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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9 19:24
나무의 향기가 건네는 노래 – 마지막
조회 수 2758 추천 수 0 댓글 0
오랜 동안, 그리고 아마도 세월이 더 흘러 세상을 떠날 때 즈음 까지도 함께할 소중한 벗인 기타와 함께한 사연들을 써내려 가다 보니 어느덧 이렇게 긴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아직 더 가야할 그 어딘가가 있을 것이기에, 또 더 만나볼 그 누군가가 있을 것이기에 기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멈추지 않았지만 어쨌든 가장 최근 머물고 있는 이곳 영국에서도 소중한 기억들을 차곡차곡 간직하고 있다. 윈저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리랑을 연주하던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던 영국 꼬마들의 초롱초롱한 눈빛, 영국에서 가장 훌륭한 교회 중 한 곳인Kensington Temple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최고의 밴드들과 연주했던 시간들, 거리 연주를 할 때면 아낌없는 환호를 보내 주던 관객들과 한참 동안 자리를 함께해주던 한국인들을 위해 연주했던 애국가, 조윤제 대사님을 비롯 훌륭한 분들을 만날 기회가 되었던 대사관저 연주, 그리고 기타 레슨을 통해 만났던 소중한 분들… 아마도 기타가 없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귀한 만남들, 또 가져보지 못했을 그리운 추억들을 맘껏 누릴 수 있었음에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제는 기타가 나 혼자만을 위한 행복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평화와 위로, 행복을 줄 수 있는 소중한 도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타와 함께 하는 새로운 꿈들을 그려본다. 필자는 프로 뮤지션이 아니다. 그렇게 음악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음악을 통해 인기와 명성을 얻거나 큰 돈을 벌어본 적도 없다. 그렇게 보잘것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이렇게 여러 주 동안 연재하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그저 조그마한 꿈, 평범하지만 꾸준한 열정이 삶에 가져다 줄 수 있는 놀라운 행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처음 기타를 잡으면서 가졌던 바램은 너무나 단순한 것이었다. 그저 기타는 나 혼자만의 시간에 즐겁게 할 수 있는 단순한 취미였고, 그렇게 단순했던 취미가 어느덧 나 혼자만의 즐거움이 아닌, 나 아닌 그 누군가와도 함께 느끼고 행복을 나눌 수 있게 되면서 그 즐거움은 배가 되어갔다. 10년이 넘는 그 시간들 동안 내가 기울인 노력은 그저 변함없이 기타 소리를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하며, 사람들에게 내 음악을 들려주는 일을 사랑했던 것, 그것뿐이었다. 그런 까닭에 10년 전에 불렀던 그 노래들을 여전히 지금도 부르면서 행복할 수 있고, 그렇게 오랫동안 간직해온 노래들에 담겨져 있는 소중한 추억들이 더없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한국에서부터 주로 돈을 번 것은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통해서였지만, 영국에 와서 많은 분들께 기타를 가르치면서 영어를 가르칠 때와는 또 다른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지식이나 경쟁에서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행복해지는 법을 기타를 통해 전해줄 수 있다는 즐거움을 발견한 것이다. 어설픈 연주라도 자신의 기타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며 설레이기도 하고, 한동안 가까이 하지 못했던 음악을 다시 열심히 들으면서 음악과 또다시 친구가 되어가는 레슨생들의 모습에서 조그만 행복의 새싹이 움트는 것을 보게 된다. 필자에게 기타를 배우는 분들 중에는 나이가 제법 되시는 영국 아저씨, 한국 집사님들도 계신다. 대부분 한때는 음악을 좋아하셨지만 오랜 동안 잊고 지내다 세월이 흐른 뒤 늦깎이로 다시 기타를 잡으신 경우가 많다. 그런 그분들의 모습에서는 아무런 취미도, 어떤 열정을 쏟을 대상도 없이 그저 남들 따라 무언가를 소유하기에만 급급해 고단한 삶을 경주하는 대다수 또래 분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싱싱함이, 아름다운 꿈과 열정이 묻어난다. 그리고, 마치 조금씩 다시 젊어지시는 것 같다. (가수 김세환씨 같은 분이 아직도 싱싱한 젊음을 유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듯) 혹자는 나이 들어 쓸데없는 짓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무언가를 통해 꿈과 열정을 발휘하는 일에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또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으면 어떠한가, 그저 날마다 흥미를 갖고 꾸준한 열정과 꿈으로 애정을 쏟을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 누구나 사춘기 시절,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을 통해 유난히 좋아했던 그 무엇쯤은 하나씩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꼭 악기이거나 음악일 필요는 물론 없다. 그저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흐르는 세월에 그 소중한 꿈과 열정들도 모두 떠내려 보낸다는 것이다. ‘한때는 나도 ~를 좋아했었는데’라는 안타까운 그리움을 느껴본 적이 없는지, 바쁘다는 핑계로, 고단한 삶의 무게를 이유로 오랜 동안 곁에서 행복을 가져다 줄 그 무언가를 세월 저편에 무심히 버려두고 떠나오지는 않았는지… 결코 늦지 않았다. 그 작은 행복들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저 조그만 꿈과 조그만 열정이 필요할 뿐. ‘나무의 향기가 건네는 노래’를 통해 그런 작은 행복의 씨앗을 다시 심어볼 수 있는 여러분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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