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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9 19:19
마지막으로 주워 온 물건
조회 수 2759 추천 수 0 댓글 0
쓰레기를 내다 놓으러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바닥에 무언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작은 곰인형이 부착된 열쇠고리였다. 무심결에 집어들었더니 지저분한 것들이 묻어 있는 게 누군가가 버린 것 같았다. 다시 바닥에 던져놓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땅바닥에 누워있는 곰의 미소가 너무나 착해 보여서 도저히 그냥 버려두고(?)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마치 자신을 버려두고 가지 말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착한 곰을 그냥 지나치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 결국 다시 곰인형을 집어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땅바닥에서 뒹굴고 있었기에 조금 지저분했지만, 비누칠을 해서 깨끗이 씻고 나니 거의 새것과 다름없는 부드러운 감촉의, 아무리 다시 봐도 너무나 착한 표정을 지닌 곰이었다. 이렇게 착하게 생긴 곰을 대체 누가 버린 것인지… 내가 주워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인형도 볼 때마다 자신을 데려와 준 것에 고맙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는 탓에 볼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문득 이처럼 바깥에서 무언가를 마지막으로 주워 온 게 언제였는지 떠올려 보게 되었다. 아마도 아득히 먼 옛날이었던 듯, 성인이 되면서는, 특히 내 능력으로 돈을 벌게 되면서부터는 아예 무언가를 주워 온다는 개념 자체를 잃어버린 듯 하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가진 돈으로 내가 원하는 것들을 소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더 이상 무언가를 발견하고 주워 올 수 있는 동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리라... 어렸을 적에는 무언가를 참 많이도 주워 왔던 것 같다. 어디를 가든 늘 새로운 호기심과 놀라움이 가득 했던 시절... 별 것 아닌 물건들, 때로는 남이 내다 버린 물건들도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이었는지... 특히, 형제 없이 언제나 외로움과 힘겨운 싸움을 벌였던 유년 시절을 겪은 필자로서는 그렇게 주워 온 물건들을 수집(?) 하면서 남다른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몇 가지 물건들, 그 중 한가지는 누군가가 훌륭하게 만든 나무로 된 칼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칼 모양을 흉내낸 나무였다. 당시 필자는 TV에서 방영하던 아더왕 만화를 무지하게 좋아했었는데, 아더왕이 쓰는 엑스칼리버 칼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동네에서 놀다가 우연히 누가 긴 나무에 손잡이 모양의 나무를 못으로 부착한 나무 칼을 발견하고, 그것을 엑스칼리버라고 부르면서 그렇게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친구들과 장난치다가 그만 그 엑스칼리버가 부러져 버려서 너무나 속상했던 기억이 난다. 또, 그 때는 만능열쇠라는 것이 꼬마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사실, 진짜 열쇠는 아니고 자동차 와이퍼의 쇠를 뽑아내서 한 쪽을 부러뜨리면 열쇠 모양처럼 보였는데, 우리들은 그것을 만능열쇠라고 부르면서 동네 자동차 와이퍼들을 망가뜨리곤 했다. 사실, 차 주인으로서는 복장 터질 일이었겠지만 우리는 망을 보면서 몰래 와이퍼에서 만능열쇠를 뽑아내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실제 그 만능열쇠로 무언가를 열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사실,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진짜로 필자가 갖고 있는 열쇠가 다른 곳에서 작동한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이면 이모네 집에서 며칠씩 자면서 사촌형들과 놀곤 했었는데, 하루는 이모네 동네 단지의 지하실에 내려가보게 되었다. 창고처럼 되어 있는 곳에 문이 굳게 잠겨 있었는데, 우연히 필자의 집 열쇠를 꼽았더니 딱 맞으면서 문이 열리는 게 아닌가? 신난 우리는 얼른 안으로 들어가 보았고, 그곳에는 어느 집에서 물건들을 놔둔 창고 같은 곳이었는데 우리는 마치 보물섬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이 물건 저 물건을 꺼내어 보고, 재미있는 물건들, 특히 한가득 쌓여 있던 장난감들을 주머니에 가득 챙겼다. 분명 귀금속이나 값나가는 물건들을 챙기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찌되었든 그것은 일종의 도둑질이었으니 우리들로 인해 물건을 도난당한 그 분께는 심심한 사과를 표한다. 이렇게, 저렇게 주워 온 그 많은 물건들, 아마도 일부는 지금도 한국에 있는 필자의 방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이사 다니면서, 또 머리가 굵어지면서 조금씩 내다버린 주워 온 물건들... 바깥을 돌아다녀도 더 이상 땅바닥을 유심히 살피거나 호기심따라 발걸음을 멈추는 일들이 줄어들면서 더 이상 세상은 신비롭고 흥미로운 곳이 아니었다. 그리고, 더 이상 주워 온 물건들을 수집하고 꺼내보는 즐거움이 사라지면서 내 물건들은 내가 돈을 주고 사는 물건들로 채워져 갔다. 양복에 넥타이를 메고 대형빌딩의 사무실에 앉아서 소위 말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지금의 내 모습, 문득 그 모습을 훌훌 벗어던지고 재미있는 물건들을 주우러 어디론가 마냥 떠나고 싶어진다. 그 어린 시절의 꿈과 동심은 더 이상 가져볼 수 없는 것일까? 여러분들은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주워 온 적이 언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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