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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9 18:41
한국 직장문화 유감 (2)
조회 수 2453 추천 수 0 댓글 0
군 복무 시절 주말에는 교회 일을 담당하는 군종병으로, 주중에는 정훈공보병으로 일을 했다. 군대 얘기는 나중에 자세히 할 기회가 있겠지만, 필자가 군 복무를 했던 곳은 연대 본부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총이나 대포를 들고 뛰어 다니는 부대가 아닌, 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말 그대로 행정부대였다. 건물에는 작전과, 인사과, 군수과, 정보과 등등의 부서명이 적힌 사무실로 가득했고, 필자는 정훈공보과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 그 중에서 가장 사무업무의 분량이 많은 곳은 작전과였고, 부대장의 스케줄과 전반적인 지시를 내리는 곳이니 가장 바쁜 곳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 작전과에서 일하는 병사들은 그야말로 어지간한 회사 직원 못지않게 빡빡한 일상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가까이서 이들의 업무와 일상을 지켜보니 참 답답하고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다. 누군가가 말했던가, 군대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군대 작전과는 대한민국 회사의 축소판이라고. 작전병들의 일과는 이렇다. 아침에 기상하면 다른 병사들이랑은 달리 점호도 안받고 곧장 사무실로 올라가서 간부들의 회의 및 당일 일정을 준비한다. 작전과 간부들이 식사를 절대 제 시간에 하지 않는 관계로 병사들도 그 분위기에 덩달아 아침 식사 시간을 놓친다. 다들 피곤에 절어서 점심식사 전까지 비몽사몽이다. 별다른 업무 지시도 없다. 점심을 마치고 오후가 되면 밀려있는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한다. 이 때까지도 특별히 중요한 업무는 없어 보인다. 아마 있어도 그닥 집중하지 않을 듯 하다. 왜냐하면 작전과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야간작업(군대에서 야근을 부르는 말)이 일상화 되어 어차피 밤에도 일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면 슬슬 간부들이 본격적인 업무 지시를 한다. 이 때부터가 진짜 업무의 시작이다. 다음 날까지 완료해야 하는 일들이 한꺼번에 쌓여있다. 게다가 다른 병사들을 보초를 서듯이 이들은 상황근무라는 것을 선다, 한밤중에 두 시간씩. 농담이 아니라 거의 1년 중 간부들도 자리에 없는 연휴 정도를 제외하곤 늘 새벽 3,4시까지 일을 한다. 그리고 내무실로 돌아오면 거의 시체처럼 잠을 자고 6시에 기상한다. 만성 피로에 불쾌지수가 항상 높아 선후임병간 속칭 갈구는 강도도 세다. 휴가도 거의 병장쯤 진급해서 몰아서 가는 경우가 많고, 계급이 낮을 때는 상당한 눈치를 봐 가며 가야 한다. 계급이 낮은 시절에는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반드시 고쳐지도록 해야 한다고 여기지만, 계급이 올라가면 슬그머니 본인도 처음엔 고생 했으니까 이제 막 시작하는 이들의 고생이 당연시 여겨지면서 이러한 체제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듯 여겨진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오늘도 고된 하루 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입에서 전해지는 사연과 상당부분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필자만의 착각일까? 지금은 또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필자가 목격한 100% 사실이며 다른 부대 출신 지인들을 통해 전해들은 내용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도 위와 같은 모습은 우리나라 회사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일 것이다. 조금만 인식을 바꾸면, 조금만 체제를 바꾸면 모두가 편하고, 즐겁고, 무엇보다 일의 결과가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할진대 어지간해서는 바뀌기가 힘들다. 군대의 정해진 업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이다. 그리 짧은 시간도 아니다. 이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집중해서 업무를 진행하면 충분히 마칠 수 있는 경우도 분명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간부부터 병사까지 늘 피곤에 절어 있어야 하고, 야간 작업이 당연시 여겨지는 분위기를 탈피하지 못한 채, 그 틀 안에서 날마다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피곤에 절어있지 않거나, 저녁 시간이 자유로우면 뭔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스스로 자아내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필자가 바라보고 있는 모습들은 그저 매우 예외적인 경우일 수도 있다. 대다수가 그렇지 않은데 극소수의 경우만을 예로 들어 전체가 그런 듯 확신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필자만의 무식한 오해였다고. 하지만, 한국의 직장문화를 경험한 이들 중 필자가 제기하고 나선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모두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하고 싶다. 결코 한국의 직장문화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대한민국인으로서 우리에게 작은 것이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고,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이는 결코 우리가 비난하고, 외면해야 할 것이 아닌,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야 할 모두의 책임이라고 믿는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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