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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세계화’라는 단어가 너무도 친숙하게 여겨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크고 작은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겨냥해서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정부도 전 세계를 겨냥한 일들을 수도 없이 벌이고 있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학업을 이수하고, 기타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조기 유학을 떠나는 이들과 해외 교민들의 수는 날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대학 과정까지 마친 이들이나 심지어는 한국에서 직업을 가진 이들 조차도 자기 개발을 위해 호시탐탐 해외 경험을 노리고 있다. 대한민국 영어 교육 시장의 규모와 영향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이제는 해외 어학연수가 마치 필수 내지는 기본 과정처럼 여겨지는 시대. 이 모든 것들을 합쳐놓은 그림 속의 대한민국은 분명 글로벌 시대의 흐름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진정으로 세계화를 지향하는 사회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가 세계화를 꾀하고 있다면, 우리나라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우리나라 직장에서 사람을 채용하는 과정은 가장 먼저 세계화의 흐름을 따랐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한국의 직장문화 이야기를 여러 주에 걸쳐 연재하면서 결국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고 싶은 가장 주요한 문제는 결국 이것이다. 현재와 같은 우리 직장문화와 채용문화로는 결코 세계화의 흐름에 진정으로 동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이, 한국의 기업들과 한국의 인재들이 이렇게 잘 해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그렇다, 지금까지는 대한민국 고유의 성실함으로, 뛰어난 기술로, 아시아의 신선한 부흥을 용납한 세계 정세의 흐름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까지는 가능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분명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절대적으로 한국에 거주하려는 젊은이들의 상당수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즉 속칭 말하는 ‘철밥통’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고, 또 수 많은 젊은이들이 가능하다면 이민을 떠나고 싶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각종 정보통신의 발달로 이제 한국인들도 이전처럼 ‘다들 그런 가봐’ 하면서 살지 않는다. 점점 많은 이들이 세계적인 추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우리 나라가 지닌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또 갈등을 느끼고 있다. 국내 모 포털 사이트에서 연재한 ‘세계 직장문화 실태’가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킨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해외 경험을 쌓기 시작한다. 이들은 말 그대로 선진국들에서 보편적으로 여겨지는 문화에 길들여져 갈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가치관과 정서가 어느 정도 확립되고 난 뒤, 이들이 한국사회의 악습들, 무엇보다 한국의 직장문화와 채용문화를 접했을 때에는 상당한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당장 현재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학업을 이수 중인 우리 젊은이들에게 질문해 보면, 이들은 졸업 후 지속적인 해외 거주를 희망하는 경우, 한국 회사를 가장 마지막 선택으로 남겨 놓고, 그나마 그 이유도 단지 한국 회사가 해외에서 거주할 수 있는 비자를 해결해 줄 경우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즉, 정말 해외에 거주하면서 일을 하고 싶은데 체류 문제에서 한국 회사만이 체류 기회를 제공할 경우에만 한국 회사에서 근무할 뿐, 일단은 한국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주된 원인은 지난 몇 주 동안 다루었던 한국 회사의 직장문화, 채용문화일 것이다.

한국의 직장문화, 채용문화를 지지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이들의 갈등이 해외생활의 유세 정도로 느껴진다면 서글픈 현실이다. 세계 무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 외국인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없는 이들은 절대 이루어 낼 수 없는 일들이 바로 이들, ‘해외용 인재’들에 달려 있다. 이들 가운데 비록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이라도 만약 그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 왜 굳이 한국기업이나 한국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우리가 세계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직장문화, 채용문화로 인해 이들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이는 안타까운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식으로 해야 할 일이 있고, 세계적인 방식으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세계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할 인재들에게 무조건 한국식 직장문화, 채용문화를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비단 이러한 ‘해외용 인재’뿐만 아니라 이제는 주먹구구식의 노동력, 노동시간이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지났다면, 우리 나라의 모든 근로자들이 더 이상 구시대적인 직장문화, 채용문화로 인해 고통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얘기들이 마치 기업, 고용주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근로자만을 배려한 의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근로자들이 이로 인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이는 고스란히 기업, 고용주의 소득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만약, 선진국의 직장문화, 채용문화를 악이용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영국 또한 5시 칼퇴근이라고 5시까지 어떻게든 시간만 때우고, 게으름을 피우거나 업무 성과가 좋지 않으면 오히려 한국보다 더 냉정하게 직장에서 퇴출당한다는 사실.

아무쪼록 우리 나라의 직장문화, 채용문화가 개선되어서 기업, 고용주, 근로자, 그리고 결국에는 국가적으로 더 나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모두가 이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노력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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