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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7 00:16
2009 런던 한국영화제, 기자가 아닌 관객이 되어...
조회 수 2863 추천 수 0 댓글 0
제 4회 런던 한국영화제 개막작 상영회를 다녀왔다. 주영한국문화원과 런던 바비칸 센터, 그리고 기타 기관에서 공동으로 주관하는 런던 한국영화제는 불과 지난 4회 만에 놀라운 성장을 거듭했다. 후에 언급하겠지만, 이러한 놀라운 결실을 이루기까지는 특별히 한 분의 공이 컸는데, 어쨌든 이제 런던 한국영화제는 해외에서 개최되는 한국영화제 중에서 단연 최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해에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개막작으로 선정되고 김지운 감독님과 배우 이병헌이 직접 자리했었는데, 필자에게 특별히 발송된 초대권을 우여곡절로 손에 넣지 못해서 참석하지 못했더랬다. 올해 개막작은 박찬욱 감독님의 ‘박쥐’, 박찬욱 감독님은 지난 달에도 런던에 오셔서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직접 뵙고 아주 잠시 얘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었더랬는데, 이번 런던 한국영화제에도 참석하러 오셨다. 아직 ‘박쥐’를 감상하지 못한 탓에 이번 기회는 절대 놓칠 수 없었고, 역시 감사하게도 게스트로 초대권을 얻어서 개막작 상영회를 다녀왔다. 사실, 필자가 게스트로 초대된 것은 기자로서 초대된 것인데, 괜히 이번에는 기자로 다녀와서 형식적인 취재기사를 쓰기가 싫었다. 언제부턴가 너도 나도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취재하는 기사를 역시 비슷비슷하게 쓰고 싶지가 않아진 탓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철저하게 자연인(?)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열혈 영화광 전성민이 되어 보고 느낀 이야기들을, 취재기사가 아닌 이 공간을 통해 나누려 한다. 요건 다른 기자들이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니까. 그렇다, 필자는 요즘 병에 걸렸다, 세상에서 나만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싶어하는 병.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필자는 지난 2년이 넘도록 ‘시네마 천국’을 연재했을 만큼 영화를 너무나 사랑한다. 지금 ‘시네마 천국’은 잠시 쉬고 있는데 내년에는 다시 부활(?)되리라. 어쨌든, 행사장을 찾으니 정말 많은 인파, 특히 외국인 인파들이 상당했다. 한국영화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진 데다가, ‘올드보이’가 영국에서 그야말로 대박이 났던 탓에 박찬욱 감독님의 신작을 감상하고 직접 감독님을 볼 수 있는 기회이니 당연히 인파가 몰릴 수 밖에. 재미있는 것이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막 행사장에 도착하신 박찬욱 감독님이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오시다가 딱 마주쳤다. 지난 번에 뵈었는데도 물론 당연히 필자를 알아보지 못하셨지만, 어쨌든 화장실에서 감독님을 마주치다니. 이날 영화 감상 외에도 필자가 괜히 속으로 큭큭거리며 웃겼던 점은 다른 해보다 높으신(?) 분들이 많이 참석하셨다는 것. 물론, 이 분들께서 한국영화제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것은 참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대부분이, 아마 ‘사이보그~’만 제외하고 절대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마도 높으신 분들께서는 박찬욱 감독님의 충격적인(?) 전작들을 안보셨을 것 같은데, 어떤 분은 부부동반으로 오신 분도 계셨고, ‘박쥐’ 역시 상당히 수위(?)가 높다고 들었건만, 이 분들이 영화를 어떻게 보시려는지, 난감한(?) 장면들에서 어떤 반응들을 보이실지 상상해보니 자꾸 웃음이 났다. 본격적인 상영 전 얼마 전 소름이 돋았던 영화 ‘똥파리’의 감독, 주연 등 원맨쇼의 주인공 양익준 감독님을 우연히 객석에서 발견했다. 이번 영화제에 ‘똥파리’가 초대를 받아 개막식에도 참석하신 것이었다. 혼자만 양익준 감독님을 발견했다고 속으로 신나했는데, 사회자가 그만 공식적으로 감독님을 소개해버렸다. 개인적으로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들 가운데 이 ‘똥파리’가 단연코 최고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되시는 분들은 반드시 감상해 보시도록! 영화 상영 전 천영우 주영한국대사님께서 직접 단상에 올라 축사를 하시기도 했다. 예전에도 몇 번 뵈었는데, 천영우 대사님의 영어 솜씨나 화법이 정말 일품이다. 보통 대사님 같은 분들이 이러한 문화행사에서 축사를 하면 딱딱하고 지루한데, 천영우 대사님은 늘 재치가 넘치고 유머가 있으며 그러면서도 예리하시다. 대사님의 참석과 축사가 런던 한국영화제에도 상당한 힘을 실어줄 것 같다. 이윽고 영화 상영, 역시나 박찬욱 감독님 작품답게 영화는 정말 충격, 파격적이고 개성이 넘쳐 흘렀다. 박찬욱 감독님 특유의 노골적인 묘사와 잔혹한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역시나 높으신 분들 표정이 편하지는 않다. 앞에 앉으신 높으신 분은 어지간히 불편하셨는지 자꾸 옆사람에게 혼자서 중얼 중얼, 평소에 영화를 참 안 보셨을 것 같고, 더구나 이렇게 자극적인 영화는 접하지 않으셨을 터, 옆사람은 대꾸도 안하는데 민망한(?) 장면 나올 때마다 중얼중얼... 예전에 정말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극장에서 보다가 큰 충격을 받았던 ‘올드보이’ 때처럼 ‘박쥐’ 역시 우리 영화계에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이었다. 주연배우 송강호야 워낙 설명이 필요없는 명배우지만, 신인에 가까운 김옥빈은 정말 여배우로서 하기 힘든 연기를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었으며, 미모는 물론 ‘배우’가 될 수 있는 마력(?)도 갖춘, 앞으로 정말 기대되는 인물인 것 같다. 기자가 아닌 관객이 되어 참석한 이날 필자는 오랜만에 영화에 흠뻑 젖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내년에도 계속해서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런던 한국영화제가 더욱 풍성한 성장을 지속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했듯이, 물론 혼자서 모든 일을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런던 한국영화제, 그리고 나아가서 영국에서 한국영화와 관련해 그 누구보다 수고하신 주영한국문화원 전혜정 님께 다시 한 번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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