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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7 02:47
집을 한 채 샀습니다
조회 수 2206 추천 수 0 댓글 0
올해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올해의 마지막 이야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인생의 한참 선배님들께는 송구스러운 얘기지만, 정말 세월이 흐를수록 시간에 가속도가 붙어서 점점 빨라집니다. 2009년 새해를 시작했던 순간들이, 여름날의 무더위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2009년의 그 모든 것들과 작별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서른 즈음에’에서 ‘마흔 즈음에’로 바뀌는 날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빨리 찾아올 듯 싶습니다. 20대 시절 서른 이라는 나이는 너무나도 많은 나이로 여겨졌던 것 같은데, 30대를 지내는 지금은 마흔이라는 나이가 그렇게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구나 싶습니다. 순간 순간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다고 여기면서, 또 최상의 선택들을 했다고 여기면서 지내온 한 해였건만, 이렇게 돌아보니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것들이 많습니다. 그것이 하늘의 축복이었든, 아니면 그 어느 누군가가 제게 보여준 사랑이었든, 한 해 동안 너무나 많이 받기만 했지 드린 게 없습니다. 한 인간이 어릴 때 부모님을 비롯한 모든 세상으로부터 그렇게 받기만 하면서 성장했다면, 성인이 되어서는 그렇게 받은 만큼 남은 평생 동안 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성인이 된 지금도 무언가를 주는 일에 너무나도 인색한 스스로의 모습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내년에는 그래도 올해보다는 많이 드리고, 많이 주면서 살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 공간을 통해 흘려 보낸 많은 이야기들, 그 제목들만 다시 한 번 훑어봐도 지난 한 해 동안 제 삶의 순간들이, 그 순간의 느낌들이 모락 모락 피어오릅니다. ‘서른 즈음에’를 쓰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대답은 간단합니다, ‘서른 즈음에’를 통해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도 행복하고 싶고, 또 부족하지만 제 이야기들로 인해 여러분들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보를 전달하고, 의견을 주장하는 글들은 세상에 수 없이 널려 있습니다. 별로 똑똑하지도 않고, 아는 것도 없는 필자 같은 사람까지 굳이 정보를 전달하고 의견을 주장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대신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어떠한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필자가 발견한 행복의 이야기들이 ‘서른 즈음에’를 읽는 단 한 분만이라도, 그 한 분의 삶에 단 1초 만이라도 행복하게 해드렸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들뜬 런던의 번화가를 하루 종일 거닐며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만끽했습니다. 2차 대전 이래로 최악의 불경기라는데 그래도 역시나 다들 크리스마스 선물 살 만큼의 여유는 있는지 상점마다 계산대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모두 한아름 선물 꾸러미를 들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수 많은 상점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구경하고서 우리는 결국 서로를 위한 선물로 집을 한 채 샀습니다. 채 10파운드도 되지 않는, 채 한 뼘도 되지 않는 집이지만, 살까 말까 고민도 엄청 하고서, 또 정말 열심히 고르고서 사랑하는 사람과 십시일반(?) 비용을 분담하여 마련했습니다. 사실, 거기에 있던 집들 중 가장 저렴한 집이었는데, 그래도 크기와 상관없이 그 느낌이 너무 따뜻하고 아늑해서 골랐습니다. 안에 촛불을 켜 놓으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이는 집입니다. 집만 있고 사람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남자 아이, 여자 아이 한 명씩, 그리고 우리 집만 환하고 거리는 어두우면 안 될 것 같아서 가로등도 하나 샀습니다. 크기만 놓고 본다면, 가격만 놓고 본다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들인지도, 어쩌면 초라한 것들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조그만 집에 촛불을 밝히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너무나 행복합니다. 기분 좋게 술 한 잔 걸치고서 모두가 잠든 밤에 그 조그만 집에 촛불을 밝히고 그것을 바라보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혼자 실실 웃기까지 합니다. 하얀 수건으로 눈 내린 겨울 풍경을 연출(?) 하고서 그것들을 사진에 담아봤습니다. 그 조그만 집을 밝히고 있는 촛불처럼, 까닭 모를 따스함이 제 마음을 밝힙니다. 행복은 신이 우리에게 선물한 가장 신기한 마법입니다.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왕은 느낄 수 없는데 거지는 느낄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것을 가지고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것을 가지고도 느낄 수 없는데 작은 것을 가지고 느낄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행복의 마법을 여러분 모두가 가지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010년에는 여러분 모두 그 행복을 발견하시길, 그리고 간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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