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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9 22:00

마지막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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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다,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 여름방학일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 영어강사로 일을 하다가 영국에 와서 다시 학생이 되고, 이제 그 학생 생활도 논문이 통과되면 끝나는… 체질적으로 공부를 그다지 즐길 수 없는 사람이기에 아마도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박사공부를 한다거나 하지는 않을 듯, 아니다, 언젠가 꼭 기회가 되면 연극, 영화, 음악공부를 할 것이니까, 그리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배우고 깨달으니 평생 학생이리라. 어쨌든, 이번 여름방학이 지나면 아마도 한참 동안은 여름방학이라는 단어가 나와 상관없는 그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살짝 아쉬운 생각도 들고, 또 이 나이(?)에도 철없이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그러다가 지난 기억들 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는 수많은 여름방학들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 하면 두 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사촌들과 보내던 일,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던 일. 필자는 형제, 자매 없이 혼자 자랐다. 그 당시만 해도 학교에서 무슨 조사를 할 때 외아들인 사람 손들어 그러면 다섯 명을 넘기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리고 괜히 외아들이라 그러면 내성적인데다 조금 이기적이고, 더 솔직히는 X가지가 없을 거라는 선입견에 은근히 마음이 불편했던 시절이다. (근데 한편으론 진짜 그런 면도 있는 듯, 요 얘기는 다음에 본격적으로) 어쨌든, 그렇게 혼자 자란 필자에게는 머리가 조금 굵어지고,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법(?)을 터득하기 전까지는 늘 외로움이라는 녀석이 따라다녔고, 그 외로움이라는 녀석을 가장 잘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은 사촌들과 어울리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독자였기에 친가 쪽에는 사촌이 없었고, 외사촌으로 형 두 명과 동생(지금은 ‘행복을 주는 사람’을 발표해 가수가 된 이상)이 있었는데 방학 때만 되면 형제가 없는 이상과 필자는 형들 집에 가서 며칠씩 머무르면서 노는 게 가장 기다려지는, 큰 행복이었다. 친형제간인 큰형과 작은형은 두 살 터울, 그리고 작은형과 나, 나와 이상이 각각 두 살 터울이라 우리는 정말 환상의 4인조였던 것 같다. 마침 형들이 살고 있는 이모네 집은 정릉계곡 바로 밑에 있어 우리는 정릉 계곡도 놀러 가고 거기에 있는 ‘스타풀장’이라는 수영장도 자주 갔다. 어른들이 주신 용돈으로 오락실에 가서 몇 시간씩 오락을 하기도 하고 (어렸던 필자와 이상에게는 제법 불량한 녀석들이 많이 찾는 오락실이 조금은 두려운 곳이었는데 형들과 함께라면 무엇이 두려울꼬), 동네를 쏘다니며 여기 저기 신기한 것들을 기웃거리다 보면 어느새 하루 해가 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어느 여름날 거실에서 네 명이 일렬로 엎드려 불을 끄고 TV에서 방영하던 ‘여곡성’이라는 전설적인 우리나라 공포영화를 봤던 일, 정말 한여름에도 몸을 떨면서 보던 그 귀신의 얼굴과 거실에 진동하던 모기향 냄새가 지금도 생생하다.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에게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일은 더없이 큰 선물, 지금처럼 영화를 쉽게 볼 수 없는 시절이어서 극장에 간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감사하게도 영화를 좋아하셨던 어머니께서 그래도 방학이면 어김없이 극장에 데려간 덕분에 당시 인기가 있었던 영화들은 거의 다 극장에서 봤던 것 같다. 그리고, 개학하면 저마다 방학 때 있었던 일들을 자랑하기 바쁜데 필자는 늘 영화 본 것을 자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유년시절이 지나고, 시험점수가 인생점수처럼 여겨지는 시절이 다가오면서 더 이상 여름방학은 즐거울 수 만은 없는 시간이 되어 ‘공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학이 되어갔던 것 같다. 형들도 입시준비로 더 이상 우리들의 영웅 노릇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우리 4총사가 볼 수 있는 시간들도 명절 연휴 때 정도로 줄어들고, 어느덧 어머니와 극장을 찾는 횟수 보다 친구들과, 또는 혼자 극장을 찾는 일이 더 많아져 갔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보충수업으로 보낸 방학이 지나고 어느새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에서의 방학은 첫사랑과 날마다 속칭 연애질을 하면서 보낸 기억,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보낸 기억, 그리고 어느덧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을 졸업하고, 그렇게 수 많은 여름방학들을 기억 저편으로 떠나 보내며 어른이 되어갔다.

문득 그 시절, 형들과 동생과 따사로운 여름 햇살 속에서 마냥 웃으며, 마냥 꿈꾸며 뛰놀던 그 여름방학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그땐 우리가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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