 VVD는 초긴축 재정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어 승리했다. 독일도 860억유로 규모의 긴축안을 발표했고 프랑스도 증세와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긴축안을 공표했다.
    문제는 이런 긴축재정이 경제성장의 하락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탈이라도 긴축안을 발표했는데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이런 긴축안 실행시 올해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해 이탈리아가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뮌차우는 헤르만 반 롬푸이(Herman van Rompuy) 유럽이사회 상임의장('EU 대통령‘)이 긴축재정을 필요한 정책이라고 적극 옹호한 점을 지적했다. 즉 이런 발언은 롬푸이 의장이 벨기에라는 소국 출신이며 이런 맥락에서 긴축안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는 대국 증후군의 국가---독일 모델을 수용할 수 밖에 없어
    반면에 프랑스는 강대국이 아닌 중위권 국가이지만 자국이 유럽의 대표국가이며 앵글로 색슨을 견제한다는 혹은 견제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강한 전형적인 대국 증후군의 국가이다. 프랑스의 많은 지도급 인사들은 독일 주도의 이런 긴축 프로그램이 분명히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 각 국이 긴축안을 도입하면 내수도 줄어들고 회원국 간 교역이 50% 이상을 넘고 있어 수출도 줄어든다. 너무 빨리 긴축안을 도입하면 경제성장이 하락하고 이는 긴축안을 실행중인 각 국에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미친다.
    프랑스는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EU 최대의 경제대국은 독일이다. 그리스 구제금융 진전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이 거부했다면 그리스 구제금융도 성사될 수 없었다. 따라서 프랑스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독일의 긴축안을 도입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프랑스 자체도 긴축안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지만 실행시기나 규모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시행할 수 있었을 터인데... 독일이 앞장서서 하니 프랑스는 독일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감안해 독일의 이런 정책을 비판할 수 없었다.
    뮌차우는 유로존 각 회원국의 이런 소국 증후군을 비판하면서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 EU가 큰 틀에서 상호조정을 강화해 긴축안을 실행하기보다 졸속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국 증후군도 문제이지만 EU는 대국 증후군은 아예 아무런 관심도 없어 소국 증후군에 갇혀 지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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