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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7 15:42
뒷모습이 아름답고 싶다
조회 수 2674 추천 수 0 댓글 0
조금씩 세상과 사회를 알아가면서, 또 조금씩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아가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뒷모습이 아름답고 싶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뒷모습이란 외모를 가리키는 표현이 아니다.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떠날 때의 모습, 다른 이와의 관계를 정리할 때의 모습,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겪게 되는 수 많은 퇴장과 헤어짐의 순간에 보여지는 그런 뒷모습이다. 군 시절 오래도록 인상에 남는 사건이 있었다. 대부분이 그러하듯 아무리 못되게 굴었던 선임병이라 할지라도 제대날이 되면 후임병들은 그 동안 쌓였을지 모르는 미움이나 원망도 접은 채 제대하는 이의 앞날에 건승을 빌어주는 법이다. 필자가 군 생활을 했던 연대 본부는 조금 특별하게 한 내무반에서 64명이 지냈다. 그러니까 병장만 해도 10명이 훨씬 넘는, 그만큼 이등병으로서는 수 많은 선임병들 때문에 두 배로 힘이 들었던 그런 곳이었다. 그 곳에서는 제대자가 있을 경우, 제대 전날 점호 시간에 64명이 내무반에 둘러 앉은 채 제대하는 병장에게 한 마디씩 하는 순서가 있었다. 대부분 “그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나가서 성공하십시오”와 같은 인사였고, 조금 각별한 사이였던 경우에는 개인적인 인사말을 몇 마디씩 더 했던 것 같다. 정말 아무리 못된 사람이었어도 제대 무렵에는 조금씩 아쉽고, 섭섭한 마음을 나누며 그 동안의 헤묵은 감정을 잊고 앞날을 축복했던 것 같다. 그런데, 딱 한번 그렇지 못한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 S병장의 제대 전날이었다. S병장은 나이도 많지 않으면서 유난히 후임병들에게 못되게 굴었다. 흔히 군대에서 있을 수 있는 군기 잡기가 아니라, 정말 인격적으로 참 덜 되먹은 사람이었던 탓에, 모든 후임병들이 그를 싫어했다. 제대 전날 후임병들이 그에게 한 마디씩 건네는 순서에서도 별로 그에 대해 따뜻한 인사말을 건네는 이가 없었고, 더욱이 순서가 마치자마자 그에게 유난히 당했던 후임병들이 그에게 몰매를 주려는 돌발 사태가 발생, S병장은 이를 피하려고 도망치고, 그러다 결국 한 명의 후임병과 몸싸움이 붙어 안경이 다 부서지는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다. 물론 말리는 이는 없었고, 모두들 처음 보는 볼썽 사나운 광경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복무 중에는 후임병들을 쥐고 살았던 그였건만, 제대 전날 그 누구보다 초라한 퇴장을 했던 그의 쓸쓸한 뒷모습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는 새로운 직위, 임무를 맡을 때, 또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가질 때, 그 첫 순간은 대부분 유쾌하고, 화려하다. 서로 좋은 모습, 좋은 말만 나누면서 산뜻한 출발을 한다. 그러나, 세상 일이 결코 뜻대로만, 계획 대로만, 좋은 방향으로만 흐를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그 뒷모습이 아름답지 못한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바르지 못한 인격 탓에 떠나면서 박수와 축복 대신 욕만 먹는 경우도 있고, 또 지난 갈등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상태로 묻어가는 경우도 있고, 떠나야 할 때 멋지게 떠나지 못해 결국 추한 뒷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참 많다. 필자의 경우도 되돌아보면 이제껏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았던 뒷모습들 가운데 정말 한 점 부끄럼 없이 아름다운 뒷모습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뒷모습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때로는 내 자리를 더 이상 감당하기 싫어서 도망치듯 떠났던 경우도 있었으며, 웃는 얼굴로 만나 인상 쓰면서 헤어졌던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성숙하지 못했던, 부끄러운 기억들이다. 언론을 공부하고, 저널리스트로 일을 하면서 이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사회 여러 분야를 관찰하게 된다. 특히, 요즘에는 수 많은 사람들의 뒷모습에 참 관심이 많다. 어차피 모든 것들이 영원할 수는 없는 노릇, 정치인이건, 연예인이건, 운동 선수건, 그들이 보이는 가지각색의 뒷모습들을 보면서 때로는 멋진 뒷모습에 절로 박수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추한 뒷모습에 실망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경우도 있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도 있듯이, 가끔 자신이 누렸던 것들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떠나야 할 적절한 시기를 놓쳐 이전에 쌓았던 아름다움을 스스로 훼손하는 모습은 가장 안타까운 경우다. 좋은 만남을,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한 순간의 실수로, 그릇된 사건으로 영원히 돌아설 수 없는 사이가 되어 서로 냉랭한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는 모습은 가장 슬픈 경우다. 요즘은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들의 재영 한인사회를 돌아보며 아름다운 뒷모습을 찾아보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뒷모습들이 더욱 많이 눈에 띄는 건 왜일까? 아름다운 출발이 아름답지 못한 결말로 끝이나고,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하는 세상 살이가 때로는 너무나 야속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내 걸어온 발자국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하면서, 언젠가 떠나야 할 때, 헤어져야 할 때,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이고픈 바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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