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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4 20:42
능구렁이가 되어간다는 것
조회 수 2567 추천 수 0 댓글 0
사회 생활을 조금 해보니까 능력만 가지고는 절대 성공내지는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한 능력과 함께, 아니 어쩌면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게 대인관계, 특히 조직에 속한 자라면 조직에서의 대인관계와 처세술, 더 편하게 얘기하자면 능구렁이(?)가 되어야만 사회에서 성공하고 적어도 살아남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가만히 보면 능력은 우수한데 이 능구렁이 기질이 부족해서 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심지어는 일자리를 잃는 경우들도 보인다. 반면, 능력은 그저 그런데 이 능구렁이 기질이 특출나서 잘 나가는, 적어도 현상유지를 하는 이들도 보인다. 이 능구렁이 기질은 다른 한 편으로는 눈치, 처세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눈치와 처세술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어린 시절 성장 환경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즉, 어렸을 적부터 많은 형제와 지냈거나, 아니면 친구들과 천성적으로 활달하게 지내면서 자란 이들은 이 눈치와 처세술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횟수가 많다보면 자연스레 익혀지는 것이니까. 그런 면에서 사실 필자는 참 눈치도 없고 처세술도 부족한 축에 속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형제 하나 없이 자란데다가, 어렸을 적부터 참 숫기도 없고, 어리버리한 면이 많아서 지금 떠올려봐도 참 답답한 녀석(?)으로 여겨진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교회를 다니게 되면서 그나마 활발한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훗날 사람들 앞에서 음악을 하게 되면서 이러한 점들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어린 시절을 혼자 보냈던 탓에 그 답답한 습성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필자의 이러한 눈치 없음과 처세술 부족을 가장 절실히 느낀 곳은 바로 군대였다. 그 당시만 해도 필자는 속으로 진짜로 생각하는 얘기를 겉으로도 똑같이 표현하는 객기(?)를 부렸던 시절이다. 이등병 시절에 상병이나 병장 앞에서 맞다고 생각하는 얘기를 대놓고 지껄이는 무식한 용기를 발휘했던 것이다. 당연히 갈굼을 당할 수 밖에. 특히, 군대는 고참들과의 관계가 참 중요하건만, 어떻게 해야 윗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그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필자는 도통 감을 잡지 못했다. 어쩌면 사회의 축소판인 군대, 그 곳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던 필자는 훗날 과연 사회에 나와서 회사나 조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참 걱정이 되었다. 어느덧 그렇게 걱정하던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도 몇 년이 지나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래도 과거보다는 나아졌건만, 필자의 눈치없음과 처세술은 그다지 우수한 수준은 아니었다. 당연히 직장에서도 가끔은 스스로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처세술의 빈약함을 발견하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눈치, 처세술의 감을 잡아가는 것 같다. 필자가 발견한 것은 윗사람들은 정말 맞는 얘기, 정말 도움이 되는 얘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진짜 훌륭한 윗사람은 그렇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들에게 듣기 좋은 얘기를 해주고, 그들이 말하는 것이 맞던 틀리던, 일단 그들이 말하는 것에 최대한 따라주면 그게 최고라는 것이다. 사회생활 초창기에 필자는 욕심을 부렸다. 스스로 옳다고 믿는, 판단하기에 잘 될 것 같은 방향을 고집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은 혼자 하는 원맨쇼가 아닌 이상, 결국 조직에서 최대한 ‘적절’하게 혹은 ‘적당’하게 움직여주는 게 더 중요했던 것이다. 이제는 속으로는 사실 이게 맞는 것인데 하면서도 겉으로는 조직에서, 특히 위에서 가장 좋아하는 방향으로 표현하고 움직인다. 굳이 해서 필자의 앞날(?)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얘기는 반드시 하고, 반대로 굳이 해봐야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얘기는 절대 안 한다. 어느새 필자 역시 능구렁이가 되어 가는 것이다. 정말 순수하게 작가이고 싶었고 음악인이고 싶었던 시절, 대기업에서 근무한다는, 한참 사회생활 물이 오른 사람들을 만나면 참 역겹기도 하고 또 측은해 보이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감성을 유지하고 키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창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필자에겐 그들의 탁월한 눈치와 처세술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이미 익을대로 익은 능구렁이들에게서는 냄새가 났다. 지들 딴에는 인정받는다고, 잘나간다고 우쭐거렸건만, 순수함과 진실함을 숭배하던 필자에게 그들은 그저 자본주의의 꼭두각시로 보일 뿐이었다. 그랬던 필자 스스로에게서도 어쩔 수 없이 능구렁이의 모습을 발견하다니, 필자 역시 이제는 그 누군가의, 그 무엇인가의 꼭두각시가 되어가는 것일까? 능구렁이가 되면 비록 사회에서 인정받고 안정된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돈과 어느 정도의 지위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또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능구렁이가 되면 비록 사회생활이 편해지겠지만,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능력을 잃어버릴 것이다. 나 자신이 능구렁이가 되어버렸는데, 어떻게 순수하고 진실한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겠는가? 아직은 그나마 스스로 ‘아 내가 능구렁이가 되어가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지만, 이마저도 느끼지 못할 만큼 진짜 능구렁이가 되어 버리면 어쩌나... 능구렁이가 되어 간다는 것, 이 역시 어른이 되고 사회인이 되는 과정일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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