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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5 17:56
오싹 오싹 공포체험 (2)
조회 수 3312 추천 수 0 댓글 0
사실 이번 시리즈의 제목을 ‘오싹 오싹 공포체험’으로 정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 읽었던 ‘오싹 오싹 공포체험’이라는 책이 떠올라서였다. 지금은 한국에서 학습지가 종류도 정말 많고, 매우 흔한 것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 중에서 한창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 ‘공문수학’이라는 산수/수학 학습지였다. 단계별 학습지가 배부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공문 선생님’이 가정으로 방문하여 지도 및 점검을 하는, 가정 방문 학습지의 거의 효시라 할 수 있겠다. 지금 떠올려 보면 제법 예쁘장하고 어린 여선생님들도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이 ‘공문수학’을 운영하는 회사는 ‘대교’로, 소속 출판사인 ‘대교 문화’를 통해 이런 저런 청소년 서적을 출간했었는데, 거기서 제작한 무서운 이야기 모음집이 바로 이 ‘오싹 오싹 공포체험’이었고, 필자는 예쁜 ‘공문 선생님’에게 신청하여 본 서적을 구입했다. 사실, 청소년 대상 도서로 무서운 이야기 모음집을 출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다소 논란거리가 있을 수도 있겠는데, 어쨌든 당시에는 매우 호응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현대 공포물에만 익숙한 이들에게는 다소 촌스러울(?) 수도 있는, 말 그대로 무서운 이야기들을 담았는데, 거기에는 수학여행이나 극기훈련에서 단골 레퍼토리로 취급되던 ‘수진이 이야기’를 비롯, 당시 초등학생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극기훈련에서 실종된 여자 어린이의 이야기를 다룬 ‘수진이 이야기’는 서울의 모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실화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아이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정말 오싹했던 기억이 난다. 사촌 형, 동생들과 모여서 놀다가 밤이 되면 늘 꺼냈던 무서운 얘기들, 더운 여름에도 이불 속에 쏙 들어가 괜히 심각한 톤(?)으로 주워 삼켰던 그 수 많은 이야기들, 한여름 모기장 속에서 떨면서 봤던 ‘전설의 고향’과 ‘여곡성’, 읽고 또 읽어 어지간한 스토리는 거의 암기하다시피 했던 ‘오싹 오싹 공포체험’, 그 시절에는 그렇게 무서웠던 것들... 그런데 서른이 되어버린 지금, 그 시절 그렇게 무서웠던 것들이 더 이상 그렇게 무섭게 여겨지지 않음을 발견한다. 세상에는 어두움이나 귀신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 사람, 더 정확히는 우리의 어두움과 악함이다.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미워하고 증오할 수 있는지,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못되고 끔찍한 짓을 할 수 있는지,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속일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직접 목격하고, 또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정말 사람이라는 존재는 그 어떤 무서운 이야기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 우리들이 공포스러워하던 무서운 이야기에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어른들은 아마도 이미 이러한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인생을 살다보면 ‘전설의 고향’의 귀신이나 무서운 이야기보다도 훨씬 더 무섭고 몸서리쳐지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사람이 가장 무서운 존재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무서울 때는 나 자신이 악함을 발견할 때인 것 같다. 사람을 미워하고, 질투하고, 목적에 의해 거짓으로 말하고, 행하고, 또 무시하고, 욕하고... 물론, 이러한 것들이 주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러나, 내 안에서는 이러한 스스로의 추악함에 엄청난 공포를 느끼며 떨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언제나 변치 않는 순수함과 꿈, 도전, 열정, 이런 것들을 간직하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돈과 안락함에, 명예와 권력에 매혹되는 스스로의 모습도 너무나 무섭다. 또, 다가올 날들에 대한 두려움도 무섭다. 가진 것 없어도 마음은 저 넓은 우주를 꿈꾸고, 한없이 당당했던 지난 시절에 비해, 어느새 내가 쥐고 있는 물질이 나의 존재를 대변하는 듯 하다. 어린 시절, 아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그런 속물적인 모습이 스스로에게 발견될 때면 무서움과 함께 서글픔마저 밀려온다. 그러고 보면, 또 너무나 무서운 것은 바로 돈인 것 같다. 우리 인간들의 어두움과 악함을 자아내는 가장 큰 매개체는 바로 이 돈이 아닐까? 날마다 돈 때문에 벌어지는 수 많은 놀라운 일들, 돈은 분명 우리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고 우리가 잘 다스릴 때는 참 좋은 일도 많이 하는 선한 것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이 세상을 가장 어둡게 만드는 악한 것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남들은 이미 터득해버린 세상의 쓴 맛(?)을 이제서야 조금씩 맛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사람이, 돈이 무서워지는 게 너무나 싫다. 추악하게 변하는 스스로의 내면에 실망하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 그냥 여전히 무서운 이야기가 가장 무서우면 좋을 텐데... 사람을, 돈을 무서워하지 않고, 귀신과 무서운 이야기를 가장 무서워할 수 있는 행복(?)은 아마도 어린이들의 특권인가 보다. <사진 출처 http://jampuri.egloos.com/3526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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